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거포 유격수 강정호를 영입하려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피츠버그였다. 피츠버그가 강정호 영입을 위한 독점교섭권을 따낸 배경을 두고 야구계는 해석이 엇갈린다. 스포츠동아DB
● 꼬리무는 의문
유격수 머서·2루 워커·3루 해리슨 탄탄
강정호 포스팅 승리 직후 커밍아웃 안해
라이벌팀 견제 악용 이와쿠마 케이스도
● 이유있는 선택
풀타임 검증 안된 머서·해리슨과 중용
실속파 단장…500만달러 합리적 베팅
연봉계약 조건에 따라 진실 밝혀질 듯
넥센 강정호(27)를 위해 500만2015달러를 입찰금액으로 써낸 메이저리그 구단은 피츠버그로 23일 밝혀졌다. 피츠버그가 강정호 영입을 위한 독점교섭권을 따낸 배경을 어떻게 해석할지를 두고, 야구계는 해석이 엇갈린다.
과연 강정호는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까?
● 피츠버그 미스터리
위장 포스팅을 우려하는 가장 큰 근거는 저예산구단 피츠버그가 굳이 필요할 것 같지도 않은 강정호를 데려갈 필연성이 희박하다는 데 있다. 2014년 피츠버그 총 연봉은 780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27위였다. 한 메이저리그 소식통은 23일 “피츠버그가 실수로 0 하나를 더 붙인 것 아니냐?”는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피츠버그가 강정호 포스팅에서 승리한 직후인 20일, 바로 ‘커밍아웃’하지 않은 것도 의심을 사고 있다. 게다가 피츠버그 내야진은 유격수 조디 머서(2014년 연봉 51만 달러), 2루수 닐 워커(575만 달러), 3루수 조시 해리슨(51만 달러)으로 진용이 갖춰져 있다. 페드로 알바레스가 1루수로 나서고, 백업선수(숀 로드리게스)까지 갖춰져 있다.
위장 포스팅의 전례도 있다. 2010년 11월 포스팅에 나선 라쿠텐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에게 오클랜드는 1910만 달러를 써 독점교섭권을 따낸 뒤 협상을 의도적으로 결렬시켰다. 협상이 깨지면 포스팅 금액도 지급할 의무가 없어지는 제도를 악용해 이와쿠마가 라이벌 팀으로 가는 것을 막아버린 것이다. 이 방지책으로 미국-일본 포스팅시스템은 2000만 달러 상한선을 두고, 복수의 팀이 2000만 달러를 써내면 FA처럼 선수가 팀을 고를 수 있게 바꿨다. 2013년 12월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의 뉴욕 양키스행이 그렇게 이뤄졌다.
● 피츠버그 미스터리에 대한 반론
피츠버그의 500만2015달러가 진정성을 얻는 가장 큰 이유는 ‘500만’이라는 숫자가 지니는 의미다. 다른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위장 포스팅을 하려면 1000만 달러 이상으로 써버리지 왜 굳이 독점교섭권을 놓칠 수 있는 500만 달러로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문가는 “냉정하게 말해 이와쿠마의 거취는 메이저리그를 흔들 요소였지만 강정호는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굳이 위장 포스팅까지 하며 다른 팀에 못 가게 훼방 놓을 이유가 적다”고 덧붙였다.
또 피츠버그 내야진에서 유격수 머서와 3루수 해리슨은 2014년 좋은 성적을 남기긴 했으나 풀시즌을 뛰어 검증된 선수는 아니다. 오히려 강정호에게 500만 달러를 투자한 만큼 피츠버그가 중용할 가능성이 올라간다. 피츠버그 닐 헌팅턴 단장은 메이저리그의 대표적 실속파다. 다시 말해 FA보다 강정호를 잡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면 포스팅 500만 달러는 합리적 액수일 수 있다.
● 진실 가려줄 피츠버그의 첫 오퍼
피츠버그의 진심은 그들이 내밀 계약 조건으로 판단할 수 있다. 연평균 150만 달러 밑이면 위장 포스팅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 강정호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평이다. 300만 달러 이상이라면 갈 것이다. 관건은 피츠버그가 그 사이의 애매한 액수를 제시하는 상황인데 ‘메이저리그 꿈이냐 2년 후 국내 FA를 기약하느냐’를 놓고 강정호에게 공이 넘어올 것이다.
“강정호가 독점교섭 최종일인 내년 1월20일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느냐”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대한 조속히 피츠버그의 오퍼를 듣고, 결단을 내리는 쪽이 강정호에게 이득일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