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이미도, 앞으로의 10년이 기대되는 이유

입력 2015-06-01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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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는 이상형으로 가수 유희열을 꼽았다. “라디오 하실 때부터 팬이었어요. 감성 변태적인 성향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라고 말했다.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이미도는 이상형으로 가수 유희열을 꼽았다. “라디오 하실 때부터 팬이었어요. 감성 변태적인 성향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라고 말했다.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코믹’하거나 ‘섹시’하거나…. 대중이 생각하는 배우 이미도의 이미지는 코믹과 섹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세자빈과 ‘레드카펫’ 속 전직 애로배우의 이미지가 이미도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미도에게 얼마전 종영한 KBS ‘착하지 않은 여자들’(이하 착않녀)은 새로운 이미지를 하나 더 얹어 준 의미있는 작품이 됐다.

극 초반 예의바르고 상냥한 ‘안국동 강선생’(김혜자 분)의 수제자 ‘박총’에서 극 후반 스승을 배신하고 악녀로 변모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극중 못된 행동 탓에 많은 욕을 듣기도 했지만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반증이다.

“웃지 않으면 굉장히 매서운 눈매라는 걸 알고 있어서 한번쯤 악역을 맡고 싶었다”는 이미도는 “막상 해보니 박총의 다양한 감정을 잡는 게 어려웠고 마음고생도 심했다”고 토로했다.

“마지막 회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악만 쏟아내는 캐릭터가 아니라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이어서 끊임없이 갈등을 했던 거 같아요. 수위 조절을 하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대신 연기하는 재미는 있었어요.”

‘착않녀’는 김혜자, 장미희, 채시라, 도지원 등 ‘여배우 어밴져스 군단’이라고 할 만큼 화려한 배우들이 포진한 작품이었다. 대선배들과의 연기 호흡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을 터.

“선배님들이 정말 프로라고 느낀 게 예우나 대우를 받기를 원하지 않으셨어요. 김혜자 선생님은 카메라 없을 때 제가 대신 짐을 들어 들이려고 해도 절대 못하게 하셨어요. 그냥 박총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게끔 하셨죠. 연기에 대해 얘기 할 때도 조언을 해주시는 거지 저를 후배로서 가르치려 하시거나 이런 건 전혀 없으셨죠. 배우로서 돈을 주고도 못 배울 경험을 얻었어요.”

극 후반 박총은 김혜자의 둘째 딸 현숙(채시라 분)과 대립하며 극적 갈등을 책임지는 인물이었다. 두 사람의 불꽃튀는 신경전은 ‘착않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였다. 그런데도 이미도는 박총 외에 애착이 가고 해보고 싶은 캐릭터로 현숙을 꼽았다.

“다 매력이 있었지만 현숙 역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굉장히 사고뭉치기도 하지만 삶에 대한 의지도 강하고 복합적인 면을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워낙 채시라 선배님이 잘하셔서 잘 보이긴 했지만 사실은 현숙 캐릭터가 밉상인 면이 있어요. 그 지점을 표현하는게 어렵지만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내가 아닌 다른 배우가 표현하는 박총을 본다는 것도 굉장히 새로울 것 같고요. 열심히 이겨봐야 할 거 같네요.(웃음)”


이미도는 액션 예능 ‘레이디 액션’을 통해 대중 앞에 또 하나의 매력을 발산했다. 여배우의 몸으로는 힘겨울법한 고난도 액션도 척척 해내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예능 속 이미도의 모습은 또 한번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워낙 운동을 좋아하고 힘이 넘쳐 평소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 것뿐인데 그런 모습을 못 본 분들은 굉장히 의외였나 봐요. 사실 액션 연기를 정말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할리우드처럼 화려한 액션을 하는 여배우가 많지 않잖아요. 기회가 닿는다면 전 정말 잘 할 자신있어요. 우리나라에도 액션을 제대로 하는 여배우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이미도에게 ‘착않녀’와 ‘레이디액션’은 10년이 훌쩍 넘은 연기 경력으로 쌓은 내공을 분출하는 발판이 됐다. 10년 만에 ‘그 영화 속 그 역할’이 아닌 배우 ‘이미도’로 이름 세 글자를 각인시키는 기회도 됐다. 어렵게 얻은 인기인 만큼 조금은 욕심을 내도 되지 않을까.

“이런 말을 하면 가식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주인공을 해야겠다 싶은 마음은 없어요. 전형적인 캐릭터보다는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가 훨씬 좋아요. 비중은 상관없어요. 어떤 감정을 다 쏟아내는 연기를 하고 났을 때 마음이 굉장히 허하면서도 스스로 희열을 느껴요. 누구한테 인정받고 그런 것도 좋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는 직업을 가진 것만으로도 행운 아닌가요.”

예상 못한 소탈한 대답에 그래도 여배우로서 목표하는 바가 없느냐고 재차 물으니 “한 가지 해보고 싶은건…”이라며 말끝을 흐린 뒤 이미도다운 멋진 대답을 내놓았다. 이미도의 향후 10년을 응원하고 싶은 대답이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연극반으로 연기를 시작했어요. 모교에 대한 애착이 커요. 그래서 좋은 영화를 찍어서 극장 하나를 통째로 빌려서 후배들을 다 불러서 다 같이 영화를 보는 걸 꼭 해보고 싶어요. 후배들과 함께 봐도 자랑스러울 만한 영화를 하는 것, 그게 목표랍니다.”

동아닷컴 권보라 기자 hgbr3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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