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손민한-박명환-이승엽-임창용-송신영-진갑용-박정진(맨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가수 오승근이 부른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는 최근 신세대 트로트가수 홍진영이 리메이크해 국민가요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도 “내 나이가 어때서”를 외쳐도 될 만큼 ‘올드보이’들이 뜨거운 불꽃을 태우고 있다.
선두주자로는 역시 NC 이호준(39)을 꼽을 수 있다. 19일까지 타율 0.321(137타수 44안타)에다 10홈런 42타점을 올리며 타격지표 대부분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젊은 타자들이 놀랄 정도의 파워를 바탕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특히 타점에선 단독선두다.
NC는 마운드에서도 올드보이들이 감동의 역투를 펼치고 있다. 한때는 국내 최고 투수였지만, 최근 수년간 실적이 없어 ‘퇴물’ 취급을 받았던 손민한(40)과 박명환(38)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손민한은 정교한 컨트롤과 특유의 경기운영 능력으로 벌써 4승을 수확했다. 투수진의 맏형으로서 거드는 정도가 아니라 팀 마운드의 기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박명환의 역투는 그야말로 반전이다. 17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2-0 승리를 이끌며 LG 소속이던 2010년 6월 23일 문학 SK전 이후 무려 1789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누렸다.
삼성에서도 베테랑들의 진가는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타자’ 이승엽(39)은 3할을 오르내리는 타율(현재 0.299)과 함께 7방의 홈런을 때려냈다. KBO리그 개인통산 400홈런에 3개차로 다가서 있는 상태로, 그의 홈런 전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타점도 28개나 뽑아냈다. 마무리투수 임창용(39)도 11세이브로, SK 윤길현(12세이브)와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또 진갑용은 이지영과 번갈아 안방을 사수하고 있다. 10일 문학 SK전에서 시즌 2호 홈런을 때리면서 이종범을 제치고 역대 국내선수 최고령 홈런(41세 2일) 기록을 썼던 그는 14일 대구 한화전에서 41세 6일로 기록을 연장했다.
한화 박정진(39)은 불펜의 핵으로 맹활약하며 돌풍의 숨은 공신이 되고 있다. 24경기에 등판해 3승1패에다 8홀드, 1세이브, 방어율 2.64의 성적을 올리면서 불꽃투혼을 던지고 있다. 올 시즌 선발투수로 변신해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는 넥센 송신영(38)은 19일 목동 LG전에서 시즌 4승(1패)을 수확했다. 누구도 예상 못한 반전 드라마다.
이들은 모두 한번쯤은 은퇴를 고민했을 만큼 힘든 시기도 겪었지만, 세월에 무릎 꿇지 않고 그라운드에 황혼의 무지개를 그리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올드보이들의 역습에 팬들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