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스포츠동아DB
상대 약점 정확히 파고든 관록의 힘
2014브라질월드컵에 나선 한국축구대표팀은 젊은 선수들의 패기로 무장했지만, 베테랑의 노련미가 아쉬웠다. 베테랑보다 젊은 선수들의 힘과 체력을 강조했던 홍명보(46) 전 감독과 달리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은 노장 선수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표팀에 차두리(35·FC서울)를 선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2월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차두리의 경험과 관록은 우리 팀에 좋은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며 차두리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차두리는 13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호주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쿠웨이트를 맞아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차두리는 전반 36분 오른쪽 돌파에 이은 정확한 크로스로 남태희(24·레퀴야SC)의 선제 결승골을 도왔다.
쿠웨이트는 왼쪽 측면 수비에 약점을 지닌 팀이다.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차두리는 쿠웨이트의 왼쪽 측면을 질풍 같은 스피드로 파고들어 결승골의 발판을 마련했다. 상대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고든 차두리의 관록과 기량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차두리는 20대 선수 못지않은 체력과 왕성한 활동폭을 자랑하는 선수다. 이날 경기에서도 90분 풀타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본연의 역할은 물론이고 기습적인 오버래핑으로 공수에 걸쳐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대표팀이 경기 내내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는 점에서 차두리의 ‘특급 도움’은 더욱 값졌다. ‘베테랑의 가치’를 강조했던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에 확실하게 부응한 차두리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