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동시 논란, 패륜적 내용 문제…문학적 가치 있다는 평가도

입력 2015-05-07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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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동시 논란

잔혹동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출간된 이모 양(10)의 동시집 '솔로강아지'에 수록된 시 ‘학원 가기 싫은 날’은 과격하고 충격적인 표현과 한 여자아이가 쓰러진 여성의 옆에 앉아서 입가에 피를 묻히고 심장을 먹고 있는 삽화가 삽입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학원가기 싫은 날'의 내용은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이렇게/ 엄마를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눈깔을 파먹어/ 이빨을 다 뽑아 버려/ 머리채를 쥐어뜯어/ 살코기로 만들어 떠먹어/ 눈물을 흘리면 핧아 먹어/ 심장은 맨 마지막에 먹어/ 가장 고통스럽게"으로 일반적인 상싱에 비추어 봤을 때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고 패륜적이어서 잔혹동시라고 불리고 있다.

해당 시의 내용이 논란이 되자 출판사 측은 한 매체에 “작가의 의도를 존중했고 예술로 발표의 장이 확보 돼야 한다는 판단으로 출간했다”고 해명했고 이 양의 어머니는 이 매체에 “그 시를 읽고는 아이가 싫어하는 학원에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는 “딸은 이전에도 많은 시를 썼으며, 다른 아름다운 시도 많은데 이 시만 가지고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학원가기 싫은 날'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솔로강아지'라는 시집 자체를 두고 비난한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진중권 교수는 "'솔로강아지', 방금 읽어봤는데, 딱 그 시 한 편 끄집어내어 과도하게 난리를 치는 듯. 읽어 보니 꼬마의 시세계가 매우 독특합니다. 우리가 아는 그런 뻔한 동시가 아니에요"라며 "'어린이는 천사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믿는 어른이들의 심성에는 그 시가 심하게 거슬릴 겁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시집에서 그 시만 뺀다면, 수록된 나머지 시들은 내용이나 형식의 측면에서 매우 독특하여 널리 권할 만합니다"라고 이양의 문학세계를 높이 평가했다.

더불어 그는 "이런 문제는 그냥 문학적 비평의 주제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서슬퍼렇게 도덕의 인민재판을 여는 대신에... 근데 아이가 너무 조숙한 듯. 그림 형제의 언캐니한 동화 + 카프카스러운 세계감정이랄까..."라고 평하며 "어린이들은 천진난만하지 않아요, 내가 해봐서 아는데, 더럽고 치사하고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합니다. 그 더러움/치사함/잔인함의 절반은 타고난 동물성에서 비롯되고, 나머지 절반은 후천적으로 애미/애비한테 배운 겁니다"라고 일갈했다.

동아닷컴 온라인뉴스팀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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