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홈런 스트레스도 사치다…그걸 즐겨라”

입력 2015-01-0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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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박병호(왼쪽)는 2014시즌에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자기가 조금 더 잘했으면 우승까지도 했을 것이라는 책임감 때문이다. 그러나 “스트레스마저도 즐기라”는 선배이자 우상 이승엽(삼성)의 충고를 마음에 새기고 2015시즌 출발선에 다시 선다. 스포츠동아DB

■ 박병호 일깨운 이승엽의 조언

지난 7월…홈런 압박감에 타격감 떨어져
이승엽 충고 한마디가 부담감 털어낸 계기

강정호 시너지효과 메울 몸만들기 착착
“새 시즌 KS 중심타선 역할 해내고 싶어”

같은 길을 걸었던 선배의 한 마디는 그 누구의 백 마디보다 귀했다.

‘넥센의 간판타자’ 박병호(29)는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구단 시무식에서 선수협 총회 참석차 자리를 비운 주장 이택근(35)을 대신해 짧은 각오를 전했다. “우승으로 성공하는 시즌이 돼 작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다사다난한 한해를 정리하며 “이승엽(39·삼성)의 한 마디”를 화두로 꺼내들었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그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 ‘꺼내 들춰보는’ 이승엽의 한마디

2014년은 박병호에게 ‘환희와 좌절’을 안긴 시즌이었다. 52홈런을 때리며 이승엽(삼성)과 심정수(은퇴)에 이어 사상 3번째 50홈런 타자로 기록됐다. 작년 9월 4일 목동 NC전에서도 대기록을 작성했다. 박경완이 2000년 5월 19일 현대 유니폼을 입고 뛴 경기에서 1경기 4홈런을 때린 이후 역대 2번째로 4홈런을 친 타자가 됐다. 이승엽도 하지 못한 영광의 순간이었고, 숱한 홈런 기록을 만들었던 시즌이었다.

하지만 여느 때보다 시련도 컸다. 한국시리즈에선 끝내 기대했던 한방을 터뜨리지 못했다. 구단의 2승4패 준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박병호도 고개를 숙였다. 가장 아끼던 연속 선발출전 기록도 깨졌다. 홈런에 대한 압박감으로 타격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7월 11일 목동 NC전 선발명단에서 제외됐다. 2011년 5월 24일부터 이어온 339경기 선발출전이 끝났다. 박병호는 “2012∼2013년은 거침없이 지나왔던 시간이었다. 작년 치르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생각했던 만큼 안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전 경기 선발출전도 깨질 만큼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를 일깨운 건 이승엽의 한마디였다. 그는 “야구는 기록의 경기이고 전광판에도 기록이 새겨진다. 그만큼 홈런에 대한 부담이 컸다. 그런데 이승엽 선배가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 것도 몇 안 되는 선수들만 누릴 수 있는 사치다. 그걸 즐겼으면 좋겠다’고 충고해줬다”고 전했다. 박병호도 마음을 달리 고쳐먹었다. 50홈런을 넘어 52홈런을 날리면서 어깨에 짊어졌던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는 “선배의 조언에 생각이 달라졌다”고 전하며 “올 시즌을 치르는데도 큰 자양분이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웃었다.


● 강정호 핑계 없다

박병호는 올 시즌 든든한 우군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5번타자’ 강정호(28)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와 교섭 중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강정호가 빠지면 박병호가 집중 견제를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박병호도 “강정호와 시너지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5번에 누가 들어갈지 모르겠지만 변명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새 시즌 각오를 밝혔다. 새 시즌에 앞서 조금 더 탄탄한 몸을 만들기 위해 20% 초반이었던 체지방량을 18%까지 줄여 근육량을 늘렸다. 그는 “빠른 공 투수를 상대할 때 밀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완하려고 한다. 헛스윙 비율을 줄이기 위해 스윙 궤적을 짧게 만들 것이다”고 공언했다. 이어 “실망스러웠던 작년 가을야구 모습을 떨쳐내고, 새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중심타선으로 역할을 해내고 싶다”고 팀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목동|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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