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가요무대 ‘재미없는 콜라보레이션’만 쏟아지는 이유

입력 2014-12-30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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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AMA 첸 티파니 존레전드, 사진|방송갈무리


시계를 올해 초 2014 그래미어워즈로 돌려보자, 올해의 앨범과 올해의 레코즈를 수상한 다프트펑크(Daft Punk)는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나일 로저스(Nile Rodgers),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합동공연을 선보이며 전세계 음악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올해의 록 퍼포먼스를 수상한 이매진 드래곤스(Imagine Dragons)도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였고, 메탈리카(Metallica)는 피아니스트 랑랑(Lang Lang)과 무대를 선보였다.

이밖에 로빈 씨크(Robin Thicke)와 시카고(Chicago), 캐롤 킹(Carole King)과 사라 버렐리스(Sara Bareilles)등 장르와 세대를 뛰어넘는 콜라보레이션이 이어지면서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다시 현재로 넘어와 국내 연말 시상식과 축제를 보자. Mnet MAMA를 시작해 SBS '가요대전', KBS '가요대축제'는 모두 다양한 스타들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이며 팬들의 시선끌기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결과물은 참담했다. 기억에 남을 만한 무대는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나마 이슈를 모은 '가요대전'의 태양·제프버넷, '가요대축제'의 넥스트·인피니트·비스트·엑소의 콜라보레이션은 호평이 아닌 혹평으로 인한 주목이었다.

어차피 콜라보레이션은 브랜드의 인지도와 그로인한 시너지가 중요한 만큼 시장 자체가 다른 해외 뮤지션과 국내 뮤지션의 실력적인 부분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문제는 국내 시상식과 음악 축제에서 펼쳐지는 콜라보레이션 대부분이 재미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것이다.

콜라보레이션의 사전적 의미는 각기 다른 분야에서 지명도가 높은 둘 이상의 브랜드가 손잡고 새로운 브랜드나 소비자를 공략하는 기법을 뜻하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기 다른 분야'의 공동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펼쳐지는 콜라보레이션의 대부분은 말만 콜라보레이션이지 무의미한 멤버섞기 혹은 단순히 노래 바꿔부르기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이마저도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2014 가요대전 태양 제프버넷, 사진|방송갈무리


또한 최근 수년간 엇비슷한 콜라보레이션 무대가 반복되면서 대중들이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그룹 혹은 솔로 가수들의 개별무대보다 오히려 더 재미없는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아무래도 시간적인 여유가 없이 급조된 무대가 많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연말 스케줄로 인해 새로운 편곡을 한다든가 이를 충분히 연습할 시간을 갖기 힘들기 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지는) 이런 무대가 나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또 국내 시상식이나 음악축제가 너무 많다. 각 시상식이나 음악축제의 출연진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콜라보레이션을 꾸미다보니 엇비슷한 무대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재미있는 콜라보레이션이 힘든 이유는 기형적인 국내 가요 시장의 형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강태규 평론가가 지적한대로 연말 시상식과 축제에 출연하는 출연진은 대동소이하며, 그 명단의 대부분은 아이돌이 차지하고 있다.

각 시상식별로 서태지와 남진 등 이른바 '레전드급' 가수들을 섭외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단지 일회성 특별 무대에 그친 수준이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르와 장르, 신구(新舊)의 만남은 점점 요원한 일이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관계자는 "지금의 연말 시상식은 단지 방송시간만 늘어났다뿐이지 음악순위 프로그램과의 별 차이가 없다"라며 "결국 아이돌들로 무대를 꾸밀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솔직히 엑소와 인피니트가 함께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그게 기존에 이들 무대와 큰 차이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는 "그래미같은 경우 그 역사도 역사이지만 카테고리별로 수십가지의 장르를 총망라하며 시상을 진행해 음악 시상식으로 권위와 명서을 인정받고 있다"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아이돌 축제'에 머물고 있는 한 좋은 무대가 탄생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2014 가요대축제 넥스트 비스트 인피니트 엑소, 사진|방송갈무리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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