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엔플라잉 “우리가 망가진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입력 2015-05-06 0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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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협(제이던), 차훈 사진|FNC엔터테인먼트


FNC엔터테인먼트의 ‘N’을 물려받은 밴드 엔플라잉(이승협, 권광진, 차훈, 김재현)이 드디어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엔플라잉이라는 이름이 등장한지는 꽤 오래전 일이다. 이들은 한 번은 세월호 참사로, 또 한 번은 보컬 이승협의 부상으로 인해 불가항력적으로 데뷔가 눈앞에서 무산되고 말았다.

그 덕분에 tvN ‘청담동 111- N.Flying 스타가 되는 길’과 Mnet ‘원나잇스터디’ 등 데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두 번이나(엔플라잉 본인들은 데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세 편이라고 했으나 방송사에 정규 편성된 프로그램은 두 편이다) 촬영하는 해프닝이 벌어져, 웬만한 데뷔 가수들보다 더 유명세를 탄 그룹이기도 하다.

지독히 운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정작 엔플라잉 스스로는 “데뷔를 하고 싶긴 하지만 조급하지는 않다. (데뷔 연기가)더 잘 준비해서 좋은 음악으로 나올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제법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말라. 엔플라잉은 긍정적이긴 하지만 ‘차분’이나 ‘얌전’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팀이다.

(아직 국내에 발표된 곡은 없지만) 자신들의 노래처럼 본인들 역시 떠들썩하고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 찬 그룹이 바로 엔플라잉이다.

이미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 같은 모습을 살짝 보여준 엔플라잉은 “지금도 너무 망가진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것 같아 걱정인데, 솔직히 진짜 우리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 방송으로 나갈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을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이들은 “우리가 망가진 모습을 보여준 건 공연에서 멋진 모습으로 반전 매력을 더 크게 선사하기 위함이다”라고 마치 ‘내가 무릎을 꿇은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라는 김성모 화백의 작품 속 명대사를 연상시키는 이유를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우여곡절 끝에 5월 말 진짜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는 엔플라잉은 음악적으로도 상당히 희귀종이다. 지금은 메이저는 물론이고 인디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뉴메탈스러운’ 음악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메탈이 아니라 ‘뉴메탈스러운’이라고 한 이유는 실제 이들의 음악이 랩코어나 랩메탈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더 밝고 경쾌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으로, 여기에 이들은 디제잉 멤버도 없어 랩과 록이 결합된 음악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림프비즈킷이나 린킨파크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하이브리드록과는 또 다른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에 승협은 “사실 우리가 직접 디제잉을 해보려고 혼자 공부를 하긴 했다. 그런데 실제 턴테이블을 구입해서 연습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 패드 컨트롤러만 구입해 연습했고, 실제 사내 평가 때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해야할 게 너무 많고 제대로 하지도 못해 결국 포기했다. 나중에 세션을 써볼까 생각중이다”라고 나중에 디제이가 포함된 그루브한 사운드도 시도할 계획이 있음을 알렸다.

엔플라잉의 음악이 재미있는 이유는 각 멤버별 추구하는 음악스타일이 전혀 다르다는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기타리스트인 차훈은 전형적인 메탈과 얼터너티브 키드로, 롤모델로 삼고 있는 기타리스트도 크리드(Creed)와 얼터브릿지의 마크 트레몬티(Mark Tremonti), 건스앤로지스(Guns N' Roses) 출신의 슬래시(Slash) 등이다.

반면 베이스의 권광진은 미스터빅의 빌리 시언(Billy Sheehan)이 롤모델이었다가 최근에는 레드핫칠리페퍼스의 플리(Flea)로 바뀌었다고 밝혀 리드미컬한 사운드를 추구하고 있음을 알렸다.

여기에 보컬 이승협은 제이던이라는 예명으로 AOA 지민과 함께 래퍼로도 활동을 겸업하고 있으며, 드러머 김재현은 하드함 보다는 팝적인 느낌이 강하다.

김재현, 권광진 사진|FNC엔터테인먼트


권광진은 “멤버 네 명이 좋아하는 색깔이 다 다르다. 그런데 그게 합쳐지니 또 다른 생각과 스타일이 나오더라. 그게 우리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하이브리드, 크로스오버, 뉴트렌드라고 부르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엔플라잉은 여러 가지로 흥미롭고 독특한 밴드임은 분명하지만 대형기획사에서 제작한 나이 어린 팀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평가절하 하는 눈도 있다.

물론 이들의 마음까지 돌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자신의 음악을 하는 것이겠지만, 그전에 이들이 정식 데뷔전 걸어온 행보를 보면 단순한 아이돌 밴드라는 편견이 조금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엔플라잉의 권광진은 원래 씨엔블루의 멤버로 데뷔할 예정이었으나 최종적으로 합류가 불발된 뒤 계속해서 연습에 매진해 왔으며, 연습생으로 지낸 시간만 해도 무려 9년이다.

즉 9년 동안 기약 없는 데뷔를 위해 베이시스트로 연습을 꾸준히 이어왔다는 것으로, 이는 밴드와 음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아직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인 엔플라잉이지만 이미 일본에서는 인디밴드로 활동해 두 장의 싱글을 발표한 경력이 있으며, 이들의 일본 활동은 FNC라는 이름 아래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자신들의 힘으로만 이뤄졌다.

실제 엔플라잉은 일본에서 네 명의 멤버들끼리만 지내며 인디밴드로 공연 활동을 해왔고, 멤버들끼리만 생활하다보니 이동과 장비의 운반, 생활비 마련까지 스스로 해결했다.

이에 차훈은 “이펙터와 기타 3대 무게를 재보니 40kg이 넘었다. 내가 제일 장비가 무거웠던 거 같다”라고 불만아닌 불만을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여기와 관련된 하나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차훈이 사용하는 기타는 깁슨과 펜더, 테일러 제품으로, 대표적인 명기이자 고가의 브랜드이다.

이를 두고 이승협은 “멤버들 대부분이 장비가 고가 제품인데, 악기만 보고 누가 앨범 몇 장은 낸 팀 같다고 하더라”라고 말해 거듭 웃음을 선사했다.

차훈은 “부모님이 사준 기타다. 내가 기타 치는 것을 보고 ‘네가 좋아하는 걸 찾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다’고 하더라”라고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내며 훈훈하게 마무리 했다.

이제 정말로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는 엔플라잉은 “아직 정확한 앨범 발매일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회사에서는 5월 말로 계획하고 있다”며 “데뷔 준비가 길어서 그사이 더 발전하기도 했고, 지금까지 준비한 것 다 보여드리고 싶다. (멤버가)처음 모였을 때부터 기회라고 생각했고, 많은 공연을 통해 성숙한 밴드가 되고 싶다”라고 데뷔 소감을 밝혀 메이저 밴드씬에 새로운 활력소의 탄생을 예감케 했다.

사진|FNC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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