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ML 최다승’ 투수 허드슨 “은퇴 시기? 나도 몰라”

입력 2014-09-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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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허드슨. 동아닷컴DB

[동아닷컴]

투수 나이 서른 아홉이면 은퇴를 고려하거나 이미 은퇴했을 나이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선발투수 팀 허드슨(39)은 26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올 시즌 총 31경기에 선발등판해 9승 13패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 중이다. 투구 이닝(189.1이닝) 또한 젊은 선수들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올 해로 메이저리그 경력 16년째인 허드슨은 26일 현재 빅리그 통산 214승을 기록 중이다. 빅리그 현역투수 중 200승 이상을 달성한 이는 허드슨을 포함 총 3명으로 뉴욕 양키스의 C.C. 사바시아(208승)와 뉴욕 메츠의 바톨로 콜론(202승)이 있다.

하지만 기록에서 보듯 허드슨의 승수가 가장 높다. 또한 허드슨은 빅리그 데뷔 후 ‘가장 꾸준한 투수’로 손꼽힐 만큼 기복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허드슨은 빅리그 데뷔 첫 해였던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승수가 패보다 더 많았다.

미국 조지아 주(州) 출신인 허드슨은 고3 시절 12승 1패 평균자책점 1.78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당시 스카우트들에게 ‘투수를 하기에는 신체조건(180cm 73kg)이 왜소하다’는 이유로 프로는 물론 4년제 대학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2년제 대학에 진학한 허드슨은 마치 지명을 받지 못한 울분을 토해내듯 대학 첫 해에 10승 2패 평균자책점 2.76의 호성적을 기록한 것은 물론 타율 0.385 9홈런 42타점을 기록해 타자로서의 가능성도 입증했다.

대학 2학년 때의 성적은 더 좋다. 당시 허드슨은 15승 2패 평균자책점 2.97의 성적을 올렸고, 타자로는 타율 0.396 18홈런 95타점을 기록했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성적으로 입증한 허드슨은 결국 1997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에서 오클랜드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고 단 2년 만인 1997년 6월 빅리그에 데뷔하는 기염을 토했다.

빅리그 데뷔 첫 해에 11승 2패의 성적을 기록한 허드슨은 2년 차였던 2000년에는 자신의 빅리그 커리어하이인 20승 6패를 달성하며 단숨에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허드슨은 2005년 애틀랜타로 트레이드 된 이후에도 매년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리그 최정상급투수이자 가장 꾸준한 투수로 위용을 떨쳤다.

하지만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2008년 8월 오른쪽 토미 존 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것. 하지만 허드슨은 포기하지 않았고 긴 재활과정을 거쳐 2010년 시즌 17승 9패 평균자책점 2.83의 호성적을 거두며 재기에 성공했다.

팀 허드슨. 동아닷컴DB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현역 메이저리그 최다승 투수인 허드슨을 최근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허드슨과의 일문일답.

-시즌 막바지인데 최근 몸 상태는 어떤가?

“불평할게 없을 만큼 아주 좋다. 게다가 우리팀이 이번 달에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도 매우 고무적이다. 지금의 기세를 잘 이어가 좋은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마치고 싶다.”

-빅리그 경력 16년째로 통산 214승을 기록 중이다. 성공비결을 꼽자면?

“빅리그에 데뷔한 뒤 지난 16년간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려 했고 아울러 등판하는 매 경기마다 상대팀 선수들에 대한 분석과 그들을 상대할 준비를 철저히 했던 것을 성공비결로 꼽을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꾸준한 실력을 유지하기 위한 개인적인 훈련과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규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시즌 초에 세웠던 계획은 어느 정도 달성했나?

“승수나 평균자책점 등의 개인적인 기록은 세우지 않는 편이다. 대신 시즌 내내 꾸준히 등판할 수 있도록 체력적인 면이나 정신적인 면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며 집중한다. 이런 식으로 매 경기 준비를 잘하면 성적은 당연히 따라오기 때문이다.”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를 모두 경험했다. 양대리그의 차이점을 꼽자면?

“두 리그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야구를 추구한다. 우선 아메리칸리그에는 내셔널리그와 달리 지명타자 제도가 있다. 투수도 타격을 하는 내셔널리그는 번트와 도루 등 작전을 자주 펼치는 스몰볼을 추구한다. 이에 반해 아메리칸리그에는 잦은 작전이 없는 대신 힘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투수가 한 순간 방심하면 대량실점을 허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투수에게는 내셔널리그가 좀 더 편할 수 있겠다.

“꼭 그렇지 많은 않다. 내셔널리그가 아메리칸리그에 비해 파워는 떨어지지만 대신 번트와 도루 그리고 작전을 많이 하는 등 전형적인 야구스타일을 추구하기 때문에 투수 입장에서는 주자가 있을 때 아메리칸리그보다 더 신경을 더 써야 하는 단점이 있다.”

-어렸을 적 좋아했던 팀과 롤모델은 누구였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애틀랜타를 무척 좋아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그들의 경기는 빼놓지 않고 챙겨보며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90년대를 풍미했던 애틀랜타의 투수 그렉 매덕스(48)와 존 스몰츠(47)를 가장 좋아했다. 그렇게 좋아했던 팀에서 내가 9년간이나 뛸 수 있어 매우 감사하고 행복하게 생각한다.”

팀 허드슨. 동아닷컴DB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야구시즌은 길다. 게다가 이동거리도 엄청나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비롯한 대다수 빅리그 선수들은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쉬는 날은 거의 다 휴식을 취한다. 그렇지 않으면 긴 시즌을 건강하게 마칠 수 없기 때문이다.”

-빅리그에서 많은 타자를 상대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이는 누구인가?

“지난 16년간 정말이지 많은 타자를 상대했다. 하지만 빅리그에는 실력이 뛰어난 훌륭한 타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한 명을 콕 집어 말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야구는 매우 상대적인 경기이다. 투수가 잘 던져도 타자가 더 잘 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나 같은 경우는 특정타자보다는 내가 등판한 날 얼마나 상태타자들에 대한 분석과 대비를 잘했는가 그리고 그날 내 컨디션이 얼마나 좋은가에 따라 상대하기 어려운 타자가 많거나 또는 없는 것 같다.”

-야구를 시작한 뒤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였나?

“지금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나는 야구를 하는 동안은 항상 그리고 가장 행복하다. 그만큼 야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언제 유니폼을 벗고 은퇴할지 모르지만 하루라도 더 야구를 통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

-야구선수들은 징크스가 많다. 당신도 그런가?

“야구선수들은 저마다 경기를 준비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루틴(행동양식)이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런 과정을 가리켜 징크스나 미신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경기를 잘 준비하기 위한 반복된 과정일 뿐이다.”

-당신도 별명이 있는지 궁금하다.

“특별한 건 없다. 동료나 지인들은 내 이름을 줄여 ‘허디(Huddy)’라고 부른다.”

-훗날 당신과 같은 빅리그 투수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빅리그에 진입하려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런 과정에서 다양한 실패도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실패했을 때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야구는 생각보다 결코 쉽지 않은 경기이기 때문이다. 실패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고 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과 샌프란시스코 팬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나와 우리팀을 응원해주는 한국 팬들에게 감사한다. 정규시즌을 좋은 성적으로 마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서도 선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응원을 부탁한다. 고맙다.”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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