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본 로커’ 버스터리드 “시원하게 질러드리겠습니다” [인터뷰]

입력 2015-03-13 1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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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리드, 사진|에버모어뮤직


Mnet ‘슈퍼스타K6’에서 가장 이질적인 참가자는 버스터리드였다.

김필과 곽진언, 임도혁 등이 오디션에선 보기 드문 중저음의 목소리와 하모니로 화제를 모았다고는 하지만, 버스터리드가 들고 나온 코어계열의 사운드는 오디션을 넘어 현재 언더그라운드 락씬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더욱 재미있는 건 이 마이너 중에서도 마이너라고 할 수 있는 이모코어 밴드가 예선 통과는 물론 생방송 무대에 진출해 TOP6까지 살아남는 저력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슈퍼스타K’에서 찾는 ‘슈퍼스타’가 남녀노소 장르불문이라고는 하지만, 대중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버스터리드가 이 같은 호성적을 거뒀다는 점은 상당히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버스터리드의 행보는 ‘슈퍼스타K6’에 머물러있지 않았다. 많은 스타를 배출한 ‘슈퍼스타K’ 시리즈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방송이후 금세 잊힌 출연자들도 수두룩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버스터리드는 방송이 끝나고 출연자중 가장 먼저 앨범을 발표하고 단독콘서트까지 진행하며 ‘슈퍼스타K6’가 단순한 이름알리기용 1회성 이벤트가 아님을 확실히 알렸다.

물론 비주류 장르의 음악을 하는 버스터리드라는 팀으로 ‘슈퍼스타K’에 나가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실제 기타리스트 이계진은 “그냥 멤버 전체적으로 한번 나가보자고 했었다”라고 간단하게 출연계기를 말했지만 또 한명의 기타리스트 안준용은 “사실 나는 끝까지 (출연을)반대 했었다”라고 털어놔 밴드 내부에서도 출연을 두고 의견충돌이 있었음을 밝혔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버스터리드의 ‘슈퍼스타K6’는 성공적이었고 밴드에게도 많은 도움을 준 신의 한수가 됐다.

안준용과 보컬 노대건은 “‘슈퍼스타K6’가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10년간 같이 지내왔지만 우리끼리 합숙하면서 음악을 한 것은 처음이다. 음악적으로 많이 성장한 계기가 됐다”라고 인지도를 넘어 실제 밴드의 발전에도 도움이 됐음을 알렸다.

노대건·정상윤, 사진|에버모어뮤직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밴드의 결성 시기에 대한 것으로, 버스터리드의 현재 멤버가 모인 것은 1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보컬 노대건과 기타 안준용˙ 이계진, 베이스 조환희는 모두 동갑내기 친구이로 오래전부터 호흡을 맞춰 왔으며, 드럼을 맡은 정상윤만이 가장 최근 밴드에 합류했다.

노대건은 “정상윤 전에는 또 다른 친구가 드럼을 맡고 있었다”라며 “많은 밴드들의 멤버 교체이유와 같이 우리도 추구하는 음악과 성격이 달라 멤버를 교체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친구는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정상윤이 아직 군대를 안 갔는데, 가기 전에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드러머를 섭외해 놓고 갔다 오겠다고 했다. 원래 멤버가 다시 팀에 합류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해 원년 멤버와는 완전히 결별했음을 알렸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멤버들답게 큰 공연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클럽 공연 등을 펼쳐왔고, 이는 첫 단독 콘서트에서 신인밴드답지 않은 여유 있는 무대매너와 라이브 실력을 선보일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여기에 새롭게 영입한 드러머 정상윤 역시 이런 클럽공연과 연습을 하면서 알게 된 사이로, 버스터리드는 첫 만남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의 영입을 결정했다.

아직 어린 나이에 팀에 합류한 시기도 얼마 되지 않은 정상윤이지만 오히려 형들이 그에게 배우고 있는 점도 있다.

노대건은 “합숙 때 방에서 혼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어서 들여다보니, 공연 중 퍼포먼스와 시선처리 같은 무대연출을 일일이 구상하고 연습하고 있었다”라며 “무대에서는 우리보다 형 같다.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계산하고 연출 할 줄 안다”라고 칭찬했다.

또한 정상윤은 “항상 무대에서 뭘 할지 생각한다”라며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은 전부 의도된 퍼포먼스였다”라고 이를 인정했다.

