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들로 채운 MBC 방송연예대상의 빈곤함

입력 2014-12-31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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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열린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버라이어티 우수상(여)을 공동수상한 배우 라미란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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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29일 밤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2014년 방송연예대상은 참석자 대부분에게 상이 돌아가며 그야말로 상 잔치였다. 100% 시청자 실시간 투표로 결정된 대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부문에서 공동 수상자가 쏟아졌다.

MBC는 시상식을 앞두고 공정성과 공평성을 위해 대상은 시청자 투표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부문에서는 지난해에 없던 부문을 대거 신설해 ‘퍼주고 챙겨주는’ 시상 행태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별상은 뮤직·토크쇼, 버라이어티, 가수, MC, 베스트 팀워크상으로 세분화했다. 신인상으로는 부족했는지 올해의 뉴 스타상까지 만들어 무려 11명에게 트로피를 안겼다. 인기상에도 특별 부문을 추가해 ‘아빠! 어디가?2’ 출연 어린이들을 챙겼다.

특히 이번 시상식은 코미디언을 비롯한 ‘진짜 예능인’이 철저히 소외됐다. KBS와 SBS가 각각 ‘개그콘서트’와 ‘웃음을 찾는 사람들’로 코미디언에게도 기회를 주는 반면, MBC는 5월 ‘코미디에 빠지다’에 이어 9월 ‘코미디의 길’까지 폐지하면서 코미디언들이 설 자리를 없앴다. 대신 연기자, 가수 등 ‘비예능인’이 그 자리를 채우며 득세하는 양상을 드러냈다.

각 방송사의 연예대상 시상식은 1년 동안 시청자를 위해 재미와 웃음을 준 출연진을 위한 격려와 위로의 공간으로 여겨졌다. 또 인기 있는 톱스타들의 유쾌한 모습을 한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래서 출연진에게나 시청자에게는 또 다른 축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MBC의 2014년 마지막 예능프로그램인 방송연예대상은 그 의미를 퇴색시키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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