[ML 인사이드] 에르난데스, 연속된 불운에 결국 무너지다

입력 2014-09-2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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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02경기 등판에 ‘득점 지원 3점 이하’만 159경기
올 시즌도 방어율 2.34에 14승…토론토전서 ‘와르르’


시애틀 매리너스의 ‘고독한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28·사진)는 올 시즌 지독한 불운에 시달리고 있다. 올 시즌 33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방어율 2.34를 기록하고 있지만 14승(6패)만을 올리는데 그치고 있다. 특히 19일 LA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는 에르난데스의 불운을 대표하는 사례다. 이 경기에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확정지은 에인절스는 주전 선수들을 모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켰다. 게다가 상대 선발인 에인절스의 웨이드 르블랑은 올 시즌 1승도 없이 방어율 6.88을 마크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리너스의 일방적인 승리가 예상된 경기였다.

에르난데스는 7회까지 삼진을 11개나 잡아내며 3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했지만 팀 타선이 터지지 않아 끝내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매리너스는 에르난데스가 물러난 후 9회초 로건 모리슨의 3점 홈런에 힘입어 3-1로 승리했다.

이처럼 에르난데스가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은 경기에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 것은 4번째다. 1점만을 내준 경기에서는 4차례나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1차례 패전도 당했다. 2실점을 한 경기에서는 노 디시전과 패배를 각각 2차례씩 기록했다. 에르난데스가 나올 때마다 이상하리만큼 매리너스 타선을 철저히 침묵을 지켰다.

올 시즌뿐만이 아니다. 에르난데스가 데뷔한 이후 한 경기에서 10개 이상의 삼진을 뽑아내며 무실점으로 역투하고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경우는 무려 16번이나 된다. 메이저리그 역대 투수를 살펴보면 같은 조건에서 탈삼진왕 놀란 라이언은 19번이나 불운을 겪었다. 그 뒤를 크리스 쇼트(18번), 바이다 블루(17번)가 이었고, 에르난데스는 제이크 피비와 함께 역대 공동 4위에 랭크됐다.

타선과의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통계도 있다. 에르난데스가 지금까지 등판한 경기는 302번인데 그 중 절반이 넘는 159경기에서 매리너스 타선은 3점 이하의 득점을 올렸다. 이 부문에서 존 매틀랙(54.1%)과 스티브 로저스(52.7%)만이 52.6%인 에르난데스(52.6%)보다 더 불운한 투수로 남아 있다.

1970년대 활약했던 매틀랙은 투수 친화적 구장으로 유명한 셰이스타디움을 홈으로 사용하는 뉴욕 메츠의 간판 투수였다. 1974년엔 완봉승을 무려 7차례나 기록할 만큼 위력적인 공을 던졌지만 그해 매틀랙의 성적은 13승15패에 그쳤다. 이후 매틀랙은 메츠를 떠나 텍사스 레인저스로 둥지를 옮겼지만 역시 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로저스는 1973년 데뷔해 1985년 은퇴할 때까지 몬트리올 엑스포스에서만 뛰었다. 초창기 때는 팀 성적이 부진했지만 엑스포스는 1979년부터 6년 연속 5할 승률을 넘겼다. 1973년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뽑혔던 로저스는 이듬해 15승22패로 리그 최다 패전의 불명예를 안았다. 1975년에는 완봉 3차례를 포함해 12번이나 완투하고도 11승12패에 그쳤다. 다음 해에는 방어율 3.21을 기록하고도 7승17패에 그쳐 생애 두 번째로 리그 최다 패전의 멍에를 짊어졌다.

놀란 라이언도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에서 활약하던 초창기에는 타선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가 마운드에 올랐을 때 에인절스 타선이 올린 점수는 경기당 평균 2.93에 불과했다.

매리너스의 실낱같은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 24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 출전한 에르난데스는 4.2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다. 2-1로 앞선 5회말에만 7점을 빼앗기며 고개를 숙였다. 매리너스는 25일에도 토론토에 0-1로 패하며 최근 5연패를 당했다. 시즌 전적 83승75패를 기록, 와일드카드 2위를 달리고 있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격차가 3경기차로 벌어져 사실상 탈락이 확정됐다. 유난히 심했던 에르난데스의 불운만 아니었다면 매리너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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