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예능’ 트렌드인가, 베끼기인가

입력 2015-02-03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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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건 가상이건 ‘가족’이 요즘 예능프로그램의 키워드다. ‘용감한 가족’ ‘룸메이트’ ‘자기야-백년손님’ ‘오! 마이 베이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에도 가족이 등장한다. 그러나 서로 소재와 형식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사진제공|SBS·KBS

■ TV예능 장악한 ‘가족’ 키워드


‘용감한 가족’ ‘아빠를 부탁해’ 등
가족관찰 리얼리티 프로 잇따라
유사한 장르 베끼기 논란 불가피


‘그 나물에 그 밥이다!’

현재 방송 중인 예능프로그램을 둘러보면 ‘거기서 거기’라는 이야기다. 비슷한 소재와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그램마저도 그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난해 안방극장을 장악한 ‘육아’에서 ‘가족’으로 규모만 키운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선보인 KBS 2TV ‘용감한 가족’은 ‘생활밀착 가족형 리얼리티’를 콘셉트로 내걸고 있다. 심혜진, 이문식, 박명수, 최정원, 강민혁, 설현 등이 각각 아빠와 엄마, 삼촌, 딸, 아들 등 가족의 구성원이 되어 일상을 함께 한다. 장소만 해외로 옮겼을 뿐,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키워드인 리얼리티와 가족 코드를 섞은 것이다.

이달 중 방송 예정인 SBS ‘아빠를 부탁해’는 ‘부녀 예능’을 표방한다. 이경규, 조재현, 강석우, 조민기 등 50대 아버지가 20대 딸과 함께 소통하는 과정을 담을 예정이다. 하루를 함께 지내며 소중한 추억도 쌓고 서먹해진 부녀관계를 회복한다는 기획의도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언뜻 봐도 ‘육아 예능’의 성인 버전으로 비친다.

지난해 12월24일 시작한 케이블채널 tvN ‘아이에게 권력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에게 가장의 권력을 부여하고 가족끼리 이해와 가족애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기존의 가족 예능프로그램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특히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윤성·홍지호, 청학동 김봉곤 훈장의 가족 등이 출연했음에도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애초 파일럿 형식으로 4회 방송된 후 반응이 좋으면 정규 편성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14일 4회를 끝으로 제작이 중단된 상태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SBS ‘룸메이트’ ‘자기야-백년손님’ ‘붕어빵’ ‘오! 마이베이비’ 등 현재 방송 중인 가족 예능프로그램은 지상파·케이블·종편 채널 등 안방극장에 넘쳐난다. 형식은 저마다 다르다 해도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피로감만 쌓이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방송가에서는 1∼2년 전부터 “새로운 프로그램이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일단 흥행 가능성을 인정받은 만큼 당분간 ‘가족 예능’이라는 익숙한 콘셉트의 프로그램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족간의 소통이 부족한 현실을 방송 프로그램으로부터 위안받고 싶은 시청자의 욕구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재생산되면서 ‘베끼기’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BS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아이템 발굴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서 다양하게 시도도 해보고, 변화를 시작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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