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을 만나다⑧] ‘힙합의 신’ 이현도(D.O)가 밝힌 대한민국의 힙합

입력 2015-05-04 0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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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가요계에서 힙합은 유례없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등이 방송되는 날이면 포털사이트의 검색어를 힙합 가수들이 싹쓸이하며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에도 힙합 가수들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힙합을 지향하는 음악가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단순한 덩치키우기를 넘어 질적으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한국 힙합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는 지금, 이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언더와 오버의 다양한 뮤지션을 ‘힙합을 만나다’ 코너를 통해 만나보자>>

이현도, 사진|D.O엔터테인먼트


한국 힙합의 전설, 아니 역사 그 자체인 ‘D.O’ 이현도와 드디어 만났다.

한국 힙합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이현도는 절대 빼놓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첫 번째 인물이다. 실제 현재 국내 힙합 뮤지션 거의 모두가 그의 음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힙합을 만나다’ 인터뷰 시리즈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로, 반드시 만나야할 인물 영순위에 꼽히던 이현도였고 생각보다 빠르게 그와 만나는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역사적인 인물답다고 해야 할까. 이현도와의 인터뷰는 ‘힙합의 역사’에 대해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15살 중학생 때 미국에서 힙합이라는 장르자체가 탄생하는 걸 직접 경험한 이현도는 힙합을 크게 ‘사생아’와 ‘808 드럼머신(TR-808)’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이현도는 “힙합이 하나의 음악장르로 인정받고 그래미에서 ‘아 이제 정식으로 랩 시상부문을 만들자’라고 한 게 1989년이다. 1988년 호돌이보다 늦은 것”이라며 “힙합은 족보도 없고 시작이 완전 사생아다”라고 그 정확한 근원을 찾기 힘든 특이한 장르임을 지적했다.

이어 “물론 책을 찾아보면 시크(Chic)의 ‘굿 타임스(Good Times, 1979년作)’가 효시라고 하기도 하고 힙합이란 단어의 어원이 나오기도 하는데, 힙합이란 단어 자체에는 아무런 뜻이 없다. 그냥 ‘힙’하며 ‘합’하는 거다. 펑크(Funk)도 지금은 수준 있는 실력자들의 음악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재즈에서 넘어오면서 그냥 만들어진 단어였다. (힙합도)그런 식으로 그냥 음악 장르가 파생되면서 이름이 생겨난 거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현도는 “세상에는 딱 누가 먼저라고 할 수 없는 게 많지 않나. 예를 들어 덩달이 시리즈는 공식적으로 개그맨 홍기훈이 유행시켰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말장난은 초등학교 때도 즐겼다. 더 올라가면 셰익스피어의 ‘to be or not to be’도 비슷한 말장난이지 않나”라고 덧붙여 힙합은 정확히 딱 꼬집어 ‘누가 시작했다’라고 말하기 힘든 사생아 같은 장르임을 알렸다.

대신 이현도는 ‘누가’가 아니라 ‘왜, 어떤 계기로’ 힙합이 유행하고 발전하게 됐는지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언급한 것이 그 유명한 롤랜드사의 808드럼머신(TR-808)이다.

이현도는 “808드럼머신이 1980년에 나오고 이 악기를 쓰는 게 그 당시 신선한 유행이었다. 마빈 게이(Marvin Gaye), 아이슬리 브라더스(Isley Brothers)도 808드럼머신을 가져다 썼다. 그런데 이게 리바이스처럼 유행을 타는 게 아니라 ‘누가 들어도 멋있는 소리다’라고 쭉 갈 줄은 만든 롤랜드사도 몰랐다”라고 808드럼머신으로 만들어진 비트가 힙합의 유행과 발전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힙합의 오리지널리티가 담긴 악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808드럼머신을 요즘 힙합을 하는 어린 친구들 중에서는 보지도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현도는 “힙합 비트에서 나오는 하이햇 소리나 박수소리, 베이스 소리가 다 808드럼머신 사운드가 변형된 건데, 요즘 꼬마들은 그게 뭔지도 모르고 본적도 없이 그렇게 잘한다”라며 “몇 년 전부터 힙합을 듣고 빠져들기 시작한 세대는 (초기 힙합을)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유행과 트렌드라는 것은 분명 있는데 되게 자유롭게 바뀌는 그런 음악이다”라고 힙합이라는 장르가 지닌 특징을 밝혔다.

