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하석주 전 감독(왼쪽)-노상래 신임 감독. 스포츠동아DB
배신의 계절이다. 겨울 한파만큼이나 K리그에도 칼바람이 불고 있다. 좋은 이야기보다는 부정적인 내용들이 훨씬 많다. 모든 만남 뒤에는 헤어짐이 이어지는 것이 이 세상의 당연한 이치라고 할 수 있지만 대개는 그 ‘헤어짐’의 과정이 석연치 않아 아쉬움을 더한다.
유독 사령탑 교체가 잦아진 연말이다. 울산현대를 비롯, 전남 드래곤즈와 제주 유나이티드, 인천 유나이티드 등이 새 시즌을 앞두고 지휘관을 바꿨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식적인 감독 교체 과정을 밟은 건 전남과 제주뿐이다. 박경훈 전 감독이 떠난 자리를 조성환 2군 감독이 채운 제주는 외형적으로나마 감독 교체가 매끄럽게 진행됐고, 하석주(아주대) 전 감독이 물러나고 수석코치로 활약한 노상래 신임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긴 전남은 축구계에 잔잔한 감동을 줬다.
하지만 울산과 인천은 달랐다. 울산은 올 시즌을 책임진 조민국 전 감독을 대신해 일본 J리그 사간도스를 이끌다 경질된 윤정환 감독을 1일 선임했고, 인천은 김봉길 전 감독을 전격 해임한 뒤 싱가포르 세미프로 홈 유나이티드를 이끈 이임생 감독을 선임했다고 21일 발표했다.
그런데 두 팀에는 한 가지 묘한 연계점이 있었다. 전임 코칭스태프에 대한 예우였다. 감독 교체로 향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배려와 존중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예의는 일절 생략돼 눈총을 샀다. 숱한 풍문 속에 조 전 감독을 포함한 울산의 전임 코칭스태프는 온갖 상처를 입었고, 김 전 감독 등 인천의 전임 코치진도 비슷한 아픔을 경험했다. ‘성적 부진’, ‘선수단 운용 실패’ 등이 대부분의 교체 사유로 등장한 가운데, 당연히 선행됐어야 할 전임 감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보기 힘들었다.
감독 교체에 축구계 고위층이 연계됐다고 소문난 울산은 최근에야 조 전 감독과 잔여 연봉 부분에 대한 조정 협의를 마쳤다. 울산은 줄곧 조 전 감독에 ‘자진사퇴’를 종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도 신임 감독 선임을 발표한 주말까지 김 전 감독과 별다른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해임’과 ‘사퇴’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계약기간이 남은 시점의 ‘해임’에는 잔여 연봉 등에 대한 구단 측 책임이 따르고, 자발적 의사가 담긴 ‘사퇴’는 구단이 이러한 의무를 갖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점은 전 배우자와 이혼 소송이 채 끝나지 않은 시점에 서둘러 새 배우자와의 혼인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 내부적인 소통이 없다는 걸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또 다른 피해자의 양산도 우려한다. 새 출발선에 선 신임 지도자들이다.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을 공산도 있다. 한 축구인은 “전임자가 석연찮게 물러났는데 후임자가 인정받기란 보수적인 축구계 풍토상 쉽지 않다. 확실한 선수장악이나 빼어난 지도력은 또 다른 문제다. 이 경우, 익숙하지 못한 구단 내부 정치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축구인도 “낮아진 감독 연령대가 ‘젊은 축구’를 보장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구단이 ‘입맛대로’ ‘쉽게’ 조종하기 위해 경력이 다소 짧은 지도자들을 선호할 수도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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