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장훈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언젠가는 농구코트로 돌아가 농구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한다. 사진제공|MBC
■ 예능감 절정 서장훈, 그가 말하는 그의 진짜모습
퉁명스럽지만 가식없는 입담
못 이기는 척 행동하지만 순박함 물씬
코트 서장훈과 너무 다르다고요?
동네 형 같은 모습, 서장훈 맞습니다
언젠가 코트 그 어딘가로 돌아갈 것
‘국보급 센터’ 서장훈이니까요
“어쩌다보니 일이 이렇게 커졌네요.”
‘국보급’ 센터로 농구 코트를 장악했던 서장훈(41). 대학(연세대) 재학 시절이던 1990년대 초중반 농구대잔치의 최고 스타로 떠오른 뒤 1998년 프로세계에 뛰어들어 보는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입담’으로 팬들을 만나고 있다. 조금은 퉁명스럽게 말을 툭툭 내뱉고, 마지못해 혹은 못 이기는 척 행동하지만 그 안에 담긴 순박함이 호감을 사고 있다. 가끔 보여주는 ‘허당’의 매력은 덤이다.
2013년 은퇴 후 “2∼3년 동안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했던 그의 인생이 하루아침에 달라졌다. KBS 2TV ‘해피투게더3’,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 등 지상파 3사 대표 예능프로그램을 거쳐 지난해에는 MBC ‘사남일녀’에 고정 출연했다. 운동선수 출신이지만 ‘몸’ 쓰는 것 못지않게 ‘입’을 잘 활용한 덕분이다. 이후 MBC ‘세바퀴’와 ‘일밤-애니멀즈’, 케이블채널 엠넷 ‘야만TV’에 출연 중이다. “3시간 자면 다행”이라고 할 만큼 요즘 그는 ‘예능인’으로서 바쁜 행보를 걷고 있다.
“진짜 그냥 코트와 떨어져 푹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사남일녀’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 하하!”
선수 시절 코트 위에서 인상을 자주 쓰는 편이었던 서장훈은 예능프로그램에서는 180도 달라졌다. 우스꽝스런 분장에 ‘쫄쫄이’ 바지를 입은 채 덩치보다 몇 십배 작은 강아지 앞에서 안절부절 못한다. 그 색다른 모습에 대중의 시선은 호감으로 기울었다.
“캐릭터를 만들어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을 지닌 것도 아니다.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이 원래 나다. 예전부터 알던 분들은 안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말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이게 평소 서장훈이다.”
그러지 않아도 사실 대중은 이미 그의 이미지를 새롭게 그렸다. 강한 “호불호”와 “선입견”의 시선을 떠나 ‘인간 서장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22년 넘게 사람들 앞에 서왔다. 대중의 관심도 익숙해져있다. 마흔이 넘어서 그런지 갑작스런 반응에도 들뜨지 않는다. 지금의 분위기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지겠느냐.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는 확신도 없다.”
그저 ‘인간 서장훈’을 “더욱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예능공룡’ ‘예능 늦둥이’ ‘방송인’이라는 수식어에도 “어색하다”며 큰 손을 내젓는다.
“진심으로 많이 노력하는 방송인들이 있는데 그들 앞에서 그리 불리는 건 죄송스럽다. 그냥 친근한 동네 형 이미지? 굳이 필요하다면 ‘아마추어 방송인’이 좋겠다.”
서장훈은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막연하지만 언젠가는 “농구 코트 근처 그 어딘가”로 돌아갈 것이라는 다짐이다.
“제 색깔에 맞는 팀의 지도자가 되고 싶다. 꼭 감독이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이든 농구 발전을 위해 기여하겠다. 서장훈으로 태어난 이상 그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한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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