이현도, 사진|D.O엔터테인먼트


그 시작이 누군지 콕 집어서 말하기 힘든 힙합답게(물론 랩을 하나의 음악장르로 정립한 RUN D.M.C.나 라임의 선구자인 라킴(RaKim) 등을 거쳐 지금의 힙합뮤직이 완성됐고, 이현도 역시 이들에 대해 언급했으나 분량 관계상 자세한 설명은 줄이도록 하겠다) 한국 힙합의 기원도 정확히 누가 먼저라고 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이현도는 “한국 힙합을 정립한 건 어떤 한 사람이나 팀이라고 보기 힘들다. 지금 인디씬에 여러 밴드들이 EDM을 하고 주류씬으로 급부상하고 있는데, 몇 년 후에 ‘누가 우리나라에서 EDM의 1호일까’라고 하면 여러 사람들이 조금씩 음지에서 음악을 발전시켜 왔기 때문에 누구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홍서범 형님의 ‘김삿갓’이 최초의 랩송이라고 하는데 홍서범 형님이 한국 힙합을 정립했다고 하지는 않지 않나”라고 알기 쉬운 예를 들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현도는 여러 사람을 거쳐 한국 힙합이 완성됐다고 겸손하게 말하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듀스를 한국 힙합계의 런 D.M.C. 급으로 보기도 한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100% 랩송을 발표한 그룹도 듀스였으며, 랩과 비보잉, 디제잉, 그래피티 등 일명 힙합의 4대 요소가 모두 포함된 앨범을 처음 발표한 것도 듀스로, 사실상 듀스가 한국 힙합을 정립한 팀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이현도 본인의 생각은 달랐다. 이현도의 음악철학은 힙합 하나에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현도는 “(듀스의 음악은)지금 우리가 느끼는 확고한 힙합장르라고 하기에 다른 요소가 많았다. 그냥 춤추고 노래하는 대중가요였다. 다만 그 춤이 흑인음악에서 나왔고 비트나 그런 부분에서는 (힙합의)오리지널리티는 분명 있었다”라며 “나는 그때도 그랬지만, 분명 멋있고 좋긴 한데 인생을 여기(힙합)에 바쳐야겠다는 그런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이걸 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공감하고 좋아하더라. 그래서 ‘이걸 더 추구하고 잘 모르는 사람에게 알려야겠다’ 해서 주도 했었다”라고 스스로의 음악가치관을 밝혔다.

물론 이는 힙합을 어설프게 이해하고 다뤘다는 것은 아니다. 이건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지금까지 그가 힙합에 대해 말한 이야기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다만 그가 가진 지향점이 조금 달랐을 뿐이다.

이현도는 “어떤 힙합이 진짜고 있어 뵈는 거고 그런 걸 알고는 있었다. 이게 한국에 바다건너 오면서 개념이 달라져 마음속으로 아끼고만 있었다. 그런데 용감하게 그걸 파고 배고프게 해온 사람들은 - 가리온의 MC메타같은 - 리스펙트를 받고 있다”라며 “그렇지만 힙합만으로는 안 된다. 힙합의 요소가 있어도 대중적 요소가 결합돼야 히트로 연결이 된다. (가요계가)아티스트의 욕심만으로 인정받는 구조는 아직도 아니다”라고

이어 “나는 처음부터 언더였던 적이 없었고 메이저 음악을 지향했다. 한국형 음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그냥 소신 있게 하고 싶은 걸 당당하게 잘 한 거 같다. 노래전체를 랩으로 쭉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사람들도 좋아하고 우리들도 뿌듯하게 보여줄 수 있는 춤과 비트 그런 거에 많이 신경을 썼다”라고 자신의 음악이 힙합을 지향한 것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이현도는 “그렇게 따지면 ‘여름안에서’는 듀스의 가장 효자 노랜데 이건 R&B도 힙합도 아니다 그냥 가요다. 음악가로서는 이게 평생 영예다. 음악이 대단하고 치밀해서가 아니라, 그냥 허술한 그 자체로 여름마다 사랑을 받는 다는 게 음악가로서 장르를 떠나 얼마나 영광이냐”라고 장르를 떠나 자신의 음악이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전했다.

