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최대 보드게임 축제, '에센 박람회 2014'를 엿보다

입력 2014-11-05 1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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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 보드게임 박람회(이하 에센 박람회)’는 세계에서 가장 큰 보드게임 박람회입니다. 공식적으로는 ‘슈필(Spiel)’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슈필(Spiel)은 독일어로 ‘Game’, ‘Play’의 뜻을 가지고 있지요. 이 박람회는 매년 10월 독일 ‘에센(Essen)’에서 열려 ‘에센 박람회’(Essen Fair) 또는 ‘에센’(Essen)으로 불리곤 합니다. 올해로 32회째를 맞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행사입니다.



물론, 보드게임을 선보이는 국제 박람회는 독일의 뉘른베르크 장난감 박람회(Nuremberg Toy Fair), 프랑스의 깐느 국제 게임 페스티벌(Cannes International Game Festival), 북미의 젠콘(Gen Con) 등으로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에센 박람회’는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박람회로 유명합니다.

에센 박람회에 참여하면 유명 보드게임 디자이너와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고, 막 출시된 보드게임 및 출시 예정인 보드게임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에센 박람회에서만 배포하는 한정판 보드게임도 있습니다. 중고 보드게임 거래상이나 벼룩시장에서는 절판된 보드게임을 만나볼 수도 있습니다. 많은 보드게임이 제공되는 만큼,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작년에는 15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했습니다.

또한, 에센 박람회는 기업과 기업 사이에 신작 정보를 공유하고 거래도 하는 비즈니스의 장입니다. 에센 박람회에서는 800여종의 신작 보드게임이 공개되는데요, 여기서 소개된 신작 보드게임들은 유럽, 미국, 중국, 한국 등 전 세계에 판매됩니다. 한국에서는 코리아보드게임즈와 같은 유통사를 통해 한글화되어 국내 게이머들에게 소개되고 있지요.

2014 에센 박람회 현장

2014 에센 박람회는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됐으며, 41개국 832개 업체가 참가해 총 850개의 신작 게임을 선보였습니다. 전시 면적은 5만 8,000 평방미터에 달해, 하루에 모든 전시장을 둘러보기는 어려울 정도의 규모입니다. 참가 업체들은 각종 게임들을 체험할 수 있는 시연 부스를 마련해 두었는데요, 수십 개의 테이블을 두고 보드게임을 소개하는 대형 업체부터 자그마한 테이블 하나가 전부인 조촐한 부스까지 매우 다양했습니다.


각 부스에는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예를 들면, 보드게임 ‘카르카손’을 겨루는 독일 대회 및 세계 대회가 열렸습니다. 올해는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34명의 참가자가 실력을 겨루었습니다. 독일 대회에서는 13세 소녀부터 60세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가했습니다. 에센 박람회에서는 3대가 함께 관람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이 곳에서 보드게임은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었습니다.

보드게임 체험뿐만 아니라 판매도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소매상이나 중고 보드게임 판매점들, 보드게이머와 보드게이머 사이에서 많은 보드게임이 거래됩니다. 다양한 주사위나 보드게임 말, 캐릭터 상품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에센 박람회가 열리는 기간에는 시내 곳곳에서 보드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호텔 로비에서도 서로 모여 보드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에센 박람회가 보드게이머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2014 에센 박람회 한국공동관

이번 에센 박람회에는 (사)한국보드게임산업협회 회원사 4개 업체(코리아보드게임즈, 행복한바오밥, 젬블로, 우보펀앤런)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 하에 한국관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코리아보드게임즈의 경우, 2007년부터 매년 에센 박람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에센 박람회에서 국내에 소개할 해외 보드게임 발굴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보드게임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4년 코리아보드게임즈는 ‘코코너츠 듀오’, ‘그랜드 슬램’, ‘컬러풀 세렝게티’, ‘아브라카 왓’, ‘잘그락 왕국’을 선보였습니다. ‘아브라카 왓’과 ‘잘그락 왕국’은 게임 출시 이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보드게임입니다. 에센 박람회 기간에는 워낙 많은 게임들이 소개되기에, 보드게임 전문 잡지나 커뮤니티에서 평가단을 꾸려 에센 박람회 보드게임 정보와 평점을 관람객들에게 제공합니다. 많은 커뮤니티와 매체들이 ‘아브라카 왓’과 작가 김건희 씨, 일러스트레이터 마리 까두아(Marie Cardouat)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코리아보드게임즈가 이번에 선보인 신작 ‘아브라카 왓’, ‘잘그락 왕국’, ‘그랜드 슬램’, ‘코코너츠 듀오’ 등은 판매 이틀 만에 전량 소진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에센 박람회에서의 좋은 평가는 해외 시장 개척에도 도움이 됩니다. 가령 2012년 에센 박람회를 통해 선보였던 ‘파라오코드’는 독일과 프랑스 등 1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2013년 출품한 ‘코코너츠’는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 16개국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올해 선보인 ‘아브라카 왓’과 ‘잘그락 왕국’도 마찬가지로 수출 성과가 기대되는 게임입니다.


