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에 치이고 돈에 울고…제작자 고난의 시대
톱스타 과도한 영화 지분 수익
제작과정 리스크는 나 몰라라
“사실상 강탈이라고 봐야죠.”
여러 편의 상업영화를 만든 한 중견 제작자는 최근 배우들이 챙기는 ‘지분’(총 수익 분배 비율)의 문제를 “강탈”의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제작 지분을 가진 제작사와 투자사, 배급사는 영화 성패에 따르는 리스크를 분담하지만 배우는 유일하게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이 같이 꼬집었다.
티켓파워를 가진 일부 톱스타의 영화 수익 지분 요구는 이미 6∼7년 전부터 본격화했지만 최근에는 더 노골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지며 제작 분위기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흥행 보너스 개념인 런닝 개런티와 달리 배우들의 지분 요구는 ‘사전 약정’ 성격이 짙다. 출연을 대가로 개런티를 받고도, 이에 더해 지분까지 할당받는 ‘기형적인 구조’다.
실제로 톱스타 A는 최근 주연 영화에서 7억원의 개런티와 함께 총 매출액 가운데 7%의 지분을 따로 받았다. 이 영화가 소위 ‘대박’이 나면서 A는 지분 수익으로 약 20억원을 챙겼다. 영화 한 편으로 벌어들은 돈이 30억원 가까이 되는 셈이다.
A뿐 아니라 흥행을 좌우한다고 평가받는 5∼6명의 스타 배우들은 대게 ‘7억원+7% 지분’으로 출연 계약을 맺는 추세다. 만약 영화가 촬영 도중 제작비를 초과해도 배우는 그 추가금액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다. 그 부담은 대부분 제작자가 짊어지는 구조적 모순 탓에 ‘흥행 영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결국 배우’라는 말까지 나온다.
개봉을 준비 중인 또 다른 대작은 출연 배우들과 감독이 가진 지분이 20%에 달한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를 두고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허탈하다”는 반응과 함께 “영화계 룰을 교란시키는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작 영화를 기획하고 촬영부터 개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책임지는 제작자는 수익은 물론 영향력에서도 ‘2∼3순위’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영화계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순수 제작자가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 퍼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또 다른 제작자는 “배우가 차지한 지분만큼 투자자나 제작자는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면서 “불합리한 지분 요구에도 티켓파워를 가진 스타를 캐스팅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