여담으로 “지금도 여름에 ‘여름안에서’가 많이 나오나”라고 묻자 이현도는 “올여름에 몇 번이나 듣는지 한번 세어봐라. 1994년에 나온 노래 중 이렇게 많이 나오는 노래가 별로 없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요즘 시즌송이 인기인데 ‘벚꽃엔딩’이 나오면 반갑다. 곧 (여름안에서 시즌이)다가오니까”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그는 최근 버스커버스커의 브레드를 만났다고 밝히며 “같이 맥주를 마시면서 농담 삼아 ‘우리 함께 겨울송을 만들어볼까’라고 했는데 겨울은 캐럴이 있어서 힘들 것 같다. ‘벚꽃엔딩’의 주인공 브레드 조차도 ‘오우 머라이어 캐리’라면서 생각을 못했다고 하더라”라고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스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의식해 거듭 웃음을 선사했다.

그렇다면 이현도가 추구하는 음악은 정확히 어떤 음악일까. 여기서 다시 처음 언급한 808드럼머신으로 잠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이현도, 사진|D.O엔터테인먼트


이현도는 808드럼머신의 사운드에 힙합의 오리지널 사운드가 담겨있고 이는 현재도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이에 지금 일부 힙합곡에서 전자 사운드가 아닌 리얼 밴드의 비트를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드러내자 단호하게 “NO”라고 답했다.

이현도는 “그때 린드럼이라고 진짜 락드럼 사운드에 더 가까운 드럼머신도 있었다. 정작 808드럼머신은 장난감 소리 같다고 천대받던 머신이었다. 하지만 이 전자음이 더 강조된 소리가 살아남은 것이다. 즉 힙합은 1세대가 드럼머신, 전자음악이다. 힙합이 리얼음악이다? 천만에 말씀이다. 지금 힙합계 형님으로 추앙받는 닥터드레 등의 음악에 나오는 드럼비트나 샘플링이나 그런 건 다 예전 펑크(Funk) 음반 같은데서 따와서 컴퓨터에다가 찍은 거다. 연주자가 직접 연주를 하기도 하는데 그 소리를 내기위해서 연주하는 거지 어쿠스틱으로 가자고해서 연주하는 건 아니다. 물론 공연에서는 리얼로 연주를 할 거다. 그렇다고 그 스튜디오 음원이 리얼연주로 만들어진 건 아니다. 힙합은 샘플링과 드럼머신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전자음악이 주가 되고 있다”라고 힙합은 기본적으로 드럼머신을 바탕으로 한 ‘전자음악’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

그리고 이 전자음악, 컴퓨터 음악을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현도가 추구하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여러 가지 장르를 샘플링으로 활용하는 힙합의 성격과도 닮아있다)
사실 지금까지 이현도의 음악을 꾸준히 들어온 사람이라면 이미 눈치 챘을 수도 있는 부분으로, 국내 최고의 블루스, 펑크 기타리스트로 손꼽히는 한상원과 함께한 ‘D.O FUNK’ 앨범이 대표적이다.

‘D.O FUNK’ 앨범에 대해 이현도는 “듀스나 내가 힙합 1세대인건 자명한 사실인데, 힙합 하나만 하는 스페셜리스트는 아니었다. 흑인이 하는 전자음악이 좋아서 이걸 사용해서 가요를 만든거다. ‘D.O FUNK’도 마찬가지다. 전자음악을 이용해서 펑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그런데 펑크는 실력자들의 음악이네 어쩌네 그런 평론가들의 비판과 비난이 있을 걸 알고 실력자인 한상원 형에게 ‘기타나 베이스는 다 맡기겠습니다. 전 전자음악으로 다 하겠습니다’라고 요청하고 의기투합해서 한 앨범이다. 펑크도 그렇지만 컴퓨터 음악이 주류가된 시대에 그것을 테크놀로지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선 맞다 틀리다 판단할 개념은 아니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지금은 디자인을 컴퓨터로 하는데, 예전에는 붓으로 그리지 않았나. 그 맛을 내기위해 붓으로 그리는 건 맞지만 붓으로 그림을 못 그린다고 그 그래픽 디자이너가 사이비고 엉터리라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자신의 작업 방식을 설명했다.

