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협박 사건] 이병헌, 상처만 남은 승리…데뷔 후 가장 큰 위기 맞아

입력 2015-01-15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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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도 이긴 것 같은 게임이 있는가 하면 이겼어도 찝찝한 게임이 있다. 이병헌을 둘러싼 협박 사건이 맺은 결말이 딱 그 꼴이다.

1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9단독 법정에서는 폭력행위등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모델 이 모(25) 씨와 걸그룹 글램의 김 모(21) 씨의 선고 공판이 열렸다.

이날 주된 쟁점은 피고인인 이 씨와 김 씨의 주장대로 이병헌은 모델인 이 씨에게 이성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느냐였다. 앞선 공판에서 이병헌의 성적인 농담을 담은 동영상을 빌미로 그를 협박했다는 사실은 이미 피고인들에 의해 인정된 만큼 남은 쟁점인 연인관계였느냐의 여부는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있었다.

이에 재판부는 "이병헌과 이 씨는 연인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이어진 설명은 법정 안의 취재진을 경악하게 했다.

재판부는 "메시지의 내용을 보면 피고인(이 씨)은 피해자(이병헌)의 만나자는 제안을 회피하고 자신이 가능한 시간에 만남을 갖는 등 관계에서 주도적인 입장이었다. 또 피해자의 성관계 요구를 거부하기도 하고 스마트폰 게임을 한다고 해서 화를 내기도 했다"며 "하지만 금전적인 내용을 제외하고는 좋아한다 등의 내용은 없다.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이성적 관심이 크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해자인 이병헌을 향해 "이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부분이 있다"고 일갈하면서 "나이 어린 피고인들과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게임을 하고 키스를 하는 등 신체적 접촉을 갖기도 했다. (메시지의) 문장 자체 만으로 보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자신을 이성적으로 좋아한다고 받아들일만한 내용이었다"고 말해 모델 이 씨와의 관계에서 이병헌이 더욱 적극적이었다는 점을 암시해 충격을 안겼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본래 검찰의 구형인 징역 3년보다는 형량을 낮춰 징역 1년 2월과 징역 1년을 선고한 것이다. 여기에는 피고인들이 모멸감이나 수치심으로 저지른 범죄가 아닌 금전을 이유로 저지른 계획 범죄라는 점과 5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요구한 점 등이 고려됐다.

이병헌의 뜻대로 두 피고인은 협박 등의 혐의로 법의 지엄한 심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병헌도 이날 선고로 이 사건에서 아무런 흠도 없는 '억울한 피해자'가 아님이 증명됐다. 유부남과 유명인이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경솔한 성적 농담과 모델인 이 씨에게 적지 않은 관심을 보였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피고인들은 이제 실형을 살며 자신들의 죄값을 치르게 됐다. 그렇다면 밖에 있는 이병헌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이겼으니 그대로 기쁨의 세리머니를 하면 되는 것일까. 이제 그는 재판부 덕에 의심에서 확신으로 바뀐 대중들의 시선을 견뎌야 한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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