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 우주의 공백을 상상력으로 채우다

입력 2014-10-2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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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아름다운 작품을 온몸으로 체험한 기분이었다.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도 짧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인셉션’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인터스텔라’로 귀환했다. 이번에는 지구도 모자라 우주를 자신의 세계로 끌어 들었다.

‘인터스텔라’는 28일 아침 CGV용산에서 35mm필름과 아이맥스 상영관을 통해 국내 취재진을 만났다. 이날 이른 시간임에도 영화를 보기 위해 발걸음한 취재진으로 상영관이 가득차 그 인기를 실감케했다.

영화는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이 발표한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웜홀을 이용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토대로 희망을 찾아 우주로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스토리의 중심은 일찍이 아내를 병으로 잃은 후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쿠퍼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과거 테스트 파일럿이자 수리공으로 일하다 농부가 된 쿠퍼. 그는 어느 날 태양계 너머에 있는 ‘그들’의 부름에 따라 우주로 향한다. 그가 떠나는 이유는 단 하나, 사랑하는 두 아이들 톰과 머피의 미래를 위해서다.

쿠퍼가 지구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광활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놀란은 웜홀과 블랙홀 등 우주를 자신이 창조한 모습으로 그려냈다. 밝혀지지 않은 과학의 공백을 상상력으로 채운 것. 신비로운 그래픽 영상은 3D 안경이나 4D 좌석 없이도 마치 우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보는 것만으로도 인물들이 느끼는 순간을 관객들이 생생하게 전달받도록 돕는다.

여기에 음악 감독 한스 짐머의 웅장한 사운드가 덧입혀져 리얼리티를 완성한다. 튀지 않으면서도 영상과 어우러지는 음악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배우 군단에도 빈틈이 없다. 주인공 쿠퍼는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매튜 맥커너히가 연기했다. 그는 쿠퍼를 통해 전 세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부정(父情)을 표현한다.

특히 딸이 보낸 영상을 확인하는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맥커너히는 클로즈업된 표정만으로도 눈시울을 자극한다. 여러 외화가 국내 관객들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었던 ‘정서의 차이’까지 가족애로 초월하는 것.

놀란 감독이 맥커너히에 대해 “이 인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배우는 단 한명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우리가 쿠퍼 역을 위해 찾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표현했을 정도.

매튜 맥커너히와 함께 주목할 만한 배우는 앤 해서웨이다. 그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캣 우먼에 이어 두 번째로 놀란과 재회했다. 그는 아버지를 지구에 두고 우주행을 결심하는 아멜리아 브랜드 박사 역을 맡았다. 해서웨이는 모험심이 강한 과학자이자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잘 연기했다.


이밖에도 대표적인 ‘놀란 사단 배우’ 마이클 케인을 비롯해 제시카 차스테인, 케이시 애플렉, 웨스 벤틀리, 토퍼 그레이스 그리고 맷 데이먼 등이 출연했다.

영화 중후반부로 갈수록 ‘놀란스러운’ 철학적인 전개는 점점 심오해지고 인물들의 갈등도 극에 달한다. 이 때문에 개봉 후 관객들 사이에서는 ‘인셉션’과 같이 놀란이 던진 질문에 대한 해석 논쟁이 뜨거워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굳이 머리 아프게 파고들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 영화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펜을 내려놓고 즐길 가치가 있기 때문. 화려한 영상미와 귀를 압도하는 음향은 보너스다.

우주를 가지고 논 놀란의 다음 놀이터는 어디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인터스텔라’는 11월 5일 자정 24시 35mm 필름과 아이맥스, 2D 디지털, 4D 등 상영 방식으로 개봉. 러닝타임은 169분이며 12세 이상 관람가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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