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회사는 전쟁터, 밖은 지옥” 그래도 KBS를 떠나는 이유

입력 2015-01-06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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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닷컴DB, 초록뱀 주나E&M, KBS, 토비스 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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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금토 드라마 '미생' 속 오차장(이성민)은 회사의 은근한 압박으로 사직을 해야 하는 위기에서 대수롭지 않은 듯 "우리 모두 사직서 하나쯤은 품고 출근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직장생활에서 가슴에 품은 사직서를 내미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미생'의 또다른 대사처럼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KBS 아나운서들에겐 이런 두려움보다 도전정신이 더 컸던 모양이다. 그 어렵다는 언론 고시를 통과해 아나운서가 되고도 제2의 인생을 살겠다며 뛰쳐나온 인사들이 어느 방송사보다 더 눈에 띄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지애 전 아나운서에 이어 오정연 아나운서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사표까지 수리되는 것으로 알려져면서 KBS 32기 아나운서들은 씨가 마르게 됐다.

이에 앞서 KBS에서는 손미나, 노현정, 김경란, 최송현 등이 줄줄이 퇴사해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으며 예능에서 두각을 보였던 전현무는 아나운서에서 MC로 완벽하게 적응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또한, 사직서를 제출했던 한석준 아나운서는 사 측의 만류로 평소 관심이 있던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이같은 아나운서들의 KBS 퇴사 러시은 일반인들로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도대체 왜 이들은 월급 꼬박꼬박 나오고 명예까지 챙길 수 있는 KBS라는 거대 방송사에서 뛰쳐나오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KBS 아나운서실의 구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KBS의 고참 아나운서들을 포함하면 MBC, SBS 같은 다른 방송사에 비해 아나운서 수가 많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KBS 아나운서들은 어떻게든 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노출되는 것"이라며 "거기다 정기적으로 신입 아나운서라는 새 피가 수혈되지 않나. 그러다 보면 아무리 주목받던 아나운서라도 뒷방으로 물러나게 된다. 그런 위기의식이 퇴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KBS 아나운서들은 전쟁터 같은 회사에서 쓸모 없는 바둑돌이 되지 않기 위한 선택을 한 셈이다. 비록 쉽지는 않겠지만 '미생'에서 '완생'으로 살아가기 위해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린 이들이 좋은 결과를 만나길 바란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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