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희와 김루트, ‘대구의 딸·칠곡의 아들’을 향해 쏴라! [인터뷰]

입력 2015-01-12 06: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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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희와 김루트, 사진|디오션뮤직

신현희와 김루트, 사진|디오션뮤직


신현희와 김루트. 그냥 멤버 이름만 나란히 적었을 뿐인데 묘한 웃음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들의 첫 싱글 ‘캡송’ 역시 마찬가지다. 신현희가 모자를 산 경험을 노래로 만든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을 담았지만 듣고 있자면 웃음이 피식 터져 나온다.

이런 이미지는 실제 모습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이 대책 없이 유쾌하고 명랑한 두 남녀는 인터뷰 내내 시트콤적인 대화를 이어가며 ‘기똥찬 오리엔탈 명랑 어쿠스틱 듀오’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과연 김루트의 패션은 바뀔 수 있을까
김루트, 사진|디오션뮤직

김루트, 사진|디오션뮤직


2012년 대구에서 만나 결성돼 2014년 4월 4일 첫 싱글 ‘캡송’을 발표한 신현희와 김루트는 곧바로 2014 K-루키즈 파이널 콘서트까지 진출할 정도로 빠르게 팬층을 쌓아가고 있는 인디씬의 유망주이다.

비록 K-루키즈 파이널에서는 장려상에 그쳤지만 K-루키즈 파이널에 오른 6개 팀 중 정말로 ‘루키’라고 할 수 있는 팀은 신현희와 김루트 뿐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성장가능성과 잠재력은 누구보다도 크다.

이처럼 떠오르는 밴드이자 주목받는 신인인 만큼 한창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을 법도 하지만 근황을 묻자 의외로 “합주를 제외하곤 별로 바쁘지 않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심지어 김루트는 “사람을 만나는 게 되게 오랜만이다. 평소에 대부분 집에만 있다”라고 너무나도 솔직한 답변을 들려줬다.



이어 신현희 역시 “둘 모두 집돌이, 집순이다”라며 “(김루트와)둘이 만나는 것도 합주 때, 공연 때, 배고플 때에 본다”라고 거들었다.

물론 자주 보지 않는다고 해서 신현희와 김루트가 친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증언에 의하면 신현희와 김루트는 친구나 동료라기보다 친남매에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신현희는 “진짜 둘이 싸울 때도 많다. 오빠(김루트)는 꼭 그만해도 될 것을 한 번 더 깐족대다가 한 대 더 맞고 그런 스타일이다”라며 “그러다가 현희(실제로 ‘나’가 아니고 현희라고 불렀다)가 울고 화해한다”라고 평소에도 티격태격 하는 사이임을 알렸다.

이는 인터뷰 도중에도 여전했는데, 신현희의 증언이 이어지자 김루트는 “그것까지는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라며 은근히 이를 만류해 웃음을 참지 못하게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신현희와 김루트의 나이차이로, 비주얼상으로는 삼촌과 조카 같은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구체적인 나이는 이미지 유지를 위해 여기서는 밝히지 않겠다).

곱슬머리 장발에 새까만 선글라스를 쓴 김루트 특유의 스타일이 그 원인이지만, 김루트는 “지금은 이 모습이 좋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참 재미있다. 김루트는 “EP나 1집을 내면 이미지 메이킹하고 확 바뀔거다”라며 “처음부터 멋있으면 안 되지 않나”라고 ‘아저씨 이미지’를 유지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어 신현희는 “우리가 여성팬들이 많은데 여심을 공략하기 위해 (김루트가) 멋있게 할 거다”라며 “좀 더 스타일리쉬 했으면 좋겠다. 일단 선글라스를 벗으면 된다”라고 김루트의 이미지 체인지를 계획하고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김루트는 “나는 지금 이 모습이 너무 좋은데 주변에서 말을 많이 한다. 그리고 그 선글라스도 사실 (신)현희가 추천해준 거다”라며 “처음에는 둘이 같이 선글라스를 쓰고 다녔는데, 중간에 이상하다고 자기는 벗고 다닌다”라고 말해 지금과 같은 아저씨 이미지를 만든 장본인이 신현희임을 털어놓았다.

이에 신현희는 “그 선글라스를 쓰고 큰 경연에 나가 우승하는 꿈을 꾸고 다음날 바로 샀는데 나는 도저히 이상해서 못 쓰겠더라”라며 “또 내가 눈 빼고 볼 데가 없다. 눈 가려놓으면 진짜 못생겼다”라고 선글라스를 벗은 ‘웃픈’ 이유를 적나라하게 고백했다.

사실 이 정도로 서로가 주거니 받거니 하려면 어지간히 친한 사이가 아니고서는 감정이 틀어지기 마련인데, 신현희와 김루트는 전혀 어색함이 없고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격식 없는 자연스러움과 유쾌함이야말로 이들의 ‘명랑음악’의 원동력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처음 알게 된 신현희의 속마음
신현희, 사진|디오션뮤직

신현희, 사진|디오션뮤직


2014년 한해를 보람차게 보낸 신현희와 김루트는 2015년 2월 EP앨범을 발표하며 더욱 힘찬 도약을 노린다.

신현희와 김루트의 첫 EP앨범에는 이미 발표된 ‘캡송’과 라이브 무대에서 ‘밀고 있는’ 신곡 ‘오빠야’ 등을 포함해 6곡이 수록될 예정으로, 또 어떤 이야기로 즐거움을 선사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앨범 제작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신현희와 김루트의 작곡 방식으로, 이들은 노래를 서로 같이 쓰지 않는다고 한다.

