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복수 도시·국가 올림픽 공동개최 승인

입력 2014-12-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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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사진|IOC 홈페이지

■ 바흐위원장 ‘평창 분산개최’ 단순압박용 아니었다…IOC총회서 만장일치 통과

대회비용 절감 개혁안 ‘어젠다 2020’ 바탕
1200억 넘게 드는 슬라이딩센터 공정률 6%
대회 후 활용 방안·유지 비용 부담 등 지적
IOC 지속적 압박 속 평창조직위 대응 주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61·독일) 위원장의 2018평창동계올림픽 분산 개최 가능성 언급이 현실화됐다. 한국체육계에는 벌써부터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해 9월 IOC의 새 수장으로 선출된 바흐 위원장은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11월 ‘어젠다 2020’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올림픽 유치과정 간소화, 올림픽의 도시·국가간 분산 개최를 통한 비용절감, 개최국 의사에 따른 올림픽 종목의 탄력적 운영 등이 포함돼 있다. ‘지속 가능한 올림픽’을 추구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동·하계올림픽의 분산 개최를 가능토록 한 ‘어젠다 2020’은 8일(한국시간) 모나코에서 열린 IOC 제127차 임시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 ‘어젠다 2020’ 발표 배경은?

올림픽 개최를 위해선 경기장 신축부터 사후관리까지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 과도한 지출로 그리스 국가경제 전체가 휘청거린 2004아테네올림픽, 1조원의 적자를 남긴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등의 사례는 ‘경제적 올림픽’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이에 IOC 내부에선 올림픽 개최를 희망하는 도시들이 계속 줄어들 것이란 위기감이 흘러나왔고, 바흐 위원장은 동·하계올림픽의 분산 개최를 통해 기존 시설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8일 IOC 임시총회에서 ‘어젠다 2020’이 승인됨에 따라 당장 2018평창동계올림픽과 2020도쿄올림픽부터 일부 종목의 분산 개최가 가능해졌다.


● IOC, 평창에 썰매종목 분산 개최 권고할 듯

AP통신에 따르면, IOC 관계자들은 8일 “평창동계올림픽이 분산 개최되면 봅슬레이, 루지 등 썰매종목을 치를 수 있는 12곳이 후보지로 선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구닐라 린드버그 IOC 평창동계올림픽 조정위원장은 “이 종목들을 평창에서 개최할지 말지는 평창조직위원회가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IOC는 썰매종목을 치를 수 있는 슬라이딩센터(썰매종목 경기장)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다른 선택지를 평창에 알려줄 수 있다. 내년 3월 말을 결정 시한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IOC가 개혁안을 평창조직위에 강제할 방법은 없지만, 이에 대한 권고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월 착공해 강원도 알펜시아리조트에 건설 중인 슬라이딩센터의 신축비용은 1200억원을 훌쩍 넘는다. 현재 공정률은 6% 수준. 슬라이딩센터 유지·보수비용으로는 연간 300만달러(약 33억5100만원)에서 500만달러(약 55억8500만원)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국가대표들의 훈련을 제외하면 특별한 사후활용 방안이 없는 것이 문제다. IOC는 아시아, 유럽, 북미 등의 썰매경기장 12곳 중 1998동계올림픽을 치른 일본 나가노를 유력한 분산 개최 후보지로 보고 있다.


● 정부-평창조직위 한 목소리 “분산 개최 반대”

정부와 평창조직위, 강원도는 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평창조직위는 “일본과의 분산 개최는 국민정서상 맞지 않다. 이미 모든 경기장의 공사가 진행 중인데 분산 개최를 받아들이긴 현실적으로도 너무 늦었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제2차관도 “분산 개최 반대에 대한 정부와 조직위의 생각은 같다”고 확인했다.

바흐 위원장의 분산 개최 발언 직후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과정이 지지부진하자 IOC가 압박용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후 IOC의 구체적 안이 나오면서 다른 해석이 힘을 얻었다. 체육계 고위관계자는 8일 “평창동계올림픽과 도쿄하계올림픽은 불과 2년 차이이며, 개최지도 근접해 있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은 2002월드컵을 공동개최한 전례도 있다. 단순한 압박용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IOC로선 위원장이 바뀐 뒤 첫 번째 개혁 드라이브이기 때문에 의지를 갖고 추진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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