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 “군 문제로 시민권 취득 말도 안돼”

입력 2014-12-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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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문이 29일 대구·경북지방병무청으로부터 국외여행기간 연장 불가 통보를 받으면서 향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활동에도 큰 제약을 받게 됐다. LA에 머물며 훈련 중인 배상문은 “합법적인 (연장) 신청인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사진제공|KPGA

■ 배상문 내년 시즌 PGA투어 출전 비상

병무청 국내거주자로 분류…미국 체류 31일 종료
기준 모호 논란…“합법적인 연장 바란것 뿐인데”

병역문제로 고심하던 배상문(28·캘러웨이)이 꾹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그는 “답답하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29일 대구·경북지방병무청은 이달 초 국외여행기간 연장을 신청한 배상문에게 불가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군 미필자인 배상문은 2015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출전에도 제약을 받게 됐다.

2012년부터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배상문은 올해까지 국외여행 허가를 받아 미국에 체류해왔다. 그러나 국외여행 허가 기간이 올해 말로 종료돼 2015년 활동을 위해선 추가 연장이 필요했다. 배상문은 12월 초 LA총영사관을 통해 대구·경북지방병무청에 국외여행기간 연장신청서를 제출했다.

상황이 애매하다. 배상문은 2013년 1월 25일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다. 세금 납부 및 안정적인 투어 활동을 위해선 영주권이 필요했다. 병역법에 따르면, 해외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이 국외여행기간 연장을 신청하면 3년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배상문의 경우 국외여행기간 연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병무청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배상문이 미국 영주권 취득 이후에도 국내에 자주 출입국한 것을 이유로 국외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2014년 8월 기준으로 1년을 역산해 배상문의 국내체류기간을 133일로 산정했고, 이에 따라 미국 실거주자로 볼 수 없다며 국외여행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았다.

병무청의 해석은 기준이 모호하다. 병역법 시행령 147조(국외여행허가의 취소)에선 1년 중 통틀어 6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한 경우 국내체류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LA에 머물며 개인훈련 중인 배상문의 법적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지평과 공존의 의견 역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 영주권 취득 이후 2013년 하반기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국내체류기간은 133일에 불과해 국외(미국) 실거주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대리인측은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1년의 기간 내에 통틀어 6개월 이상 국내에 체재하거나 3개월 이상 계속하여 국내에 체재하는 경우에는 국외여행 허가를 취소할 수 있지만, 배상문 선수의 경우 그런 적이 없다. 따라서 이는 관련법령에 근거가 없고 오히려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어서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배상문을 국외거주자로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병무청과 여타 국가기관의 해석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병무청은 배상문을 국외거주자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국세청이나 의료보험 관련 관청(의견서에 제출된 표기 그대로 사용)은 배상문을 국외거주자로 인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과 공존이 12월 초 병무청에 제출한 재검토 요청서에는 “국세청은 2012년 이후 배상문을 국외거주자로 인정해 세금을 과세한 적이 없으며, 의료보험의 경우도 해외거주자로 분류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배상문의 심정은 더욱 복잡해졌다. 그는 29일 스포츠동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먼저 이런 문제로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며 “군대에 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국외여행 연장을 신청하려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안타깝지만 나로선 병무청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 법의 판정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 면제를 위해 미국 시민권 취득 관련 소문이 돌고 있는데, 그 방법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병무청의 국외여행기간 연장 불허로 인해 배상문의 PGA 투어 활동은 큰 위기를 맞게 됐다. 배상문의 해외체류는 이달 31일로 종료된다. 따라서 귀국해 병역법에 따라야 한다. 당장 입영 대상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귀국하지 않으면 병역법 94조에 따라 관할 경찰서에 고발 조치된다.

배상문에게 2015년은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2014∼2015시즌 PGA 투어 개막전 프라이스닷컴오픈 우승으로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 특히 내년 10월 인천에선 아시아 최초로 대륙간 골프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이 열린다. 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도 기다리고 있다. 배상문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 또한 국가를 위한 봉사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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