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면적이 작은 편의점에는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고 상품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한 진열의 비밀이 숨어 있다. 음료와 유음료는 매장 맨 안쪽에 진열하고 진열대는 한 눈에 모든 상품을 볼 수 있도록 카테고리별로 5단에서 최대 8단의 다단 선반으로 구성한다. 사진은 세븐일레븐의 매장 전경. 사진제공|세븐일레븐
수요가 가장 많은 음료는 매장 맨 안쪽에
연관 구매 고려·트라이앵글 진열은 필수
맨 아래 단은 상품 잘 보이도록 눕혀 진열
우리나라 편의점의 평균 점포 매장면적은 약 73m²(22평). 상품 진열대는 높이 1m40cm, 넓이 90cm가 표준이다. 사이즈에 따라 10여개의 진열대를 사용한다. 30평이 채 안 되는 작은 공간에 들어가는 진열대 수는 25∼30개이며, 취급 품목 수는 1800개에서 2000개에 달한다.
편의점은 점포 면적이 작기 때문에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고 상품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진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POG(Plan-O-Gram·표준상품배치도)를 진열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전국 점포를 10여개의 세부 상권으로 분류한 뒤 점포 크기, 진열대 수 등을 감안해 카테고리별로 표준 진열맵을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편의점 진열의 비밀’을 공개한다.
① 음료와 유음료가 매장 맨 안쪽에 진열
편의점에서 음료와 유음료(우유와 유제품을 주원료로 한 음료)는 담배를 제외하고 매출이 가장 높은 상품군이다. 소비자 수요가 가장 높은 상품군인만큼 동선을 길게 해 고객이 냉장고로 이동하는 동안 다른 상품들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ATM(현금인출기)을 가급적 매장 안쪽에 위치시키는 것도 같은 이유다.
② 한눈에 모든 상품을 다 볼 수 있도록
편의점의 진열대(곤도라)는 카테고리별로 5단에서 최대 8단이며 다단 선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맨 위 단이 가장 작고 아래로 갈수록 단이 커진다. 옆에서 보면 길쭉한 사다리꼴 모양이다.
편의점은 대형마트와 달리 동선이 매우 좁아 진열대간 폭이 불과 90cm에서 1m에 불과하다. 소비자가 진열대 앞에서 허리를 숙이거나 앉게 되면 다른 소비자들의 이동에 불편을 초래할 수가 있다. 따라서 진열대 아래로 갈수록 단의 폭을 크게 하여 굳이 허리를 숙이거나 앉지 않아도 모든 상품을 잘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맨 아래 단은 상품을 세우지 않고, 상품명이 잘 보이도록 눕혀 진열한다.
가격표를 꼽는 ‘프라이스레일’도 일자 형태인 대형마트와 달리 약 20도 눕혀져 있어 고객이 선 상태에서도 상품들의 가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③ 연관 구매 법칙
맥주를 샀다면 안주가 어디에 있는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된다. 바로 뒤에 있기 때문이다. 빵을 샀다면 우유는 바로 옆 또는 뒤에 있다.
편의점을 이용하는 고객 대다수는 즉시 소비를 위한 목적성 구매가 많은 만큼 매장 내에 머무는 시간이 1분에서 1분30초로 매우 짧다. 따라서 카테고리별로 연관도가 높은 상품들을 가까운 곳에 진열하여 소비자들이 쉽고 빠르게 연관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④ 상품 진열의 기본 원칙은 ‘트라이앵글’
편의점에선 기본적으로 가볍고 작은 상품이 위에, 무겁고 부피가 큰 상품이 아래에 진열된다. 삼각형의 진열 구조가 소비자에게 시각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즉석에서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는 곳이므로 상품의 크기에 따라 상품 회전률이 어느 정도 비례한다. 예를 들어 위생용품의 경우 칫솔, 면도기, 왁스, 소용량 가그린 등이 크기가 큰 샴푸, 린스, 바디로션보다 판매량이 많다. 따라서 매대 상단에 위치한다.
기온 변화에 따라 매출 희비가 엇갈리는 상품들은 계절에 따라 진열 위치가 바뀐다. 초콜릿과 캔디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초콜릿은 겨울철에 매출이 높게 나타나는 반면 캔디는 봄과 여름에 매출이 오른다. 이러한 이유로 날씨가 추워지는 동절기에는 초콜릿을 더 좋은 위치인 매대 상단에 진열하고, 캔디를 하단에 진열한다. 하절기에는 진열 위치가 서로 반대가 된다.
⑤ 카운터 앞 유휴 공간을 활용한 상품 진열
세븐일레븐은 카운터 앞면 유휴 공간에 소형 매대(카운터 선반)를 설치해 껌, 사탕 등 크기가 작고 가격이 저렴한 상품(일명 잔돈 지우개 상품)들을 집중 진열하고 있다. 진열의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매출 극대화를 꾀하는 것이다. 이는 500원 이하 소형 상품 진열을 통해 상품을 계산할 때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