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정체가 오히려 개성, 융합형 IT기기 ‘봇물’

조금이라도 튀지 못하는 제품이라면 그대로 잊혀져 버리는 것이 지금의 IT시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자사 제품이 복수의 요소를 융합, 최대한 많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일부 제품의 경우, 딱히 이를 뭐라고 분류해야 할지 애매한 경우도 있다. 튀기 위해 오히려 정체성을 흐릿하게 만들어야 하는 아이러니다.

노트북? 태블릿? 두 형태 오가는 ‘투인원’ PC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PC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반 노트북과 태블릿PC의 형태를 오가며 쓸 수 있는 투인원(2 IN 1) 형식의 제품을 삼성전자, LG전자, 에이수스, 레노버 등 거의 대부분 제조사에서 내놓고 판매 중이다. 삼성전자의 ‘아티브탭7’과 같이 화면과 키보드가 분리되는 형태, LG전자의 ‘탭북’과 같이 키보드를 덮은 화면을 밀어 올려 모습을 전환하는 형태 등 구성도 다양하다.

SSD 속도와 HDD 용량 결합한 저장장치, ‘SSHD’

PC의 외형뿐 아니라 내부 역시 기능 융합이 한창 진행 중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저장장치 부분이다. 기존의 PC는 저장 용량이 큰 대신 속도가 느린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탑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PC는 이보다 훨씬 속도가 빠른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탑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만, SSD는 같은 용량의 HDD에 비해 10배 가량 비싼 것이 흠이다.

이 때문에 기존 SSD와 HDD의 특성을 융합한 저장장치도 보급이 진행 중이다. ‘SSHD(솔리드 스테이트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라고 하는 이 장치는, HDD의 핵심 부품인 자기디스크에 SSD의 플래시메모리를 모두 갖춘 것이 특징이다. 기본적인 데이터는 HDD 부분에 저장하므로 고용량을 쓸 수 있으면서, 자주 쓰는 데이터는 SSD 부분에 자동 저장, 부팅 속도나 프로그램 속도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용량 대비 가격은 일반 HDD에 비하면 조금 높지만, SSD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대표적인 SSHD 제조사인 씨게이트는 최근 4TB 용량의 SSHD를 출시한 바 있다.

스피커 + 충전용 배터리 + MP3 융합은 기본, 여기에 ‘플러스 알파’

음향기기 부분 역시 기능 융합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다. 이런 경향은 특히 휴대성과 편의성이 중시되는 모바일 친화 제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신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휴대용 스피커 분야는 단순한 스피커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아이담테크의 ‘슈퍼붐(Super-Boom)’은 일단 블루투스 방식의수선 스피커로 분류되지만, 그 외에도 스마트폰을 스피커 본체에 접촉하면 간단히 등록 연결이 되는 NFC 기능, 메모리카드를 꽂아 구현하는 MP3 플레이어 기능, 모바일 기기를 충전하는 배터리 기능도 갖췄다. 그 외에 PC와 USB로 연결하면 충전과 동시에 PC용 USB 스피커 및 메모리카드 리더로도 쓸 수 있으며, 스피커 앞쪽 전체에 춤추듯 점등하는 LED를 넣어 시각적 효과도 극대화했다.

케이디웨이의 ‘1박2일 KD-1’은 캠핑에 특화된 종합 선물세트를 지향하는 제품이다. FM 라디오 겸 MP3 플레이어, 모바일 기기 연결(유선)용 스피커, 그리고 외부기기를 충전하는 배터리 및 캠핑장에서 요긴한 LED 랜턴으로도 쓸 수 있다. 기기 충전은 외부전원 연결 외에 태양열로도 할 수 있어 아웃도어용으로 요긴하다.

헬스케어 기능까지 담은 블루투스 헤드셋도 ‘눈길’

헤드셋 역시 다양한 기능의 융합에 적극적이다. GT텔레콤의 ‘모비프렌 GBH-S700’은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의 음악을 듣기 위한 블루투스 무선 헤드셋이지만, 단순한 스마트폰 연결 기능 외에 헤드셋에 메모리 카드를 삽입, 단독 MP3 플레이어로도 이용이 가능하며, 스피커 기능을 통해 이어폰을 꽂지 않고도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 외에도 만보기 기능과 모바일 앱과 연동 기능을 갖추고 있어 체계적인 운동을 도와주며, SMS나 카카오톡의 메시지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 스마트폰 카메라 리모컨 기능 등 폭넓은 부가기능을 제공한다.

서울에서 IT기기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훈 씨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3~4년 전만 해도 수치적인 사양(spec)이 높은 제품이 잘 팔렸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제품의 사양이 상향 평준화되어 사실 어떤 제품을 고르더라도 기본적인 성능은 비슷하다”며 “부가기능과 편의성을 조화시킨 제품, 특히 모바일 기기와의 연동이 원활한 다기능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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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