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균 코치 “최강희 감독? 섬세한 남자, 밀당 고수”

입력 2014-11-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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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의 통산 3번째 우승을 이끈 박충균(왼쪽), 최은성 코치가 10일 성남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동아와 인터뷰를 했다. 두 코치는 최강희 감독의 핵심 참모로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열정을 쏟아 부었다. 성남|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 전북 박충균·최은성 코치가 말하는 우승-전북-최강희 감독


전북현대가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정상을 밟았다. 2009년과 2011년에 이은 통산 3번째 우승이자, 구단 창단 20주년의 값진 수확이다. 묵묵히 음지에서 열과 성을 다한 이들이 있어 우승은 더욱 값졌다. 박충균(41) 코치와 최은성(43) 골키퍼 코치가 위대한 발걸음을 도운 조연들이다. 전북 최강희 감독도 “코치 모두가 한 마음으로 제자들을 이끌어준 결과”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스포츠동아는 2명의 조력자들을 만났다. 트레이닝복을 벗고 말쑥한 세미정장 차림으로 10일 경기도 성남의 한 카페에 나타난 둘의 모습은 낯설었지만, 사커토크는 내내 유쾌했다.


● 우승

최 “현역때도 못해 본 우승 평생 기억”
박 “올해 팀 보며 ‘한건 하겠다’ 예감”



최은성(이하 최)=모처럼 와이셔츠를 입었는데, 너무 불편한 거야. 일반인들은 이 많은 단추들을 언제 다 끼우고 출근하나 싶어. 하긴, 박(충균) 선생은 잘 생겼고, 패션감각도 있으니….


박충균(이하 박)=아이고, 왜 그러세요. 아주 번듯하고 말쑥한데요. 뭘.


최=그나저나 우리가 올 시즌 좋은 결과를 내서 다행이지, 현역 때 우승트로피를 한 번도 품에 안지 못했잖아. 대전에서 2001년 FA컵 우승할 때도 부상으로 시상대에 서지 못했고. 지도자 첫 우승이라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


박=맞아요. 우승은 하늘이 점지해준다잖아요. 운도 따라야 하고, 그만한 실력도 갖춰야 하는데 올해 우리 선수들을 보면 ‘한 건 하겠다’ 싶었죠. 막상 빠르게 현실이 되니 책임감도 생기고, 내년은 어떻게 할지 고민도 되고.


최=정말 박 선생의 역할이 컸어. 빈틈없이 세밀하게, 또 꼼꼼하게 업무를 해줬으니. 아마 나라면 못했을 거야. 훈련 준비하는 거 보면 얼마나 놀라운지. 박 선생 은퇴 무렵, 대전에서 함께 뛸 때 몰랐던 세세함이 대단해.


박=에이, 누구나 하는 겁니다. 자리가 제게 요구하는 부분이니까요. 외부에 있을 땐 잘 몰랐는데, 여기에 와보니 우리 팀만의 색채가 느껴져요. 그것도 아주 강렬하게.


● 전북

최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는 기회의 팀”
박 “문화·성적, 뭐든 선도해야 하는 팀”



최=그렇지. 전북은 명문의 기반을 확고히 닦았고, 정상에 오른 팀이잖아. 이제는 이를 어떻게 지켜갈지가 관건 아니야?


박=전북은 뭐든 선도해야 하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문화와 분위기부터 달라야 하죠. 물론 성적도 좋아야 하고. 최근 6년간 3차례 우승인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없었잖아요. 2006년에 이어 아시아를 제패해야죠.


최=선수들에게는 기회의 팀이기도 해. 나부터 그랬고, (김)남일이와 (이)동국이도 끊임없이 꿈을 꾸고 있잖아. 미처 이루지 못했던 무엇(우승)을 이룰 수 있기도 하고.


박=전북이 이토록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꼭 알고 싶었죠. 그렇게 식구가 됐는데, 아쉬운 부분도 있었어요. 이적생들이 많다보니 일체감이 부족해 보였죠. 가족 의식을 심어주려 했어요. 이 자리에는 없는 김상식 선생도 많은 노력을 했어요. 선수들이 잘 받아줬죠.


최=전북도 대전처럼 밑바닥부터 다져온 팀이잖아. 아픔도, 위기도 있었기에 더욱 단단한 팀이 됐고. 난 골키퍼만 했고, 박 선생은 수비부터 공격수까지 전 포지션을 다 오갔지만 그 경험부터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룬 것 같아. (최강희) 감독님 이하 코치진 모두가.


● 최강희

최“최강의 승부욕…훈련도 최강이죠”
박“선수들 일거수일투족 꿰는 섬세남”



박=정말 묘한 매력을 갖고 계신 분이죠. 자신의 편으로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죠. 제자들과 ‘밀당(밀고 당기기)’도 잘하시고. 수원삼성에서 코치와 선수로 함께 해봤잖아요. 그 때도 그러셨어요. 물론 훈련이 좀 많았지만.


최=승부욕도 정말 강하신데, 내기 당구를 쳐도 꼭 이기려 하시잖아. 친분은 친분, 승부는 승부. 이겨야 희열을 느끼시나. 하긴, 경기 준비를 봐도 알 수 있어. 그 모든 게 훈련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


박=그러면서도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꿰고 계시죠. 식사 자세, 표정에서 컨디션을 파악하시더라고요. 툭툭 던지는 말투로 오해할 수 있는데, 정말 섬세해요. 관찰을 아주 잘하시죠. 팀과 선수에 대한 관심도 강하고.


최=리더가 부드러우면 팀도 부드러워진다고. 그런 점에서 전북 선수들은 아주 강해. 리더부터 강하니까. 그저 환경만 보고 우리 팀에 왔다가 지쳐 쓰러질 수 있지.


박=훈련장에서 ‘적당히’는 있을 수 없죠. 100은 꼭 채워야죠. 제게도 그러신 걸 보면 지도자 평생을 그렇게 하셨던 것 같아요. 훈련 때 120을 해야, 실전 때 100이 나온다고 여기시니. 그래서 전북이 여기에 있나봐요. 9할의 노력, 1할의 운이 올해의 전북을 만들었어요. 좀더 트로피를 땄어야 했는데.


최=그건 싹 잊자고. 올해는 지났으니 내년을 기대해보자. 나도 더욱 빈틈없는 골문을 만들 테니, 박 선생도 완벽한 필드 라인업을 만들어줘.


박=걱정 말아요. 올해보다 훨씬 강한 팀이 재탄생할 테니.

성남|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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