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기자의 여기는 가고시마] kt 옥스프링 “한국서 코치? 판타스틱”

입력 2015-02-2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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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동아DB

동료들이 스스로 고참대우해 줘 뿌듯
꼬마들의 사인요청 받을땐 정말 행복
한국서 코치? 생각만해도 환상적이다
너클볼 건재…KBO서 통산 50승 도전

올 시즌 ‘거인’의 옷을 벗고 ‘마법사’의 옷으로 갈아입은 kt 외국인투수 크리스 옥스프링(사진). 그는 ‘옥춘이’이라는 깜찍한 별명을 갖고 있다. kt 유니폼이 아직은 낯설다. 2013∼2014 두 시즌 동안 롯데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기 때문이리라. 지난해 롯데로부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은 순간에 대해 묻자 “Upset, Shock, Disappointment” 세 단어를 연이어 말했다. ‘화나고 큰 충격을 받고 실망한’ 이유는 한국야구에서 자신이 이룩한 기록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현재 어깨에 대한 자신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지난 2년간 옥스프링은 롯데에서 23승15패, 그리고 367.2이닝을 던졌다. 승운이 잘 따르지 않은 상황에서 올린 기록이다. 이해할 만했다. 롯데는 더 강력한 슈퍼 에이스를 원했고 서른여덟이 된 옥스프링의 나이도 고려하며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옥스프링은 26일 일본 가고시마 kt 스프링캠프에서 “환상적인 부산 팬들의 열정, 그리고 그들이 보내준 응원은 절대 잊지 못한다. 기회가 있다면 3월 28일 사직 개막전 마운드에 올라 아직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사적인 표현이었지만 강한 전의가 느껴졌다.


-kt 투수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다. 2007년 LG 유니폼을 입고 처음 KBO에서 뛰었다. 이제 한국 선수들이 고참으로 대접할 때도 된 것 같다.

“스스로 한국선수들이 고참으로 예우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내 느낌이 사실이라면 정말 기쁠 것 같다. 팀 동료 중 누구라도 언제든지 의논 상대가 필요하면 대환영이다.”


-조범현 감독은 옥스프링이 다른 3명의 외국인선수를 이끌 리더로 기대하고 있는데.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3명 모두 성격이 참 좋다.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소한 개인사부터 KBO 등 야구까지 많은 대화를 나눈다. KBO에서 쌓은 경험으로 도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돕고 싶다.”(이날 인터뷰 후 옥스프링은 외국인 선수 4명이 참석하는 회식자리를 마련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유명하다.

“호주는 야구가 인기 스포츠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은 야구가 최고다. 카페에 앉아 있으면 꼬마들이 사인해달라고 다가온다. 정말 행복한 순간이다. 야구선수로 수준 높은 리그에서 던진다는 자부심도 크다. KBO는 지금도 높은 수준이면서 계속 발전되는 리그다.”


-고참 대접을 받는 외국인선수다. 은퇴 후 코치를 해도 되겠다.

“‘가족들이 한국으로 이주해야 하나, 아니면 내가 왔다 갔다 해야 하나’라는 단 한 가지 고민만 있을 뿐이다. 한국에서 코치가 된다는 것은 매우 환상적인 일이다.”


-한국 별명 옥춘이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스프링을 춘이로 표현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외국인선수로 한국별명이 있다는 것은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옥춘이’가 들릴 때 마다 행복하다.”


-kt와 연습경기를 벌였던 일본 라쿠텐 타자들도 옥스프링의 너클볼은 손도 대지 못 하더라.

“프로선수로 초반에는 체인지업이 좋지 않아 힘들었다. 너클볼은 매우 감사한 선물이며 큰 자부심이다. 사실 LG에 있을 때 조인성과 롯데 강민호는 너클볼 사인 잘 안냈다(크게 웃으며). 그러나 용덕한은 마음껏 던지라고 한다. 올해 13승을 올리면 KBO 통산 50승이 된다. 꼭 이루고 싶다.”

옥스프링은 그라운드 안과 밖에서 매우 모범적인 외국인선수로 꼽힌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선수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한 후 옥춘이 투수코치로 변신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가고시마|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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