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선수 근육 적출…민·형법상 손배책임·상해죄”

입력 2014-10-1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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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과학자·법조계 등 비난의 목소리

한체대 염동철(46) 교수(전 여자역도대표팀 코치)의 2009년 박사학위 논문 실험 과정에서 역도선수들의 동의 과정 없이 근육 적출 생체 실험이 실시됐고, 논란이 불거지자 염 교수가 이를 은폐하려는 시도까지 했다는 스포츠동아 보도(14일자 6면)에 대해 대한역도연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당시 실험대상이 된 18명 중에는 2014인천아시안게임 대표선수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은 더 컸다. 대한역도연맹 최성용 회장은 14일 “의혹이 사실이라면 보통일이 아니다. 한체대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역도선수들이 대거 피해를 입었다면 연맹 차원의 조사도 고려해볼 수 있다.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한체대는 이미 생체실험 건으로 교육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향후 국정감사에서도 이 사안이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체대의 자체 진상 조사와 연구윤리위원회 회부 등의 노력은 미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체대 관계자는 “19개월 동안 총장이 공석이라 학교가 혼란스러운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귀띔했다.

스포츠과학자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스포츠생리학자는 “실험 시점(2009년)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하위 법령 전부 개정안 시행(2013년 2월) 이전이기는 하지만, 이는 학자적 양심의 문제다. 연구윤리란 피검사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만약 막연한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제관계 등 취약한 여건에 놓인 피검사자의 경우엔 그 동의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은 민·형법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 관계자는 “동의 없이 이뤄진 근육 적출 행위는 형법 제257조 상해죄에 해당하며, 설령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동의는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 위법성이 조각되지 아니하므로 여전히 형법 제257조 상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어 “교수가 선수에게 충분한 설명을 한 후 동의를 받았다고 해도 상하질서가 엄격한 체대 문화 내에서 근육 적출 행위에 대한 부동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 적법한 동의로 인정되지 아니할 여지가 있다. 이 경우 선수들은 교수를 상대로 민법 제750조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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