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펀치’. 사진제공|SBS
1. 쫄깃한 대사 2. 익숙한 사건 3. 찰진 ‘먹방’까지
연기자들 호연·박경수 작가 대본의 힘…오늘 종영
SBS 월화드라마 ‘펀치’가 안방극장에 강력한 ‘펀치’ 한방을 날리고 17일 종영한다. 지난해 12월15일 6.3%로 시작해 두 배가 넘는 수치(12.7%)까지 뛰어오르며 화제를 모을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김래원, 조재현, 김아중, 박혁권, 최명길 등 연기자들의 호연과 빠른 전개, 거듭된 반전, 그리고 이를 한 데 잘 버무린 박경수 작가 특유의 대본이 지닌 힘이 꼽힌다. 그 구체성은 대사와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 연기자들의 맛깔스런 ‘먹방’ 연기로 드러난다.
● 귀에 쏙쏙 박히는 대사
마지막 6회분을 남겨뒀던 이달 초부터 ‘쪽대본 시스템’으로 제작되기는 했지만, 박경수 작가의 ‘대사발’은 시청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인물들이 치고받는 상황 속에서 빚어내는 대사의 맛은 매회 쫄깃했다.
검사 김래원이 검찰총장 조재현과 법무부 장관 최명길에게 “권리는 누리고 의무는 피한다”며 일갈한 대사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이 무시할 수 없는 자리에서 서서 다른 사람들 무시하지 않고 살기를 바란다”, “사건은 일어나는 게 아니야, 만드는 거지” “법은 하나야! 나한테도. 당시한테도”라는 등 명대사는 방송이 끝난 후에도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경상도 출신인 박경수 작가는 히트작 ‘추적자’에 이어 이번에도 구수한 사투리 대사의 맛을 안겼다. 극중 경상도 태생 조재현이 “이렇게 실감나는 사투리 대사가 담긴 대본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다. “야는 흰데 이기는 와 이리 시커멓노 캐도, 이거, 설탕입니데이” “내는 내를 위해가 살았는데, 니가 왜 나를 위해가 살았노? 시상 다 지 살라고 하는 기지” “밀가루를 사다가 만두피를 빚고 속을 채워 만두를 만들었습니데이. 그럼 이 만두가 밀가루 사장 것일까예, 만두 사장 것일까예?” 등 이죽거리면서도 은유의 매력이 빛나는 대사는 몰입과 동시에 재미를 느끼게 했다.
●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
검찰 권력이라는 큰 그림의 이야기 안에서 얽히고설키는 사건은 마치 한국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려는 듯 현실의 이야기에 가 닿으며 시청자에게 실감의 재미를 줬다.
방송 초반 갈등구조의 출발점으로 등장한 세진자동차의 부도와 연관된 비리를 폭로하려는 해고 연구원의 이야기에서는 쌍용차 사태의 흔적이 드러난다. 극중 조재현의 오랜 후원자였던 오션캐피탈의 실소유자 정동환이 자신을 감추려 하는 모습에서는 2007년 대선 당시 벌어진 ‘다스’의 실소유자 논란을 비유한 듯했다. 또 최명길과 조재현이 증인을 빼돌리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비행기를 공항으로 착륙시키면서 이를 회항시킨 에피소드는 ‘땅콩 회항’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이 밖에도 잇단 대학 성추문 사건, 스폰서 검사 등 소재도 눈길을 끌었다.
제작진은 매회 “등장인물, 단체 및 사건은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밝힌다”는 사실을 공지했다. 하지만 극중 다양한 사건 속에서 현실을 읽지 못할 시청자는 없었다.
● “짜장면 한 젓가락 하실라예∼”
‘펀치’는 ‘먹방의 향연’이라고 할 정도로 갖가지 ‘맛있는 음식’이 등장했다. 상대의 뒤통수를 치며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도 ‘먹방’으로 긴장감을 살리고, 주인공들의 심리를 대변했다. 그 가운데 눈에 띈 것은 단연 짜장면(사진). 특히 조재현과 김래원은 분명 ‘후루룩 쩝쩝’ 소리 내며 짜장면을 가볍게 먹는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이들이 치고빠지듯 주고받는 대사와 분위기는 서로에게 정면으로 칼을 겨누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홍어와 파스타, 등심, 단무지, 커피, 칡, 만두 등을 먹는 장면은, 등장인물들의 탐욕과 그 빗나간 욕망의 상황을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 가운데 하나인 ‘식욕’에 빗대며 시청자의 입맛 다시는 이기심까지도 비웃는 듯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