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염기훈 “수원맨으로 은퇴하고 싶어요”

입력 2014-12-3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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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FA 신분을 얻은 수원 주장 염기훈은 내년 시즌에도 팀에 남아 K리그 클래식 정상에 오르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소속 팀을 향한 그의 남다른 애정을 느낄 수 있다. 화성|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계약기간 끝났지만 수원 동계훈련 참가
후배 직접 챙기며 리더십·동료애 발휘
서포터스도 응원가 2곡 만들어줘 소중
“수원에 남아 클래식 트로피를 품 안에”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수원삼성의 2014시즌은 특별했다. 챔피언 전북현대와 격차는 상당했지만 오랜 시간 지켜온 ‘명가’의 위용이 사라졌다는 혹평 속에서 정규리그 2위라는 값진 결실을 얻었다. 언제 어디서나 선수들은 똘똘 뭉쳤고, 같은 목표를 향해 열과 성을 다했다. 그 중심에 ‘캡틴’ 염기훈(31)이 있었다. 수원 서정원 감독도 “수원다운 모습을 보이기까지 (염)기훈이와 (김)두현이를 비롯한 베테랑들의 힘이 컸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원 선수단은 29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에 모여 2015시즌 대비 동계훈련에 들어갔다. 여기에 염기훈도 있었다. 올해를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얻어 새 팀을 찾을 수 있는, 그래서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지만 묵묵히 동료들과 땀을 흘렸다. “꼭 수원에 남아 클래식 트로피를 품에 안고 싶다”는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


● 영혼의 수원

염기훈을 프로 무대에 데뷔시킨 건 전북이었다. 이후 울산현대를 거쳤지만 염기훈이 축구 선수로서 진정한 가치를 뽐내고, 기량을 꽃피운 곳은 수원이다. 신인상을 받은 2006년 이래 9년이 흐른 동안 염기훈이 수원의 푸른 유니폼을 입은 시간은 썩 길지 않다. 온전한 ‘수원 맨’으로 뛴 건 채 4시즌이 되지 않는다. 울산에서 2010년 이적해 2011시즌까지 뛰었고,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한 뒤 작년 하반기에 복귀해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나 수원의 ‘염기훈 사랑’은 유별나다. 수원 서포터스는 염기훈을 위한 응원가를 2곡이나 만들어줬다. 하나는 가수 조용필의 히트곡 ‘여행을 떠나요’를 개사해 만들었고, 또 하나는 4인조 인디밴드 가요톱텐의 도움으로 2011년 9월 제작한 ‘We have to go‘라는 음원이다. 수원 서포터스는 염기훈이 초록 필드에서 멋진 플레이를 펼칠 때도, 또 지쳐 보일 때도 이 노래를 부른다. 자신만을 위한 응원가를 2개나 가진 수원 선수는 염기훈이 유일하다. “군 시절, ‘염기훈 송’이 정말 그리웠다. 문득문득 힘들고 어려울 때면 이 노래를 혼자 흥얼거리곤 했다. 없는 힘도 북돋아주는 놀라운 마력을 지녔다. 지금도 그렇다. 그만큼 특별했고 소중하다. 이 노래를 내년에도 계속 듣고 싶다.”

물론 팬들만 애정을 준 건 아니다. ‘가장 사랑받는’ 선수가 되기까지 염기훈의 노력도 뒷받침됐다. 구단이 주최하는 팬 사인회나 토크쇼, 자체 미니 콘서트 등 각종 행사에 빠짐없이 동참했다. 수원 프런트가 “진정한 프로 의식을 가진, 정말 요즘 찾아보기 드문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건 당연하다.


● 영원한 ‘수원 맨’을 꿈꾸다

동료들의 신망도 두텁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 역시 출중하다. 특히 어리고 자신감이 없는, 그래서 팀에 녹아들지 못하는 후배들을 직접 챙기는 등 남다른 리더십과 동료애를 발휘한다. 염기훈은 “처음 수원에서 가장 힘든 건 훈련도, 경기도 아니었다. 분위기 적응이었다. 이를 외면하는 건 고참의 도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그런 염기훈의 수원 잔류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이미 마음은 정했다. 처우가 어느 정도 보장이 되면 “무조건 남겠다”고 했다. 자신이 K리그에 남아있는 한, 수원 이외의 팀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했다. K리그를 휘몰아친 재정적인 어려움에서 수원도 예외가 아니지만 ‘실력’과 ‘상징성’을 두루 갖춘 염기훈은 쉽게 버릴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휴식 일정으로 인해 구단과 염기훈은 아직 1번 밖에 접촉을 하지 않았다. 서 감독은 “성심성의껏 협상에 임하되, 서로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가며 잘 해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염기훈은 “(수원에 대한) 애착이 크다. 달리 이유는 없다. 그냥 ‘내 팀’이니까. 지금의 동료들과 우승하고 싶다.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 은퇴도 여기서 하고 싶다”고 했다. 염기훈은 전북 시절인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수원 입단 해인 2010년 FA컵 정상을 밟았다.

화성|남정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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