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 “30년만의 봄…이것이 사는 맛”

입력 2014-12-12 06: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배우 김종수. 스포츠동아DB

■ 미생 ‘영업부장’ 김종수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 속 ‘김부장’ 김종수는 데뷔 30년 만에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신인이 아니기에 섭섭할 만도 하지만 “신기하고 얼떨떨하다”는 표정이다. 김종수는 지금 자신이 사는 ‘미생의 일상’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왜냐고? “내일이 있으니까.” 희망의 빛은 김종수에게 ‘미생’ 시즌2를 비롯한 차기작 제안으로 곧바로 달려가게 한다.


울산서 연극…올 서울행 뜻밖 행운
이젠 술 한잔 살수 있는 능력돼 행복
미생같은 인생…‘시즌2’도 달립니다


“30년 만에 ‘짧은’ 봄이 찾아왔다. 그 볕이 너무나도 따뜻해 행복하다!”

‘미생’에서 오차장(이성민)의 ‘사수’ 김부련 영업부장 역을 맡은 김종수(50·사진)는 현재 상황을 ‘봄볕’이라고 했다. 울산에서 30년간 연극 생활을 하다 올해 2월 서울에 올라와 “뜻밖의 행운”을 얻었으니 이보다 적합한 표현이 없는 듯하다.

“어릴 때 받은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기분 좋은데 열어보니 내용까지 알차네, 그걸 또 함께 나눠 먹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원작 웹툰을 재미있게 본 상황에서 제작진과 미팅을 하게 됐고, 현장에서 바로 “저희와 함께하시죠”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출자 김원석 PD도 그가 김부장과 싱크로율 100%라고 생각했다.

“늘 그래왔듯 ‘다음에 연락드리겠습니다’는 답을 들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김 PD는 ‘우리 회사 부장님 같다’고 하더라. 조직생활을 전혀 해본 경험이 없다고 해도 실제 내 또래 직장인의 위치일 것 같았다. 그들이 할 만한 고민 등을 그려봤다.”

그의 노력은 기업체의 전형적인 부장 캐릭터로 드러났다. 극중 양복과 넥타이, 안경도 모두 그의 것이다.

“양복이라고는 조문용밖에 없었다. 그나마 드라마 ‘쓰리데이즈’와 ‘개과천선’에 출연하면서 구입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입었다. 현장에서는 부장님이라 윗옷도 벗고 넥타이도 풀 수 있었다. 장그래나 한석율은 어림도 없다. 하하!”

그는 극중 모든 장면을 기억한다. 1985년 연극 ‘에쿠우스’를 시작으로 30년간 무대에 올랐던 그가 그중 한 작품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 드라마에 이렇듯 애착을 드러내는 건 의아할 정도다.

“단지 인기 드라마라서 그러는 게 아니다. 많은 이들이 공감한 덕분이다. 아무 시선도 받지 못하던 내가 대중의 관심을 처음 받게 된 작품이기 하고. 연극은 내가 좋아서 한 거다. 뭔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영화 ‘밀양’ 오디션을 봤다.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오게 된 거다.”

그동안 김종수는 울산과 서울을 오가며 연기 생활을 해왔다. 올해 2월 집안 사정상 울산 집을 정리하고 서울에 터를 마련했다.

“도움을 받은 이들에게 이제 더는 민폐를 끼치지 않아 좋다. 돈 만원에 벌벌 떤 적도 있다. 이제는 큰돈은 아니더라도 내가 먼저 ‘소주 한잔 하러 가자’고 말할 수 있는 처지가 됐다. 부모님 용돈도 드릴 수 있고. 젊었을 때 지금 같은 상황이 찾아왔다면 사고를 쳤을지도 모른다. 정말 기분이 좋아서!”

가족 이야기를 하며 목이 메고 눈물이 고이기도 했지만, 30년 만에 처음으로 “아들 나오는 드라마를 봤다”는 부모님의 응원에 힘을 낸다.

“미생이면 어떤가, 이게 바로 살아가는 맛이지.”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