이제 이현도가 지금까지 걸어온 음악적 행보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이런 이현도의 음악적 가치관은 최근 또 하나의 작은 도전을 선보였다.

바로 자신이 대표로 있는 D.O엔터테인먼트의 소속가수 소유미의 데뷔곡 프로듀싱을 맡은 것으로, 이게 재미있는 점이 소유미는 트로트 가수다.

이현도는 소유미의 타이틀곡인 ‘흔들어주세요’와 수록곡 ‘명품남자’ 등을 애니악과 함께 작곡하면서 여기에 ‘일렉트롯’이라는 장르명을 붙였다.

이현도는 “D.O엔터테인먼트는 장르를 위한 회사가 아니라 음악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애니악이라는 친구와 ‘팀다큐멘트’라는 팀으로 활동한다. 둘 모두 음악적 활동반경이 넓다. 그리고 어떤 장르음악을 하고 싶으면 그냥 수박겉핥기 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직접 오케스트레이션도 배우고 느끼고 연주하고 락도 그렇다. 어디에 편승하려는 느낌으로 작곡을 하고 싶지는 않다”며 “소유미는 제작사의 기획이었다. ‘어리고 예쁜 애가 걸그룹 멤버로 있다가 자기가 좋아서 트로트를 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소명 선생님이다’라고 하니 되게 재미있을 것 같았다. 또 프로듀싱팀으로 이런 기회를 잡아 히트를 치는 것도 뿌듯할 것 같았다”라고 트로트에 도전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현도, 사진|D.O엔터테인먼트


이밖에도 드라마 OST 등의 작업도 꾸준히 해오며 여러 가지 음악적 시도를 이어온 이현도는 “범위를 넓히는 걸 좋아한다. 왜냐하면 재미있으니까”라고 명쾌한 답을 내렸다.

이어 “아무리 장르가 달라져도 각 음악의 핵심이 있지 않나. 그런 걸 파악해 나가는 것이다. 또 요즘엔 악기가 오픈이 되면서 사용법이 다를 뿐이지 다 똑같은 악기를 쓴다. 그렇다보니 흑인음악이나 백인음악이나 겹치는 소리도 많다. 음악이 점점 하이브리드, 잡종이 되간다. 그런 걸 제대로 알고 하고 싶고 재밌어 한다. 이제는 특별하게 추구하는 장르는 없다. 다만 내가 사용하는 악기이자 표현의 방법이 컴퓨터다보니, 전자음악의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음악과 만들어낼 수 있는 음악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도가 전자음악에 심취하게 된 이유에는 여기에는 한계가 없다 점도 크게 작용했다. 이현도는 “스크릴렉스(skrillex)가 원래 헤비메탈 밴드에서 연주하던 친구인데 밴드에서 한계를 느껴 혼자 해보려고 나온 거다. 그리고 신디사이저로 헤비메탈을 하는 거다. 그렇게 하니 표현의 범위가 넓다. 혼자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생각지도 못한 기능으로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내니 오히려 재미있는 거다. 악기로 연주하는 건 아무리 해도 한계가 있는데 여기선 마음대로 지지고 볶고 할 수 있다”고 전자음악의 장점을 밝혔다.

여기에 이현도가 직접 인생 3대 멘토 중 한명이라고 밝힌 사카모토 류이치의 행보는 그의 가치관과 패러다임에 큰 영향을 줬다.

그는 “사카모토 류이치가 세계적인 음악계 거장인데, 광고, 게임, 개그맨과의 협업 등등 여러 가지 분야에 마구 넘나들며 작업을 했다. 그 모습이 머릿속 패러다임을 깨는 계기가 됐다. ‘정말 이것저것 다 하는구나. 멋있다’라는 생각이었다. 처음에 소유미를 제안한 제작자는 내 커리어에 폐가되는 것 아니냐고 미안해했었다. 그런데 그 제안을 받고 (사카모토 류이치)생각이 났다. 내가 이걸 하면 황당해 하는 사람도 있겠지라는 생각에 더 재미를 느끼기도 했고, 내가 만들고 말고 상관안하는 사람들에게도 ‘아 이 음악 좋다’라고 느껴지면 나도 좋을 것 같다”고 음악적 영역의 확장을 꾸준히 이어갈 것을 알렸다.

이제는 힙합 아티스트라기보다 음악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이현도지만 힙합의 DNA는 분명 사라지지 않았다.

