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눈] 경험 많은 삼성…공격도, 수비도 여유가 넘쳤다

입력 2014-11-1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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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가 열렸다. 삼성이 넥센에 한국시리즈 4승 2패로 통합 4연패에 성공한 뒤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돌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5일 쉰 윤성환 호투…선발 우승키 입증
번트대는 나바로 등 선수들 헌신 돋보여
탄탄한 수비, 실책없이 우승 운명 결정


7전4선승제에서는 몇 명의 선발투수를 두는 것이 좋을까.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삼성 류중일 감독은 4명의 선발투수를 결정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와 같은 3명의 선발투수로 맞섰다. 최대한 팀의 장점인 공격을 강화하고 보름 이상 실전경기가 없는 삼성의 타격감각이 떨어졌을 때 일찍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생각이었으나 5차전을 넘어가면서 궤도 수정이 필요했다. 삼성은 4차전을 제외하고는 선발투수들이 호투했다. 시리즈를 유리하게 이끌어간 원동력이다. 포스트시즌을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한 선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또 한 번 입증했다.


● 윤성환의 호투와 나바로의 헌신

한국시리즈 2차전 등판 이후 5일 휴식을 하고 나온 윤성환은 6차전에서 또 한번 호투했다. 슬라이더와 빠른 공, 포크볼까지 완벽했다. 반면 3차전 등판 뒤 사흘을 쉬고 나온 오재영은 3회를 버티지 못했다. 2회까지 쉽게 아웃카운트를 늘리지 못하고 풀카운트 대결이 많았다. 넥센이 시리즈를 더 끌고 가려면 5회 이전까지 잘 버티면서 먼저 경기를 리드해 삼성의 물량공세를 막아야 했지만 먼저 4실점을 하면서 시리즈가 끝났다.

윤성환은 4점의 리드를 안은 4회를 잘 버틴 것이 이날 경기의 승패를 판가름 냈다. 1실점 이후 1사 3루에서 박병호와 강정호를 범타 처리한 대목이 6차전의 승부처였다. 삼성에게 7차전의 부담을 일찍 덜어준 3회 4득점은 채태인과 최형우의 적시타가 빛났지만 그 이전에 무사 1·2루에서 나온 나바로의 희생번트가 더 가치 있었다. 나바로는 정규시즌에 단 하나의 번트도 없었다. 나바로는 벤치의 지시가 없었지만 스스로 중요한 상황이라 판단했고 팀을 위해 희생했다. 시리즈 동안 타격감각이 좋지 못한 박석민도 번트를 했다.

이번 시리즈를 위해 삼성선수들이 멘탈 부분에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선수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4년 연속 통합우승이 가능했다. 이런 것이 우승 DNA다. 삼성에만 있고 다른 팀에는 없는 것이다.


● 버티는 힘에서 시리즈의 운명이 갈렸다

시리즈 전체를 돌아봤을 때 넥센은 3차전과 5,6차전의 결정적인 대목에서 실책이 나온 것이 뼈아팠다. 설상가상으로 이 실책은 대부분이 결승점으로 연결됐다. 힘의 균형이 팽팽할 때는 누가 얼마나 잘 버티느냐가 중요하다. 야구는 공수주의 경기지만 중요한 시리즈에서는 수비가 먼저다. 수비의 삼성과 달리 넥센은 공격에 방점을 뒀다. 삼성의 수비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플레이가 루틴처럼 보이게 했다. 그만큼 탄탄했다. 고비 때마다 실책 없이 잘 버텼다. 화려하지만 덜컹거리는 넥센의 수비와 비교됐다.


● 야구는 9회 2사부터…삼성의 경험이 만든 역전승

삼성은 3차전, 5차전에서 9회 2사 이후 역전승했다. 새삼 경험의 위력을 느끼게 했다. 두 경기의 역전승으로 시리즈의 운명이 갈렸다. 이미 3차례의 우승을 했고 지난 시즌 두산전에서는 먼저 3패를 하고도 역전해서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선수들은 팀이 뒤져도 조급하지 않았다. 마지막 한 번의 찬스를 기다렸다. 포기도 없었다. 먹잇감을 선택한 사자가 한 번의 공격을 하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고 끈질기게 기다리듯 삼성 선수들은 기다릴 줄 알았다. 이번 시리즈에서 넥센에는 없고 삼성에는 있는 유일한 것. 큰 경기의 경험이 주는 여유였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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