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최종원 “죽는 순간까지 무대에 서는 게 내 행복”

입력 2014-11-15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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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최종원. 사진제공|에스피모터스

한동안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짧지만 강한 인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연극에서는 묵직한 연기로 관객에게 가슴의 울림을 줬다.

장르 가리지 않고 연기력 하나로 승부하는 사람이다.

연기자 최종원(64)이다.

2012년 정계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그는 9일 방송한 KBS 2TV 드라마 스페셜 ‘액자가 된 소녀’에 출연하며 활동에 다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액자가 된 소녀’는 어느 날 갑자기 액자가 되어버린 손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그렸다.

최종원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할아버지의 감정의 변화를 세심하게 쫓으며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막장’ 드라마가 활개 치는 지금 시대에 최종원의 연기는 감동을 주기 에 충분했다.

시청자는 ‘그간 본 드라마 중 최고였다’는 극찬을 쏟아냈다. 최종원의 힘이 고스란히 드라마에 묻어났다.

하지만 정작 연기자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액자가 된 손녀와 얘기하는 모습은 거울에 비친 나와 대화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연기자는 그렇다고 생각하고 연기하면 되지만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면서 연기하는 게 참 쉽지 않았다.”

최종원은 “가지각색의 반응이 나오겠지만 내가 연기하면서 품었던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될 것인지에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그 핵심은 시청자의 소통이었다.

판타지와 같은 드라마 속 상황의 어느 부분에서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것인지 수시로 연출자인 유종선 PD와 의견을 나눴다. 서로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보니 부딪치는 일도 많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생각의 차이를 좁혀가며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단막극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도 됐다. 그는 드라마 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단막극 부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베스트셀러’, ‘TV문학관’ 같은 프로그램이 더욱 많이 제작돼 시청자에게 다양한 내용의 드라마를 보게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온 천지에 ‘막장’ 드라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가족들이 함께 즐기고, 화합을 도모하면서 서로의 인생을 얘기할 수 있는 드라마가 거의 없다. 우리 삶에 도움을 주는 드라마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최종원은 연기자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지금의 상황에 통감했다. 그는 “드라마를 보다 손녀가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해야 되나?’라고 물어봤을 때 대답을 할 수 있을까”라며 걱정했다.

안타까움이 클수록 연기에 대한 열정은 더욱 커졌다. 예전만큼 활발히 활동하고 싶다는 의지가 샘솟았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는 법은 없나보다.

최종원은 2012년 5월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은 뒤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연기자의 자리로 돌아오기까지 보이지 않는 벽에 수차례 가로막혔다.

정치인 때 보여준 ‘돌직구 스타일’ 탓에 방송사는 내심 그의 출연을 꺼려했다고 한다. 캐스팅이 거의 확실시되었지만 막판에 무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런 중에 자신에게 손을 내민 드라마 제작진이 감사할 따름이다.

최종원은 1970년 연극 ‘콜렉터’로 연기를 시작하고 40년을 훌쩍 넘겼다. 오랜 시간 연기자로 살아왔지만 그에게 연기는 여전히 풀지 못한 마지막 실타래로 남아있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어릴 때는 철모르고 덤볐고, 젊을 때는 재미로 덤벼들었다. 나이가 드니 덜컥 어려워졌다. 내 육신으로 남의 인생을 표현하기란 참 쉽지 않다.”

자신의 숙제를 아직 풀지 못했지만 후배를 위해서도 힘쓸 계획이다. 강원도에 ‘문화예술촌’을 건립해 젊은 문화인들이 마음 놓고 공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생각이다.

“꽃띠도 아니고 이젠 내가 어떠한 위치에서 연기자 최종원으로 있을 것인가.”

답은 찾았다.

“힘 있는 데까지, 죽기 전까지. 죽는 순간까지 무대에 서겠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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