과거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힙합씬의 영원히 이름이 남을 대부로서 이현도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기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이현도는 “힙합씬이 많이 커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먼 것 같다. 다른 음악장르도 안타까운 건 마찬가지지만 돈을 버는 아티스트들이 많지 않다. 돈 얘기만 하는 것 같지만 그 아티스트들이 결혼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데,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구조가 아직 안 돼 있다. 실력은 있으나 인지도 때문에 사라지는 친구들이 많은 게 아직 현실이다. 다행히 이제 힙합을 마니아의 음악으로만 보는 시선은 많이 사라졌지만, 정말 더 (음악적으로)깊게 가도 인정을 받는 시장은 아직 멀었다”라고 아직까지는 온전하게 힙합이 인정받지 못하는 현재 가요계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먼저 했었던 선배로서 이야기하자면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후회 없이 하면서도 자기와 다르다고 날을 세우지 않았으면 한다. 한발 양보하고 한발 내세우면서 (후배들이)시너지효과를 냈으면 좋겠다”라며 “나도 예전에 누군가와 돌아선 경우도 있었지만 합치면 더 좋았을 경우도 많았다. 나중이 되면 그게 지나가버린다. 갈등구조가 가끔 재미있기도 한데 적당히 하면서, 자기와 다른 노선이나 장르에 대해서 시너지효과를 내면 서로에게 유리할거라는 말을 하고 싶다. 고집부린 건 또 내가 1세대인데, 고집 부려서 10개중 8개는 맞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틀린 2개도 고집을 안 부렸으면 하나는 맞았을 거 같다. 젊은 에너지를 날 세우는데 쓰지 말고 현명하게 사용했으면 좋겠다”라고 후배들과 힙합씬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을 전했다.

P.S. 본문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인터뷰 중에는 이현도에 관련해 팬들이 궁금해 하는 몇몇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미국진출 당시의 이야기로, 미국 진출을 접고 돌아온 이유에 대해 이현도는 “미국은 완전히 비즈니스의 세계”라고 높은 진입장벽을 한탄했다. 이어 “문 앞까지 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거대한 비즈니스로 이루어진 곳이라 백이 없으면 한계가 있었다. 가끔 남미나 그쪽에서 갑자기 데뷔하고 나타나는 건 다 시장논리와 배경이 이미 들어가 있는 거다”라고 미국 음악시장의 이면을 언급했다.

더불어 우탕클랜(Wu-Tang Clan)과 협업이 성사직전 무산됐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에 소문이 조금 잘못 났는데, 정확히는 멤버 중 한명과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그 친구가 돈을 주면 네 음악에 피처링을 해주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돈이 너무 비쌌고 그렇게 해봐야 의미가 없을 것 같아 하지 않았다. 그 친구가 랙원(Raekwon)이다”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두 번째는 듀스 20주년 기념 앨범과 관련한 내용으로, 20주년 기념앨범 프로젝트는 완전히 마무리 된 상태다.

이현도는 “순수하게 리스펙트가 있는 제작자나 가수 프로듀서들만 참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됐고, 참여한 사람들은 다 나를 도와준 거라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리고 팬들사이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던 하하&스컬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듀스에 대한 리스펙트가 강한 친구들인데 20주년 앨범 참여리스트에는 없었다. 뭔가 잘못 알려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음악 이야기가 아닌 축구 이야기로, 이현도는 각종 유럽 리그경기와 챔피언스리그는 물론이고 유로파리그까지 다 챙겨보는 축구광이다.

또한 좋아하는 팀은 레알 마드리드 팬이라고 밝힌 이현도는 “강하면서도 밸런스가 맞는 모습이 아름답다”라고 레알 마드리드를 선호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인터뷰가 진행되던 날은 4월 18일 오후로 그로부터 몇 시간 후인 19일 새벽에는 EPL 첼시와 맨유의 33라운드가 열렸다. 당시 리그 6연승을 달리던 맨유와 리그 선두이지만 최근 경기력이 떨어진 첼시와의 경기를 예상해달라고 하자 이현도는 지체 없이 첼시를 꼽았고, 실제 이날 경기는 그의 예상대로 첼시가 승리를 거둬 축구에 대한 안목을 확인케 했다.

이현도, 사진|D.O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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