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FC 초대 사령탑 마틴 레니 감독은 2015년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자신의 축구철학을 설명하는 그의 표정에선 자신감이 넘쳤고 성공에 대한 확신이 느껴졌다. 레니 감독이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잠실|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멀티플레이어보다 스페셜리스트 선호
“선수들 두려움 없고 능동적 자세 필요”
서울 이랜드FC는 2015시즌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 참여한다. 초대 사령탑 마틴 레니(40·스코틀랜드) 감독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막바지 선수단 구성 작업부터 훈련 계획 마련, 구단을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까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러나 정말 궁금한 것이 있다. 레니 감독의 축구철학과 색채다. 프로와 아마추어, 심지어 전국체전 현장까지 누비던 그의 광폭 행보는 여러 차례 전해졌지만 정작 그가 추구하는 축구에 대해선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그래서 레니 감독을 직접 찾았다. 홈구장인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내 임시 구단 사무국에서 대면한 그는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레니의 축구’ 또 ‘이랜드 축구’를 언급할 때의 눈빛은 몹시 강렬했다.
● 레니의 5가지 원칙, 그리고 철학
레니 감독은 총 5가지의 전술 원칙을 설명했다.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한 내용은 ▲공격과 빌드업 ▲수비라인 형성 ▲수비전환 ▲공격전환 ▲세트피스다. 골키퍼부터 시작되는 볼 공급, 전방으로 향하는 세부 플레이, 침투와 크로스 등이 첫 단계라면 전후방 압박과 공수 전개 시점의 원활한 확보가 최종 단계다.
“빠른 수비전환이 K리그의 주요 트렌드로 보인다. 사전에 약속된 패턴 플레이를 다양하게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격과 수비, 심지어 골키퍼까지 모두가 전략·전술을 확실히 숙지하도록 하겠다.”
다만 백지상태에서 시작될 첫 걸음인 만큼 서두르진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단계별 세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일일 계획도 있다. 일본 J리그 사간도스에서 윤정환 감독(현 울산현대)과 한솥밥을 먹은 김희호 코치와 세부 논의 중이다. “1번부터 5번까지 모든 게 확실히 준비된 팀이 될 거다. 의미 없는 볼 투입을 지양한다. 리드미컬한 패스 축구, 다양한 전략의 축구를 이랜드를 통해 느끼게 하고 싶다.”
레니 감독이 특히 중시하는 부분은 창의성과 자신감이다. 경기를 지배하고, 결과와 내용을 모두 잡으려면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능동적이고 창의적 태도가 필요하다. 비판에도 자신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선수 개인의 꿈을 이루고, 궁극적으로 클럽의 비전을 이룰 수 있다.”
● 레니의 축구, 레니의 K리그
레니 감독은 ‘부수기 어려운 축구’라고 K리그를 정의했다. 맞는 이야기다. 최대 장점이자, ‘재미없는 축구’로도 불리게 된 결정적 약점이기도 하다. “남다른 수비전략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해답은 하나다. 파괴력이다. 이랜드는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을 수급하고 있다. ‘이기는 축구’를 하기 위해서다. 선수를 스카우트할 때도 이 점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이름값이 아니라 실용성에 중점을 뒀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보다 특정 위치에 특화된 선수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했다. 용병 영입도 비슷했다. 지난 시즌 대전 시티즌이 절대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드리아노라는 공격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한국 선수와 차별화된 능력을 지녀야 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다양한 문화에 대한 빠른 적응력이다.”
레니 감독은 29일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일반에 공개될 첫 훈련을 지도하며 이랜드의 본격 출항을 알린다. 창단 첫 시즌티켓 멤버십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이랜드는 2월 1부터 20일까지 경남 남해에서 강화훈련을 진행하고, 2월 27일부터 3월 12일까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최종 담금질을 한다.
잠실|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