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 어머니 “금메달 걸린 경기 차마 못 봤어요”

야구대표팀 황재균. 스포츠동아DB

한국 최초 AG 母子 금메달리스트…아들에 축하

“(황)재균이한테 전화해서 소리만 질렀네요(웃음). 정말 기쁘고요. 집에 돌아오면 원하는 건 뭐든 해주고 싶어요.”

2014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황재균(27·롯데·사진)은 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결승전 4-3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8회 2사 2·3서 황금 같은 2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그러나 황재균 어머니 설민경(54) 씨는 아들이 한국의 금메달을 결정짓는 순간을 보지 못했다. “그 시간에 빨래하고, 청소하고, 책 보고 그랬다”는 게 설 씨의 고백이었다.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니다. 금메달이 걸린 경기를 치르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차마 아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설 씨는 19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테니스 여자단체전 금메달리스트다. 설 씨는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했지만 금메달을 따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금메달 결정전의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 32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합숙에 들어가는 아들에게는 “부상당하지 말고 최선을 다 하라”며 담담하게 당부해놓고, 정작 경기를 보지 못한 이유다. 설 씨는 친척집에서 한달음에 내려와 기뻐하는 아버지 황정곤 씨의 고함소리를 듣고서야 TV를 통해 아들의 모습을 봤고, 참아온 눈물을 왈칵 터트렸다.

사실 설 씨는 황재균이 야구하는 것을 가장 반대했던 사람이었다. 어릴 때 워낙 공부를 잘 했고, 운동선수의 고달픔을 잘 알기에 극구 말렸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었다. 후회는 없다.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꿈을 이뤄낸 아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설 씨는 한국 최초 아시안게임 모자(母子) 금메달리스트라는 얘기에 “주변에서 최초라고 말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며 웃고는 “아들이 금메달을 따 정말 기쁘다. 또 고맙다. 집으로 돌아오면 원하는 건 뭐든지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황재균뿐 아니다. 그는 금메달을 일군 ‘국가대표 아들들’을 향해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엄마이자 국가대표 선배의 진심을 어린 축하였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