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박해민. 스포츠동아DB
‘벙어리장갑.’ 글러브도 아닌, 배팅장갑도 아닌 벙어리장갑은 야구와 어울리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삼성 박해민(24)의 왼손에는 벙어리장갑이 껴있었다. 주루플레이를 할 때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도루를 하다 다친 손가락을 보호하기 위해 끼는 장갑이다.
박해민은 10일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벙어리장갑을 낀 자신에게 쏠리는 취재진의 관심이 부끄러운지 그저 웃기만 했다. 사실 벙어리장갑이라고 해도 특별제작된 건 아니다. 조금 두께가 있는 장갑일 뿐이다. 그도 “김태한 (투수)코치님이 다친 후에 주셨다”며 “주루플레이할 때 끼는데 딱딱하거나 그렇지 않다. 일반장갑이다”고 설명했다. 벙어리장갑의 존재는 훈련할 때 유용하다. 그러나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다친 손은 잊게 되서 장갑을 꼈는지, 안 꼈는지도 모른다”는 게 박해민의 얘기였다.
벙어리장갑뿐 아니다. 공수교대마다 해야 할 일도 있다. 공격할 때는 배팅을 위해 중지와 약지를 테이프로 묶고, 수비를 나갈 때면 글러브에 손을 넣기 위해 테이프를 벗긴다. 배팅을 할 때는 그나마 다친 손가락이 고정돼 괜찮지만 수비 때는 통증이 찾아온다. 그래도 박해민은 “괜찮다”고 했다. 그는 “4차전에서 한 타석에 들어섰는데 솔직히 (다친 손가락 때문에) 불안감이 있었는데 괜찮은 걸 보고 자신감이 붙었다”며 “경기에 들어가면 손가락 생각은 안 하게 된다. 그래서 괜찮다”고 했다.
박해민은 “헤드퍼스트슬라이딩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는 “도루할 때가 문제이긴 한데 막상 경기에 들어서면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할 것 같다”며 “몸에 밴 습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상황이 되면 언제든지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9일 훈련 모습을 보고 5차전에서 박해민을 7번 중견수로 선발출장시켰다. 그는 “웬만하면 나가라고 하셨고, 나 역시 괜찮아서 뛰겠다고 했다”며 “팀이 이기면 된다. 중요한 경기에서는 수비가 중요하니까 수비에 집중해서 열심히 뛰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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