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SK 지휘봉을 내려놓은 전임 이만수 감독(오른쪽)이 이임식에 참석해 SK 선수들과 작별의 악수를 나눴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이만수 “좋은 관례 만들어줘 감사하다”
시작만큼이나 창대한 마지막이었다. SK 이만수(56) 전 감독이 팬들과 선수들에게 공식적인 작별 인사를 건넸다. 구단이 직접 마련한 이별의 행사를 통해서였다.
SK는 2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제5대 김용희 감독 취임식에 앞서 떠나는 이 전 감독의 이임식도 함께 열었다. 프로야구단이 감독의 취임식과 이임식을 동시에 개최한 것은 삼성이 선동열 감독에서 류중일 감독으로 사령탑을 교체하던 2010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이만수 전 감독은 2007시즌부터 김성근 전 감독을 보좌해 SK의 수석코치를 맡았다. 2011시즌 중반 김 전 감독의 중도퇴진과 함께 감독대행 자리에 앉았고, 2012년 정식 계약을 맺고 3년간 팀을 지휘했다. SK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함께 한 것은 물론, 2012년에는 직접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올 시즌 막바지에는 최종전까지 끈질긴 4강 싸움을 하면서 SK의 끈기와 투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SK는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아름다운 마지막을 준비했다.
이만수 전 감독은 지난 8년간의 모습을 담은 기념 영상이 상영되는 동안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화면을 바라봤다. 이 전 감독의 아들 내외도 함께 해 자리를 빛냈다. SK는 영상이 끝나자 감사패와 사진앨범을 전달했고, 최창원 구단주는 직접 이 전 감독에게 행운의 열쇠와 꽃다발을 건넸다.
이 전 감독은 “떠나는 사람은 말없이 조용하게 가야 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이임식을 하게 돼 당황하기도 했다. 좋은 관례를 만들어준 구단에게 감사드린다”며 “선수들이 지난 두 달 간 강인함과 투지를 보여줘서 마지막까지 기적을 보여준 것도 고마웠다. 이런 선수들과 함께 했다는 것이 참 행복했다”고 말했다. 또 “포기하지 않는 자세로 임한다면 분명히 SK가 최고의 명문 구단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뒤에서 계속 성원하겠다”고 말했다.
인천|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