독일 게임상(Deutscher Spielepreis) 시상식

전 세계에서 보드게임 산업의 주요 국가를 손꼽자면 독일과 미국입니다. 미국은 상업 보드게임이 시작된 나라이자 ‘모노폴리’, ‘젠가’, ‘클루’ 등으로 대표되는 보드게임의 주요 시장이지요. 독일은 1990년대부터 보드게임 산업이 급성장해 ‘독일식 보드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낸 저력이 있는 시장입니다. ‘카탄의 개척자’ 이후 특색 있고 다양한 유명 보드게임들이 독일에서 출판돼 전세계로 전파됐습니다.

독일식 보드게임은 ‘모노폴리’로 대표되는 미국의 보드게임과 구성이 다릅니다. 미국식 보드게임이 운과 극적 요소가 많다면, 독일식 보드게임은 전략성을 강조하는 특성을 지닙니다. 플레이어들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최선의 결과를 내고자 노력합니다. 플레이어가 게임 중간에 파산하거나 도태되는 경우가 드문 것도 독일식 보드게임의 특성 중 하나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이런 구분이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컨셉의 게임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이 보드게임 시장에서 가지는 위치가 아주 크기 때문에, 독일 내의 보드게임 상 역시 중요하게 평가 받습니다. 영화계에서 아카데미 상이 갖는 위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독일 내에서는 ‘올해의 게임상(Spiel des Jahres)’과 ‘독일 게임상(Deutscher Spielepreis)’이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유명합니다. 올해의 게임상(SDJ)이 첫 손에 꼽히고, 독일 게임상(DSP)이 그 다음입니다. 올해의 게임상은 가족 보드게임 중심으로 대중적인 성향의 보드게임이 주로 수상하며, 독일 게임상은 전략적이고 혁신적인 게임 시스템을 가진 보드게임이 수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일 게임상 역대 수상작 중에는 ‘카탄의 개척자’, ‘카르카손’, ‘7원더스’, ‘도미니언’, ‘아그리콜라’ 등이 유명합니다. 독일 게임상은 독일 내에서 접근 가능한 게임들을 대상으로 보드게임 관련지 기자, 동호회 투표를 통해 선정되며, 에센 박람회 기간에 맞춰 시상식을 갖습니다.


올해 독일 게임상 시상식은 에센 박람회장인 메세 에센(Messe Essen)에서 10월 15일에 열렸습니다. 독일 게임상 시상에 앞서 ‘황금 깃털 펜 상(Essener Feder)’이 수여됐습니다. 황금 깃털 펜 상은 최고의 룰북을 평가해 수여하는 상으로, 에센 시장이 직접 시상자로 나섰습니다. 황금 깃털 펜 상은 볼프강 크라이머(Wolfgang Kramer)의 아브룩센(Abluxxen/Linko!)이 수상했는데, 볼프강 크라이머 씨는 독일 최초의 전업 보드게임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독일 게임상 10위 수상작의 보드게임 작가 및 관계자들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스플렌더(Splendor), 카베르나(Caverna), 러브레터(Love Letter) 등이 차례로 소개됐습니다. 독일 게임상 본상에 해당하는 가족/어른 부문에는 ‘러시안 레일로즈(Russian Railroads)’가, 어린이 부문에는 ‘파이어 드래곤(Fire Dragon / Feuerdrachen)’이 수상했습니다. 러브레터의 작가인 세이지 카나이(Seiji Kanai, 일본)는 4위에 올랐는데요, 세이지 카나이 씨는 동양인 보드게임 작가 중 독일 게임상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 됐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아브라카 왓’의 김건희 작가, ‘잘그락 왕국’의 김기웅 작가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니, 앞으로는 한국 보드게임 작가들의 선전도 기대해 볼 만합니다.

글 / 독일 에센 코리아보드게임즈 이병찬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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