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희관. 스포츠동아DB
체인지업·느린 커브로 구석구석 찔러
“정말 까다로운 투수다. 연타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아 점수를 내기가 어렵다.”
한화 김성근(73) 감독은 두산과의 시즌 첫 맞대결을 앞두고 두산 왼손투수 유희관(29·사진)을 이렇게 치켜세웠다. 강속구를 던지지는 못해도 완벽한 제구력을 앞세워 리그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한 유희관의 능력을 높이 산 것이다. 그리고 유희관은 바로 김 감독의 눈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한껏 펼쳐 보였다. 시즌 첫 승의 상대가 바로 한화였다.
유희관은 1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한화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4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34km에 불과했지만,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력으로 체인지업과 느린 커브를 효과적으로 섞어 던지며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요리했다.
위기관리능력도 뛰어났다. 첫 3이닝을 공 46개로 가볍게 막아낸 유희관은 4회 첫 타자 이용규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데 이어 다음 타자 김경언에게 기습적인 투수 앞 번트안타를 내줘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2루주자를 견제하려다 보크를 범했고, 김태균까지 볼넷으로 걸어 나가면서 무사만루에 몰렸다. 그러나 유희관은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다음 타자 나이저 모건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내줘 1실점한 뒤 이어진 1사 1·3루서 김회성을 삼진, 정범모를 3루수 땅볼로 솎아냈다. 그게 유희관에게 닥친 위기의 전부였다.
유희관은 남은 5회와 6회를 깔끔하게 막아낸 뒤 6-1로 앞선 7회부터 이재우에게 마운드를 넘기면서 시즌 첫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했다. 유희관이 시범경기에서 난타를 당한 뒤에도 “자신 있게 던지기만 하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믿음을 표현했던 두산 김태형 감독은 이날 6-3 승리 후 “(유)희관이가 자기 몫을 다 해줬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유희관은 “팀이 연승 중인 데다 시범경기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여 개인적으로 부담이 컸지만, 결과적으로 잘 던질 수 있어 다행이다”며 “이제 본격적인 시즌에 돌입했으니 진짜 전쟁에 임하는 각오로 더 집중력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