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괴담’이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구체적인 병원명과 ‘전염 방지대책’까지 담고 있는 ‘괴담’은 SNS의 전파망을 타고 많은 이들을 혼란에 빠지게 한다. 급기야 경찰이 나서 그 유포자 및 경위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만큼 메르스에 대한 사회적 공포가 크다는 반증일까.
1997년 오늘, MBC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에 대해 방송위원회가 방송사에 연출자 자체 징계를 명령했다. 벌써 다섯 번째 징계 조치였다. 방송위원회는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 또는 불안감을 주거나 미신,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심의규정을 어겼다고 밝혔다.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는 1996년 7월부터 MBC가 방송한 재연프로그램. 전설 등 시청자 제보를 토대로 옛날 이야기를 드라마타이즈 형식의 내용으로 꾸며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귀신이나 환생 등 기묘한 이야기나 괴담 등도 비중 있게 방송됐다. 시어머니의 혼이 깃든 병아리귀신, 구렁이를 잡은 이후 악몽을 꾸는 어부, 음독자살한 뒤 농약거품을 입에 문 귀신이 된 여인 등이 등장하는 식이었다.
이는 시청자의 시선을 모았고 시청률은 급등해 30%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런 인기에 기대 SBS가 비슷한 소재를 다루는 ‘토요미스터리’를 신설했고 KBS 2TV는 ‘전설의 고향’을 다시 방송하기도 했다. 또 외화 ‘X파일’도 초자연적 소재를 다루며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는 “검증되지 않은 비과학적 소재”라며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는 물론 ‘토요미스터리’ 등에 대한 징계를 이어갔다. 이에 제작진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으면 무조건 배척해야 하느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를 둘러싼 시청자 단체의 항의와 함께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MBC는 그해 6월11일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시 전문가들은 “세기말의 분위기”에서 해당 프로그램들의 인기 요인을 찾았다. 세기적 변화와 IMF 위기 직전의 경기침체 등이 뒤섞인 대중적 불안감이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기담과 괴담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었다.
메르스 괴담은 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