신현희는 “둘이 각자 곡을 만들어와 들려주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고치는 방식으로 곡 작업을 진행한다”라고 설명했다.

신현희와 김루트 노래의 대표적인 특징은 시원시원한 신현희의 보컬과 중간 중간 대화하듯 툭툭 던지는 김루트의 시기적절한 멘트로, 이처럼 각자 곡 작업을 진행하면 파트 배분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건지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다.

신현희는 “(김루트의)멘트는 합주하면서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면서 많이 바뀐다”라며 “옛날에는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루트 오빠 파트를 염두에 두고 곡을 만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예전에는 내가 부르기 좋은 노래, 내가 잘 불러 보이는 노래 그런 걸 만들려고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하춘화·고봉산의) ‘잘해군 잘했어’ 느낌으로 곡을 만들고 싶다”라고 김루트의 파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김루트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라고 말하며 은근히 감동받은 모습을 보였고, 신현희는 “속마음에 있는 이야기라 말하지 않았다”라고 부끄러워해 (인터뷰 중 처음으로) 훈훈하고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당장은 EP앨범에 집중하고 있지만 신현희와 김루트의 걸음은 더욱더 먼 미래를 향하고 있다.

오랫동안 신현희와 김루트로 활동하겠다는 신현희는 “앞으로도 우리색깔은 유지하되, 장르에 제한을 두고 싶지 않다”라며 “하고 싶은 것 시도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싶다. 10년, 20년, 오래 할 건데 계속 똑같은걸 할 수는 없지 않나? 점점 성장하는 모습과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다 음악에 표현됐으면 좋겠다. ‘얘네 이런 것도 할 줄 아네 하는’ 이런 느낌이다”라고 앞으로 음악 생활의 목표를 밝혔다.

김루트도 “커가는 걸 보면서 사람들도 ‘아 얘들이 이렇게 성장했구나’ 하는 그런 느낌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사족으로 신현희와 김루트는 흔히 ‘인디씬의 악동뮤지션’으로도 불리고 있는데, 악동뮤지션이 인터뷰에서 밝힌 음악적 목표와 신현희와 김루트의 목표는 놀랄 만큼 닮아있다)

▲(본인들은 사양했지만) ‘효자·효녀밴드’ 신현희와 김루트
신현희와 김루트, 사진|디오션뮤직

신현희와 김루트, 사진|디오션뮤직


신현희와 김루트의 인터뷰가 진행된 날은 2014년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12월 23일으로, 신현희와 김루트, 그리고 신현희의 지인과 함께 셋이서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루트는 “말이 홈파티지 현희와 현희 지인(男)이 혼자인 (나를) 구제시켜주는 것이다”라며 “크리스마스 때는 혼자 지낼 것 같다”라고 쓸쓸한 크리스마스 계획을 알렸다.

연말연초 계획을 묻는 질문에도 김루트는 “예전에는 현희와 종치는 걸 보고 그랬는데 올해는 현희가 집에 내려간다고 해서 혼자 보낼 것 같다”라며 “현희가 없어서 집에 혼자 있어야한다”라고 ‘신현희 때문에’ 혼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중에 전해 듣기로, 심지어 크리스마스이브에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김루트의 이 같은 솔로 인생은 인해 자연스럽게 그의 여자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고, 신현희는 “요즘에 이런 남자 정말 없다. 자기는 못 먹고 못 입어도 남은 사준다. 정말 착하다. 약간 헌신하다가 헌신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칭찬인지 디스인지 모를 설명을 늘어놓았다.

실제 수신료가 아까워 TV를 놓지 않고, 샴푸를 사러가기 귀찮아 노푸(No Poo, 샴푸를 사용하지 않고 머리를 감는 방법)를 하고 있다는 김루트는 그렇게 아껴서 남들 사주는데 돈이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김루트에게는 다소 안타까운 연말연시가 지나고 2015년 1월부터 신현희와 김루트는 다시 공연을 시작한다.

지난 2년 동안 연초에 세운 목표는 모두 이뤘다는 신현희와 김루트는 “2015년 목표는 아직 정해진게 없다”라고 밝혔다.

대신 밴드를 결성하면서 둘의 공통 목표로 삼았지만 아직까지 이루지 못한 일은 남아있다.

바로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아들딸 되기’로, 신현희는 “지금은 부모님이 SNS나 메신저에 ‘현희 공연합니다’라고 적어놓기도 하는데, 친척들이 라이브카페 같은데서 일하는 걸로 안다”라며 “매스컴에도 많이 나오고 해서 먼저 ‘딸이 음악한다며’라고 먼저 부모님에게 말하게 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신현희와 김루트는 자신들보다 부모님을 위해 인기와 명성을 얻고자 하는 기특할 정도로 효자·효녀이다. 다만 ‘효자효녀 밴드’라는 수식어를 제안하자 “그건 정말로 7080 밴드 같다”라고 사양했지만 말이다.

시종일관 페스티벌이 아니라 ‘개콘’ 무대에 올라가도 충분히 먹힐만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 신현희와 김루트는 “우리는 절대 어려운 사람이 아니다. 공연도 같이 즐기지만 앞으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친하게 지내고 싶다. 또 SNS도 열심히 하니까 많은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팬들을 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단, 개인 메시지는 잘 보지 않으니 타임라인과 댓글을 주로 이용해주길 바란다는 김루트의 마지막 첨언.

P.S. 김루트는 현재 심리학 자격증을 획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신현희와 함께 음악 치료 심리치료와 같은 재능기부 봉사을 많이 펼치고 있다.

신현희는 “★우리가 정말 봉사 활동을 좋아 한다★(별표는 신현희가 꼭 쳐달라고 부탁한 것)”라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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