사실 어느 밴드나 가장 주목을 받는 파트는 전면에 나서있는 보컬과 솔로파트가 있는 퍼스트 기타로, 정상윤의 이런 퍼포먼스는 스스로와 밴드를 돋보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밴드에선 중요하지만 대중들의 눈에 띄기 힘든 또 하나의 파트 베이스를 맡고 있는 조환희는 “사람들이 베이스 사운드를 잘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일부러 틀린다”라며 “내가 베이스 연주가 틀리는 건 다 (주목을 끌기 위해)의도해서 틀리는 거다”라고 다소 엉뚱한 답변을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안준용·이계진·조환희, 사진|에버모어뮤직


버스터리드의 멤버 구성은 보컬과 두 명의 기타, 베이스 드럼의 전형적인 밴드의 포지션을 띄고 있지만 이들 각각의 성향은 상당히 차이가 있다.

노대건은 메탈보다는 코어에 가까운 보컬을 선보이며, 안준용과 이계진의 기타리프는 얼터너티브, 펑크에 가깝다. 여기에 드러머 정상윤은 더블베이스까지는 아니더라도 트윈페달을 이용해 헤비메탈에 가까운 타격감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조환희는 묵직한 혹은 경쾌한 베이스로 이들의 이질적인 사운드를 감싸 안고 조율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버스터리드의 음악은 장르적으로 보자면 과거 서태지가 정규 7집에서 시도했다고 밝힌 이모코어계열에 가깝다. 물론 서태지식이 아니라 좀 더 해외의 그것과 닮아있긴 하다.

실제 안준용은 밴드 초기 Finch나 Story Of The Year와 같은 이모코어·포스트 하드코어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며 “굳이 장르로 나누면 우리는 이모셔널 록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버스터리드 음악의 기원을 좀 더 알고자 한다면 Finch의 ‘What It Is To Burn’이나 Story Of The Year의 ‘Until The Day I Die’ 등의 노래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문제는 이 같은 음악을 하는 밴드 중 장수를 하는 밴드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서정성과 감정의 폭발이 교차하고 형식의 변화를 주기 힘든 음악의 특징으로 인해 대부분이 20대를 전후해 전성기를 누리고 밴드를 해체하거나 노선을 변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버스터리드의 이런 각 파트의 차이는 오히려 좀 더 유연하고 다채로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록 전문 레이블로 이름 높은 에버모어 뮤직과 계약을 체결하고 대중적인 지지와 음악적인 평가를 동시에 얻고 있는 김바다와 정동하 등과 함께 음악을 한다는 점도 버스터리드에게 큰 행운이 되고 있다.

실제 노대건은 “녹음을 할 때 호흡과 발성 같은 조언을 듣고 많이 배웠고, 특히 정동하는 하드하지 않은 음악을 할 때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방법 등에 많이 들었다”라고 이들에게 많은 배움을 얻고 있음을 밝혔다.

그렇다고 이들이 앞으로 대중성을 의식해 얌전한 노래를 부르겠다는 뜻은 아니다. 노대건은 “‘슈퍼스타K6’에 나갈 때도 내가, 우리가 잘못하는 것을 억지로 하기보다 우리가 잘하고 하고싶은 것을 시원하게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다. 앞으로도 시원시원한 록을 하고 록커의 피가 흐르는 분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특유의 사운드는 구준히 유지해 갈 것을 약속했다.

이들의 못 말리는 록커 기질로 인해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현재 대학교 실용음악과 진학을 준비 중인 정상윤은 입시 오디션 당시에도 트윈페달을 그대로 들고 갔고, 트윈페달을 사용한 드러머는 정상윤이 유일했다고 한다.

정상윤은 “원래 하던 대로 들고 갔는데 가서보니 입시용 연주가 따로 있더라. 거기서 어떻게 다시 할 수가 없어서 그냥 나는 하던 대로 했는데 떨어졌다”라며 “싱글 페달로도 연습을 하긴 하는데 어째 나와 잘 안 맞는 것 같다. 다음에도 그냥 트윈페달을 들고 가려 한다”라고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노대건은 “다음 입시시험 때는 내가 같이 가서 시원하게 질러주고 오려고 한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인터뷰 내내 ‘내추럴 본 록커’임을 드러낸 버스터리드는 “한국의 록이라고 하면 버스터리드가 될 수 있도록 꿈을 향해 계속 달려가겠다”라는 말과 함께 더 좋은 공연과 앨범으로 찾아올 것을 약속했다.

버스터리드, 사진|에버모어뮤직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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