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사로잡은 클럽같은 홍콩 베팅시설

입력 2014-12-0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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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이야? 클럽이야?’ 홍콩 샤틴 경마장이 운영하는 ‘헤이 마켓’의 전경. 젊은 고객을 부르기 위해 만든 레스토랑답게 세련된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시설을 자랑한다. 고객들은 이곳에서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칵테일 등 음료를 마시며 경마를 즐긴다.(위) ‘헤이 마켓’ 입구에 있는 ‘레이싱 터치 테이블’에서 홍콩 자키클럽 여직원이 한국 기자들에게 태블릿PC를 이용한 베팅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홍콩|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경마장이야? 클럽이야?’ 홍콩 샤틴 경마장이 운영하는 ‘헤이 마켓’의 전경. 젊은 고객을 부르기 위해 만든 레스토랑답게 세련된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시설을 자랑한다. 고객들은 이곳에서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 칵테일 등 음료를 마시며 경마를 즐긴다.(위) ‘헤이 마켓’ 입구에 있는 ‘레이싱 터치 테이블’에서 홍콩 자키클럽 여직원이 한국 기자들에게 태블릿PC를 이용한 베팅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홍콩|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 위기의 한국경륜, 홍콩에서 답 찾기

국내, 매출 정체·고객 감소로 수익 하락
홍콩 경마, 올시즌 매출 역대최고 14조
경마관람객수도 2년연속 200만명 돌파
세련된 레스토랑 등 젊은경마팬에 인기
스마트폰·태블릿PC로 인터넷베팅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시행하는 경륜은 올해로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스무 살은 사람으로 치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다. 하지만 한국경륜은 최근 수년간 이어진 매출 정체와 고객 감소로 고민에 빠졌다. 경륜의 위기는 경륜 수익금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국가와 지자체 재정, 체육·문화 발전기금, 각종 사회공헌사업의 위축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도태와 재도약의 갈림길에 선 한국경륜, 그 해법을 찾기 위해 홍콩의 경마장을 방문했다.


● 한국경륜의 해법 찾기, 왜 홍콩경마인가

한국경륜은 경기장부터 경주룰, 베팅방식, 유니폼까지 일본을 벤치마킹해 1994년 출범했다. 그런데 왜 일본경륜이 아닌 홍콩경마에서 위기탈출 해법을 찾아야 할까. 두 나라의 유사사업이 최근 보여주는 매출의 명암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일본경륜 역시 심각한 매출 하락으로 신음하고 있다. 1991년 매출 2조엔(현재 환율 기준 약 19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로 돌아서 2012년에는 6000억엔(약 5조6000억원)까지 추락했다. 67개였던 경륜장도 44개로 줄었다. 지난해 경륜의 발상지인 일본 기타큐슈시 고쿠라 경륜장에서 만난 일본경륜 관계자는 “오랜 경기침체가 영향을 미쳤지만 경륜 시행체의 안일한 대처도 문제였다. 현재 고객 대부분이 노년층으로 젊은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홍콩경마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7월6일 끝난 홍콩경마의 2013∼2014시즌 매출은 역대최고인 1018억3800만 홍콩달러(한화 약 14조425842억원)를 기록했다. 관람객 수도 2년 연속 200만 명을 돌파했다.

11월30일 한국 경륜기자단이 찾은 홍콩의 샤틴 경마장. 왜 경마가 홍콩의 국민레포츠로 불리는 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8만5000명 수용 규모의 야외 관람대 2곳 뿐 아니라 실내에도 고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3분의1을 차지한 20∼30대 젊은 고객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선 경륜과 경마 모두 고객 노령화로 고민하고 있다. 홍콩의 경마장에 젊은 고객이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홍콩자키클럽의 빌리 룽(27) 마케팅 매니저가 따라 오라며 손짓을 했다.


● 세련된 시설·인터넷 베팅이 젊은고객 불러

빌리 룽 매니저가 한국기자단을 안내한 곳은 샤틴 경마장 내부에 있는 ‘헤이 마켓(Hay Market)’이었다. 20∼40세 젊은 경마팬을 위한 레스토랑이라고 했다. 세련된 시설의 칵테일 바를 중심으로 주변 테이블에선 청춘남녀들이 맥주와 음료를 마시며 경마를 즐기고 있었다. 자신이 응원하는 경주마가 우승을 하자 일부 고객은 자리에서 일어나 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기수 복장을 한 종업원들만 아니면 이곳이 경마장인지 클럽인지 착각할 정도였다. 그곳에서 만난 홍콩인 폴리(25·여)씨는 “남자친구와 경마장 데이트를 즐긴다. 이 곳에선 모든 유흥이 가능하다”고 흥겨운 표정으로 말했다.

IT기술도 홍콩 경마의 인기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홍콩 자키클럽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에서는 기수와 경주마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됐고, 팬들은 스마트폰이나 태플릿PC를 이용해 간편하게 베팅을 한다. 마권을 사고, 교환하는 번거로움을 없앤 것. 이 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경마, 경주를 공중파 방송에서 생방송으로 보여준 덕분에 홍콩 국민에게 베팅은 일상이 됐다. 한국에선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경륜, 경마의 인터넷 베팅이 금지돼 있다는 말에 홍콩 자키클럽 관계자는 “인터넷 베팅은 고객의 신분과 액수가 그대로 노출돼 관리가 더 편한데 이해할 수 없다. 한국경륜이 매출을 늘리려면 인터넷 베팅부터 재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한국경륜의 살길은 혁신뿐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경륜장이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넘쳐나고, 온라인게임만큼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면 인기는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한국경륜의 메카 광명스피돔을 쇼핑, 레저, 오락, 공연 등이 어우러진 복합문화레저 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홍콩 기자단이 위기를 딛고 일어선 한국경륜을 취재하러 오는 날을 꿈꾸며 샤틴 경마장을 나왔다.

홍콩|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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