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정 “즐기면서 LPGA투어…후배들 활약에 우승 욕심난다”

입력 2015-03-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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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 LPGA 7년차 허미정의 골프인생과 목표

2009년 8월 첫 우승 이후 4년동안 ‘부진의 터널’
오랜 경제적 부담 딛고 지난해 9월 두번째 우승
어린 후배들 좋은 성적은 열심히 하라는 자극제
올해 데상트골프 후원으로 투어생활 활력 넘쳐

“이제는 부담 없이 즐기고 싶다.”

5년 만의 우승. 그리고 찾아온 작은 변화들. 허미정(26·하나금융그룹)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허미정은 지난해 9월 미국 앨라배마주 프래트빌의 로버트 트렌트존스 골프장에서 열린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2009년 세이프웨이 클래식 첫 우승 뒤 4년 넘게 부진에 빠졌던 그는 이 우승으로 마음의 짐을 덜어냈다. 다시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기까지 고난의 시간을 버텼기에 우승의 의미는 남달랐다.

● 5년 만의 우승으로 안정 찾아

2번째 우승이 안겨다 준 선물은 생각보다 컸다. 허미정은 2009년 8월 세이프웨이 클래식 첫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후 활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부진의 터널은 꽤 길었다. 무려 4년이나 우승 없이 시간을 보냈다. 당연히 팬들의 기억 속에서도 조금씩 사라져갔다. 그렇게 서서히 잊혀져간 허미정은 작년 9월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에서 5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돌아왔다. 식었던 팬들의 관심도 다시 뜨거워졌다.

우승은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선물도 안겼다. 사실 허미정은 이전까지 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은 물론 경제적인 부담까지 겹치면서 골프를 그만둘까하는 기로에 서기도 했다.

프로골퍼는 많은 상금을 번다. 그러나 그만큼 경비도 많이 든다. 미 LPGA 투어에서 1년간 경비로 지출하는 돈은 어림잡아 20만 달러(2억원) 정도다. 성적이 부진한 선수에겐 여간 부담이 되는 게 아니다. 2009년부터 LPGA 투어에서 생활한 허미정은 통산 179만 달러를 벌었다. 투어 경비로 쓰기에도 빠듯했다.

우승 직후 더 큰 관심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가 지난 4년 동안 힘든 생활을 해왔다는 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허미정은 그때를 떠올리며 “고생이란 고생은 다한 것 같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솔직히 우승하기 전까지 그런 부분에서 마음의 부담이 컸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버틴 끝에 다시 얻은 우승이라 더 기뻤다”고 말했다.

오랜 고생 때문인지 허미정은 “이제부터라도 부담 없이 즐기면서 투어생활을 하고 싶다”고 새로운 목표를 밝혔다. 그는 “경제적인 부담이나 성적에 대한 집착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투어 생활 7년째면 적은 것도 아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투어 생활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남은 시간 동안은 더 즐기면서 하고 싶다. 그래서 목표를 크게 잡기 보다는 꾸준한 성적을 내며 안정적인 투어 생활을 하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데상트코리아


● 후배들 우승 보며 각오 더 단단히

2015년을 새롭게 시작한 허미정은 긴장의 끈은 풀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LPGA 투어에선 한국선수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개막 이후 한국선수들의 우승이 계속되면서 허미정의 각오도 더 단단해졌다.

“어린 후배들이 미국으로 건너와 우승하고 매 대회 좋은 성적을 내는 모습을 보면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선수들도 비슷하다. 후배들의 활약이 자극제가 되고 있는 듯 하다. 동료와 후배들이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더 욕심을 내는 것 같다.”

시즌 초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5개 대회에 출전한 허미정은 3개 대회에서 컷을 통과했지만, 중하위권에 그쳤다. 그러나 예전처럼 조급하거나 부담은 없다.

허미정은 “6개 대회를 치렀을 뿐이니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원래 시즌 초반보다 여름에 성적이 좋았다. 그러나 올해는 초반부터 성적을 내고 싶다. 최대한 빨리 감을 찾아서 좋은 소식을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도 우승 이후 달라진 점이다.


● 우승 이후 찾아온 작은 변화

허미정에게 올해 기분 좋은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우승 덕분에 1년 동안 없었던 메인스폰서를 만났고, 올해 새로 선을 보인 의류업체 데상트골프로부터 후원을 받게 됐다. 더 기분이 좋은 건 선수들이 그녀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 허미정은 “요즘 옷이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어떤 선수들은 직접 다가와서 “그 옷 어디거야?”라고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선수는 물론 외국 선수들도 내가 입고 있는 옷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한다. 처음 보는 브랜드라서 그런지 더 관심을 갖고 물어본다. 특히 신발이 예쁘다며 부러워하는 선수들이 많다.”

LPGA 투어는 여성골퍼들만 모여 있다보니 다른 선수의 패션에도 관심이 높다. 허미정은 동료들의 부러움이 싫지 않은 듯 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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