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박성근 “아내와 자전거는 내 인생의 로또”

입력 2015-03-1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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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우연한 계기로 예상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박성근이 군 제대 후 고향에서 차렸던 호프집이 장사가 잘됐다면 ‘경륜선수 박성근’과 ‘한국경륜 데뷔 12연승 신기록’은 없었을 것이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 ‘데뷔 12연승 신기록’ 특선급 박성근

호프집 경영난에 폐업…경륜선수 결심
데뷔 12연승…특선급까지 논스톱 승격
올해 대상경주 첫 입상 “아내의 내조 덕”

‘내 인생의 로또 김민아.’

경륜선수 박성근(35·13기·특선급)의 휴대전화 바탕화면 문구다. 김민아는 그의 동갑내기 아내 이름이다. 선배 결혼식 피로연에서 처음 만난 아내는 로또처럼 인생을 역전시켜 준 은인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경륜선수 박성근’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부담 갖지 말고 마음껏 긁어.”

2005년 경륜훈련원 입소를 앞두고 있던 박성근에게 은행원이던 여친이 자신의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수입이 없는 선수 후보생 남친을 위한 배려였다. 입소 후엔 수시로 간식을 택배로 보내왔다. 데뷔 2년차이던 2007년, 경기 중 자전거에서 떨어져 쇄골이 부러졌다. 경륜선수는 상금과 출전수당이 수입의 전부다. 치료와 재활을 하느라 경주에 출전하지 못해 ‘한시적 백수’가 돼 있던 시기에 프러포즈를 했다. 그해 가을 둘은 부부가 됐고, 아들 둘(7세, 5세)이 태어났다. 박성근이 아내를 ‘인생의 로또’로 부르는 이유는 충분하다.

● “아내와 자전거는 내 삶의 존재 이유”

박성근에게 아내 외 또 하나의 동반자는 자전거다. 특전사 부사관으로 복무하며 모은 돈으로 고향인 경북 김천에 호프집을 차렸지만 경영난으로 2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낙담해 있던 그에게 친구인 백장문(35·11기)이 경륜선수를 권유했다. 절망의 수렁에서 벗어나야 했다. 망설임 없이 사이클에 올라탔다.

“선수 출신인 장문이는 둘도 없는 친구다. 하지만 훈련 때는 모질게 나를 다그쳤다. 당시엔 서운하기도 했지만 훈련원을 한번에 붙은 후 스파르타식 훈련에 감사했다.”

그렇게 시작한 제2의 인생. 그는 데뷔 출발대에 서면 한결같이 자신만의 의식을 진행한다. 자전거에게 ‘이번 승부도 잘 부탁한다’고 속말을 전한다. 이런 간절함으로 페달을 밟은 덕분일까. 그는 2006년 데뷔하자마자 12연승으로 선발→우수→특선급 논스톱 승격을 했다. 이 기록은 9년이 지난 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당시 12연승을 모두 선행으로 거둬 큰 화제가 됐다.

“훈련원 졸업 때 동기 36명 중 21등이었다. 아마추어 경험이 없어 전문적인 주행 테크닉이 많이 떨어진 탓이었다. 믿을 건 가진 힘과 정신력뿐, 데뷔 초기 무조건 냅다 앞서 달리는 선행만 구사했다. 그렇게 세운 신기록과 초고속 승급은 경륜선수로서 큰 자부심이다.”

박성근은 7년째 특선급 붙박이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달 스포츠서울배에서 대상경주 첫 입상(3위)을 했다. 박성근은 “부모님이 고향집에서 인터넷 동영상으로 경주를 관전하셨다. 결과를 알려주자 아내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함께 훈련한 대구팀 동료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상금의 일부를 회식비에 찬조했다”는 여담도 공개했다.

박성근의 올해 목표는 광명 경주 결승전 우승이다. 특전사시절부터 마음에 새겨온 좌우명 ‘안 되면 되게 하라’가 믿는 구석이다. 물론 그의 힘찬 페달링의 근원에는 ‘인생의 로또’인 아내를 비롯한 가족이 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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