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매치] 슈퍼맨 아빠 vs 슈퍼맨이었던 아빠

입력 2015-05-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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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처럼 닮은 아빠와 자녀들이 함께 성장하고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은 보는 이도 흐뭇하게 한다. 사진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송일국·민국·대한 부자와 엄태웅·지온 부녀, ‘아빠를 부탁해’의 조재현·혜정, 이경규·예림 부녀(맨 위쪽 사진부터). 사진제공|KBS·SBS

■ 아빠 vs 아빠

아이와 함께 진짜 아빠가 돼가는 ‘슈퍼맨’
성인이 된 딸들과 소통에 나서는 ‘부탁해’
육아 vs 관계 회복…가족 관찰 예능 격돌


“아부∼ 아바∼ 아빠!”

태어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아이가 맨 처음 엄마와 아빠라는 단어를 어설프게 말하는 순간,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는다. 아이가 성장하는 매순간을 눈에 담고 싶지만 보통의 아빠들은 늘 바쁘다. ‘가장’이라는 무게로 가족 챙기랴, 직장에서 상사 눈치 보랴, 세월은 흐르고 어느덧 훌쩍 커 버린 낯선 아이를 마주하게 된다.

매주 일요일 오후 아빠와 아이들 사이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예능프로그램이 동 시간대 경쟁 중이다. 4월26일부터 맞대결을 시작한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와 SBS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 각각 2∼4세 유아와 성인이 된 딸을 둔 아빠들의 이야기를 관찰카메라 형식으로 담으며 시청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아빠들의 각기 다른 ‘자식 사랑법’을 들여다본다.



● 아이들 눈높이로 몸 낮춘 아빠 vs ‘관계 회복’이 시급한 아빠

아이를 낳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아빠가 된다고 생각했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아빠들은 아이들과 부대끼며 ‘진짜 아빠’가 되어간다. 이휘재와 엄태웅은 키 작은 아이들의 눈을 맞추기 위해 무릎 꿇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송일국은 에너지가 넘치는 세 쌍둥이를 두 팔로 거뜬히 안아 올리는 ‘초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추성훈은 운동으로 다진 울퉁불퉁한 근육을 딸을 위한 요리를 만드는 데 쓴다. 때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아이들의 돌발행동에 눈물을 흘리고, 몸 둘 바를 모르지만 그래도 초보 아빠들은 씩씩하다.

‘아빠를 부탁해’의 중년 아빠들은 딸들과 관계 회복이 시급하다. “30년 동안 대한민국을 웃겼지만 정작 딸의 웃음을 언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이경규는 딸보다는 반려견과 더 가깝다. “아무 것도 모르는 24살에 아빠가 됐고, 지금은 딸이 24살이 됐는데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른다”는 조재현도 딸 혜정과 함께하는 시간이 어색하기만 하다. ‘애인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소박한(?) 욕심을 가진 조민기와 강석우는 각기 딸 유경, 다은과 세대차이 속 서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좌충우돌한다.


● 끌려 다니기 바쁜 ‘슈퍼맨’ vs ‘밀당’하는 중년 아빠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아니었다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힘들었을 아빠들은 오늘도 아이들에게 끌려 다니기 바쁘다. 이휘재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쌍둥이를 쫓아다니느라, 엄태웅은 밥투정하는 딸 밥 먹이랴, 송일국은 장난꾸러기 삼형제의 ‘송국열차’를 끌어주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래도 각자의 육아법은 확실하다. 이휘재는 아이들에게 자연이나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늘 제공하며 자연친화적인 육아법을 중시한다. 송일국은 삼둥이와 직접 ‘몸’으로 놀아주며 교감하되, 형제들끼리 다툼이 생겼을 때는 단호하면서도 아이의 생각을 들어주는 인내를 보여준다.

아이들이 자라날 때 방송활동으로 가장 바쁜 시절을 보낸 중년의 아빠들은 성인이 된 딸들과 밀고 당기는 전략으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있다. 스스로 부유하게 자랐다는 이경규의 딸 예림은 아빠의 대학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찢어지게 가난했던 부모의 힘든 시절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됐다. 자라면서 아빠에게 배운 것이 하나도 없다는 혜정은 조재현에게 고스톱을 배우며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도 행복하기만 하다.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커가는 동안 아빠에 대한 추억이 많지 않은 딸과 아빠는 그래도 아직 많이 어색하다.

하지만 괜찮다. ‘가족’이니까.

초반 MBC ‘아빠! 어디가?’의 아류라는 비판 속에 시작했지만 ‘슈퍼맨’ 아빠들과 아이들의 힘은 3일 방송(14.9%, 닐슨코리아)에서 44주 연속 일요 예능코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아빠를 부탁해’는 2월 파일럿 방송 당시 13.5%의 높은 시청률로 화제를 모았지만 현재 시청률은 동 시간대 꼴찌다.

그래도 괜찮다. 누가 뭐래도 ‘가족’이니까.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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