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최성국 “칼 대신 자전거, 승부가 즐겁다”

입력 2014-12-1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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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국은 경륜선수가 되기 전 도축한 육류를 부위별로 나누는 정형사로 일했다. ‘딱 1년만’을 전제로 사이클 인생에 도전했다. 2005년 12기 경륜후보생에 합격하지 못했다면 지금 그의 손에는 자전거 핸들이 아닌 칼이 쥐어져 있었을 것이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 특선급 복귀 최성국

“정형사에서 친구의 권유로 경륜선수 도전
우수급 뛰며 자신감 찾아…특선급서 롱런
몸 관리 잘해 20년 이상 현역으로 뛰고파”

최성국(35)은 젊은 시절 칼을 쓰던 사나이였다. 그가 칼을 잡으면 살점이 튀고 뼈가 발라졌다. 군대 전역 후 미래가 불투명하던 시절, 친구 아버지에게서 칼 쓰는 법을 배웠다.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많은 직업을 전전한 끝에 선택한 일이었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새벽 5시부터 밤 9시까지 매일 15시간 이상 칼을 휘둘러야 했다. 고민 끝에 그는 정형사(도축한 육류를 부위별로 나누는 사람) 대신 새로운 직업을 찾기로 했다. 경륜선수로 활동하던 친구 김경진(35·10기)이 함께 사이클을 타자고 권유했다. 딱 1년만 해보고 안 되면 다시 칼을 잡을 생각이었다. 결국 경륜선수 후보생 모집에 합격, 2005년 12기 훈련원을 23위로 졸업하고 이듬해 프로 사이클 레이서가 됐다.


- 최근 특선급으로 복귀했다.

“우수급에서 뛰며 많은 걸 얻었다. 경주운영 능력을 보완하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성급한 승부 대신 여유를 갖게 된 게 최대 수확이다. 빠른 시속에 적응한다면 특선급에서도 해볼만 할 것 같다.”


- 프로 경륜선수로서 9년을 살았다.

“처음엔 자전거가 싫었지만 타면 탈수록 매력을 느낀다. 경륜선수가 된 게 무척 즐겁다. 이젠 실전도 즐기게 됐다. 다만 집이 경기도 남양주라 여건상 동계훈련이 힘들고 도로훈련때 위험한 것이 아쉬움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경주는.

“2006년 5월21일 광명 우수급 결승이다. 데뷔 첫해라 우수급 강자로 인정받는 걸 목표로 뛰었다. 그런데 술술 잘 풀렸고, 그 경주에서 우승하면서 특선급으로 특별 승급했다. 내 한계를 뛰어넘은 경주라서 기억에 선하다.”


- 자신이 생각하는 장·단점은.

“믿을 건 노력밖에 없어 훈련을 성실하게 한다. 단점은 심리적인 건데, 첫 날 성적이 안좋으면 다음 경주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출전 전 달콤한 초콜릿을 입에 물고 녹인다.”


- 평소 즐기는 음식과 취미는.

“정형사 일을 할 때 많이 먹었던 곱창을 지금도 즐긴다. 쫄깃한 식감이 좋다. 아내가 검증된 곳에서 주문을 해 집에 곱창이 안떨어진다. 경기가 없는 날 친구들과 당구를 자주 친다. 실력은 200점이다.”


- 가족 얘기를 들려 달라.

“문희경(33·15기)의 소개로 만난 아내(이지희·34)와 2년 교제끝에 2010년 결혼해 아들(3)이 있다. 결혼 전 아내는 일본 유학을 다녀온 유명학원 강사였는데, 내가 적극적으로 프러포즈했다.”


- 선수생활 목표는.

“유니폼에 ‘격돌! 최성국’을 새겨 놓았다. 상대와 부딪쳐 넘어서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다. 허은회(49·1기) 선배처럼 몸관리를 잘해 20년 이상 현역으로 뛰고 싶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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