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그린 삶의 찬미 ‘천국여행’

입력 2015-05-31 22: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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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현실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한 상태가 되면 최후의 선택을 한다. 죽음이 그것이다. 죽음을 통해 타인을 벌하고 깊은 상처를 입히면 후회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복수가 되고 때로는 전생에서 다음 생으로 이어지는 길이 되기도 한다.

단편집 ‘천국여행(미우라 시은 지음 l 민경욱 옮김 l 블루엘리펀트 펴냄)은 동반자살 혹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다. ‘나무의 바다’ ‘유언’ ‘꿈속의 여인’ 등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을 마감하기 위해 숲 속으로 들어간 중년 남성이 돌연 나타난 청년과 함께한 3박4일,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나가 됐지만 죽고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남편의 마지막 편지 등이 그들이다.

많은 군상들이 자살을 택함으로써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죽음보다 더 강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죽음으로 그린 삶의 찬미인 셈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죽음을 선택하려는 사람에게서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하여 사는 게 좀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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