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석 “원종현, 이까짓 암, 이기고 야구장서 만나자”

입력 2015-02-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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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위암 수술 후 제주도에서 요양하며 빠르게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는 정현석(한화)은 최근 대장암 수술을 받은 후배 원종현(NC)에게 “건강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서 꼭 만나자”고 응원했다. 스포츠동아DB

■ 대장암 수술 NC 원종현에게 전하는 위암투병 한화 정현석의 희망메시지

“고생 끝에 1군 자리 잡았다는데 안타깝다
하지만 암도 초기라면 하늘이 준 기회
난 제주로 내려와 걷기부터 시작했다
아내 보면서 다시 일어서겠다 다짐하지
겪어 보니 암 이까짓 거 아무 것도 아니야
우리 꿋꿋하게 일어서 꼭 만나자”

NC 원종현. 스포츠동아DB


“함께 일어서자. 그리고 꼭 그라운드에서 다시 만나자.”

동병상련일까. 남의 일 같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해 말 위암 수술을 받은 한화 외야수 정현석(31)이 최근 대장암 수술을 받은 NC 투수 원종현(28)에게 감동과 희망의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현재 제주도에서 요양하며 빠르게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는 정현석은 2일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나는 이제 많이 좋아졌다. 밥도 한 공기씩 먹는다”며 씩씩하게 자신의 근황을 전한 뒤 이내 “최근 기사를 통해 원종현이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항암치료는 안 해도 되느냐”며 후배의 수술 경과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다.

원종현은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열리고 있는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훈련하다 어지럼증을 호소해 지난달 25일 귀국한 뒤 서울아산병원에서 대장암 판정을 받고 나흘 뒤 수술을 받았다. 아직 정확한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원종현은 수술 후 회복 경과가 좋아 3일 퇴원한다. 이후 본가가 있는 고향 군산에서 요양하며 통원치료를 할 예정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정현석은 “그동안 그냥 야구 선후배니까 야구장에서 눈인사만 주고받았을 뿐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운동 열심히 하고 성실한 친구라는 얘기를 들었다. 고생 많이 하면서 어렵게 1군에 자리 잡았다고 하던데 안타깝다”면서 “좌절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암도 초기라면 하늘이 우리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어차피 그 친구나 나나 짊어지고 가야할 부분이니까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정현석은 원종현에 앞서 지난해 12월 12일 위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지도 거의 2개월. 그는 2주 전에 아내와 함께 제주도로 가서 자신만의 캠프를 차렸다. 제주도 맑은 공기와 자연을 벗 삼아 걷기운동부터 시작하며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 1년 전 결혼한 아내가 함께 내려와 고생하고 있지만, 그는 그런 아내를 보며 하루에도 수없이 속으로 ‘반드시 다시 일어서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그는 “제주도 날씨가 따뜻해 걷기에 참 좋다. 아직 격렬한 운동을 할 수는 없어 걷기운동만 열심히 하고 있다. 설 연휴 즈음에 대전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다”면서 “조급해 하지는 않겠다. 열심히 몸부터 만들어 꼭 그라운드에 복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현석은 다시 한번 원종현을 향해 진심 어린 격려를 했다.

“내가 실제 겪어 보니 항암치료만 아니면, 암 이까짓 거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 걱정할 필요 없다. 그 친구도 걱정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내서 같이 꿋꿋하게 일어섰으면 좋겠다. 그리고 둘이 꼭 그라운드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다른 암투병 환자들에게도 희망을 전해줬으면 좋겠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더욱 씩씩했다. 야구 선배로서, 암투병 선배로서 후배에게 용기를 북돋움과 동시에 반드시 암을 이겨내리라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처럼 들렸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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