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엿보기] 도핑…보약 선물도 못 먹어요

입력 2015-02-25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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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핑테스트’의 모든 것

매 라운드마다 팀별 1명씩 무작위 선정
2세트 끝난 직후 추첨 통해 대상자 뽑아
검사관 입회아래 화장실에서 시료 채취
보약·영양제도 먹기전 KOVO 문의 필수

V리그가 벌어지면 경기장에 파견된 KOVO 경기운영팀 직원은 상상외로 많은 일을 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가 도핑테스트다. KOVO는 2009~2010시즌부터 도핑테스트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 단 한명도 이 테스트에서 문제가 발생한 선수는 없었다.

KOVO는 매 라운드마다 각 팀의 선수 1명씩 총 13명을 무작위로 뽑아 도핑테스트를 한다. 경기 당일 KOVO 직원이 경기장에 도착해서야 도핑테스트의 유무를 알려줄 정도로 철저히 보안을 유지한다. 도핑테스트 대상자 선정은 2세트가 끝난 뒤 추첨한다. 경기감독관과 도핑검사관 KOVO 직원이 추첨에 참여하며 관련구단의 사무국장이 입회한다. 구단은 도핑테스트를 위한 방에 시설을 따로 설치하는 등 준비에 들어간다. 도핑테스트를 할 선수가 결정되면 구단은 비로서야 그 선수에게 사실을 알린다. 이때 구단이 선수들에게 특별히 당부하는 것은 화장실에 자주 가지 말라는 것과 미리 물을 많이 마셔두라는 것이다.


●소변 기준치 1ml 모자라 다시 채취하기도

도핑테스트는 먼저 경기가 끝나자마자 테스트 대상자로 뽑힌 선수가 도핑실로 들어가서 소변 샘플을 채취한다. 이 과정이 쉽지 않다. 경기 도중에 많은 물을 마셔두지 않으면 쉽게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 선수마다 차이가 크다. 어느 선수는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간혹 새벽까지 애를 먹인 선수도 있다. 30분 안에 끝내는 선수는 모두가 고마워한다. 이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최대한 소변을 참았다가 한 번에 테스트에 필요한 양만큼 배출하는 것이다.

만일 기준치(90ml, 중형 일회용 종이컵 4분의3 정도) 이상의 양이 나오지 않을 경우가 문제다. 기존의 샘플을 밀봉해서 보관하고 새로 받은 샘플을 추가하는데 두 샘플의 농도와 양을 체크해야 하는 등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1차 샘플의 양이 89ml로 기준치에 1ml가 모자라도 기다렸다가 추가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반드시 90ml를 채워야 한다. V리그에도 이런 사레가 있었다. 다시 추가할 때까지 40분을 더 기다렸다. 이런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다보면 새벽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도 벌어진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몸에 신호가 왔을 때 즉시 화장실로 가지 말고 30분 이상 더 기다린 다음에 채취해야 실패확률이 적다고 했다.

경기에 출전해 땀을 많이 흘려서 목이 마른 선수들은 도핑 테스트도 쉽다. 웜업 존에만 있다가 도핑테스트에 불려간 선수나 아직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애를 먹는다. 억지로라도 물이나 이온음료를 먹어 빨리 몸에서 신호가 오게 만들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방법도 있다. 구단은 선수들이 원할 때에 한해 맥주를 준다. 대신 한 캔 이상 권하지 않는다. 도핑테스트에서 불합격했을 때 맥주를 핑계로 댈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선수보다는 여자선수들이 더 애를 먹는다. 도핑검사관 입회아래 화장실에 함께 가서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상의는 가슴까지 올리고 하의도 무릎 밑까지 내려야 한다. 규정이다. 여자 선수들에게는 이 과정이 불편할 것이다.


●평소 먹는 보약 한약은 도핑테스트의 사전 스크린을 거친다

선수들이 평소 자주 먹는 보약이나 영양제도 사전에 도핑과 관련해 위험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각 구단은 새로운 영양제나 약품 등이 나왔을 경우 KOVO에 문의해서 먹어도 괜찮은지 여부를 확인한다. 치료를 받고 있는 선수들은 미리 TUE(면책사유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치료를 위한 약물 가운데 금지물품이 있을 경우 사전에 알려서 승인을 받는 조치다. 그렇다고 해서 테스트에서 불합격했을 때 생기는 문제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한약재의 경우 그 속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모를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구단과 오래 거래한 곳에서 만든 보약만 먹는다. 요즘 OK저축은행 선수들이 먹는 공진단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간혹 팬이 보내주는 보약 선물은 선수들이 선뜻 먹지 못한다.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 문성민은 최근 인터뷰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내 돈 내고 보약을 먹어본다”고 했다. 지난 시즌에는 개소주를 먹는다고 했다.

구단 가운데는 삼성화재가 도핑과 관련해 가장 많은 문의를 한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좋은 것을 열심히 찾아다닌다는 얘기다. 요즘은 생약재를 주로 선수들에게 먹인다. 장뇌삼도 그 가운데 하나다. 효능이 빼어난 것으로 알려진 장뇌삼을 모든 선수가 먹는 것도 아니다. 몸에 열이 있으면 역효과가 난다고 했다. 베테랑이나 주전 선수에게 우선순위가 있다. 레오는 유난히 장뇌삼을 좋아한다. 씹으면 향이 좋아서라고 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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