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비활동기간 ‘해외 개인캠프’ 유행

입력 2014-12-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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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협, 비활동기간 구단 개입 일체 차단
1억 이하 연봉자도 사비 털어 개인캠프

한화 임경완(39)은 이번 주말 사이판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동반자는 가족들이 아니라 SK 시절부터 친했던 한화 포수 조인성(39)이다. 같은 팀도 아닌 SK 외야수 박재상(32)도 동행한다. 마음 맞는 선수들끼리 개인훈련을 하러 떠나는 12월의 프로야구 신(新) 풍속도다. 예전에도 비활동기간에 해외캠프를 차리는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트레이너가 동반하거나 구단이 비행기 표를 사주는 등의 지원이 알게 모르게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차원에서 어느 때보다 강경하게 비활동기간 구단의 훈련 개입을 차단하고 있다. 구단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재활자는 봐줘야 되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이 나오지만 선수협의 취지에 공감하는 한 선수는 “봐주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표시했다.

이러다보니 12월 개인훈련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제 일본프로야구 선수들처럼 고액 연봉자는 따뜻한 해외로 가 개인캠프를 차린다. 아니면 한국에서 개인트레이너를 고용해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훈련을 한다. 유명 프로야구 선수라면, 홍보 차원에서 헬스클럽마다 서로 모셔가려고 난리다.

그러나 이렇게 환대 받지 못하는 선수들은 12월이 힘겹다. 가뜩이나 송년회 등 잦은 모임으로 찾는 사람들이 많은 연말이라 훈련 페이스를 유지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래서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선수들도 무리를 해서라도 해외에 개인캠프를 차리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길고 긴 재활을 하고 있는 SK 투수 전병두(30)와 엄정욱(32)은 괌으로 캠프를 떠났다. 전병두는 2400만원 삭감된 5600만원에 2015시즌 재계약을 했다. 2014년 연봉 7000만원을 받았던 엄정욱도 억대 연봉자는 아니다. SK 관계자는 “두 투수에게 구단이 일체의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주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야구 잘하는데 필요한 돈은 무조건 구단 부담’이라는 통념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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