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쿡방’이 방송가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많은 요리사가 TV에 나서지만 백종원이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tvN
따라하기 쉬운 레시피로 독보적 인기
‘마리텔’ ‘한식대첩’ ‘집밥 백선생’ 등
시청자와 소통하며 예능 대세남 등극
“어때유? 잘하쥬?”
‘요리하는 남자’들이 방송가를 ‘접수’한 가운데 그들 중심에 우뚝 선 이가 있다. 요리연구가 백종원(49)이다.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기 전까지 ‘소유진의 남편’으로 더 많이 알려졌던 백종원이 최근 ‘백주부’ ‘슈가보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활약하고 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케이블채널 올리브 ‘한식대첩3’, tvN ‘집밥 백선생’에 이어 최근 SBS ‘스타킹’의 특별 MC로 합류해 한 달여 동안 시청자와 만난다.
다른 인기 셰프들처럼 잘 생긴 외모도 아니고 해외 유명 요리스쿨을 다닌 적도 없다. 그 흔한 조리사 자격증도 없는 그가 요리 하나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입맛’ 까다로운 시청자는 물론 트렌드에 민감한 누리꾼까지 이처럼 자신만의 단골손님으로 만든 비법은 무엇일까.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팬들은 하나같이 친근함을 꼽는다.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와 같은 ‘부담스럽지’ 않은 외모(?),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의 여운을 안기는 말투, 여기에 누구나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가 그의 힘이다. 특히 비싼 재료를 쓰거나, 요란하고 현란한 솜씨를 부리지 않고도 그의 말대로 ‘고급진’ 요리를 뚝딱 만들어낸다.
요리 과정 중 멸치로 국물을 내야 하는데 멸치가 없다면 “집에 있는 멸치맛 나는 조미료를 넣으면 된다”는 ‘현실적인’ 대안도 거리낌 없이 찾아줄 만큼 자신감에도 차 있다. 설탕을 많이 쓴다고 지적하면 “이게 60인분이나 되는 양이라 한 그릇씩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 건 아니다”는 변명 아닌 ‘이유’를 당당히 내놓는다. 가끔 계란말이를 태우는 등 조리 과정의 실수도 그에 대한 시청자의 호감도를 상승시킨다. “원숭이도 나무에 떨어질 때가 있다”며 아무렇지 않게 항변하는 모습은 친근감을 더한다. 요리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화려한 칼질을 자랑하면서는 “어때유? 잘하쥬?”라며 으쓱대는 모습은 그의 실력을 엿보게 한다.
보기 좋은 거창한 요리보다 집에 있는 재료로 누구나 해먹을 수 있는 요리를 위주로 한다는 점도 그가 지닌 경쟁력이다. 볶음라면, 샌드위치, 파스타, 양념치킨, 주먹밥 등 그동안 선보인 요리를 따라한 시청자들의 경험담이 각종 SNS와 게시판에 넘쳐나고 있다.
‘집밥 백선생’을 연출하는 고민구 PD는 “남성 시청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전문방송인이 아닌 그가 풍겨내는 어설프면서도 소탈함의 매력과 집밥 스타일의 레시피가 큰 장점이다”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